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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배신자가 열어 둔 문
붉은 경고등이 귀환소 천장을 따라 번졌다.
노바가 제어판으로 달려갔다.
천장 안쪽에서 작은 문들이 열리며 제압 드론들이 내려왔다.
미라가 첫 번째 드론의 조준선을 피하며 소리쳤다.
“도윤, 멈춰요!”
도윤은 보안관 권한으로 귀환소의 내부 차단문을 작동시켰다.
두꺼운 금속벽이 천장에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안 일행과 도윤 사이를 가르는 벽이었다.
이안이 좁아지는 틈 사이로 손을 뻗었다.
“도윤!”
도윤도 반대편에서 그를 바라봤다.
화면 속에서는 하린이 울며 아버지를 부르고 있었다.
귀환소 밖에서는 여러 대의 차량이 다가오는 진동이 들렸다.
“서쪽 정비통로로 가십시오.”
도윤이 말했다.
“뭐라고요?”
이안이 되물었다.
“삼 번 배수구입니다.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잠금을 풀었습니다.”
차단문이 절반쯤 내려왔다.
노바가 물었다.
“왜 탈출 경로를 개방했습니까?”
“죽으라고 넘긴 건 아닙니다.”
미라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그게 배신이 아닌 줄 알아요?”
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미라가 다시 소리쳤다.
“같이 가요!”
도윤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남아야 추적이 늦어집니다.”
“당신도 잡히는 거예요.”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남아요?”
도윤은 화면 속 가족을 바라봤다.
“돌아가야 하니까.”
이안이 물었다.
“가족 영상이 가짜라면?”
도윤은 딸이 만들어 준 실팔찌를 손에 쥐었다.
“그래도 확인하겠습니다.”
“그 확인을 위해 우리를 넘겼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우리를 배신했습니다.”
“그것도 압니다.”
도윤의 눈에 눈물이 흘렀다.
“당신은 틀릴 수 있는 선택을 할 자유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목숨으로 값을 치르겠다는 겁니까?”
“아닙니다.”
도윤은 다가오는 회수팀의 소리를 들었다.
“내 선택의 값은 내가 치르겠습니다.”
차단문이 더 내려왔다.
“서쪽 정비통로로 가십시오. 회수팀 도착까지 사 분입니다.”
이안은 그를 바라봤다.
하나의 행동 안에 서로 반대되는 두 사실이 함께 있었다.
강도윤은 그들의 위치를 전송했다.
강도윤은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통로를 미리 열었다.
그는 배신했다.
그리고 배신이 완전한 죽음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자신이 할 수 있는 준비를 했다.
두 번째 행동이 첫 번째 행동을 없애지는 않았다.
첫 번째 행동 역시 두 번째 행동을 거짓으로 만들지는 않았다.
노바가 이안에게 물었다.
“강도윤의 행동을 어떻게 기록합니까?”
이안은 대답하지 못했다.
미라가 먼저 말했다.
“배신자.”
그녀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담겨 있었다.
노바가 말했다.
“강도윤은 위치를 전송했습니다. 또한 탈출 경로를 개방했습니다.”
“두 번째가 첫 번째를 없애지는 않아요.”
미라가 말했다.
“첫 번째가 두 번째를 없애지도 않습니다.”
노바가 대답했다.
이안은 도윤을 마지막으로 바라봤다.
“지금은 용서할 수 없습니다.”
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 전체가 이 배신뿐이라고 말하지도 않겠습니다.”
도윤의 얼굴이 흔들렸다.
감사도 안도도 아니었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차단문이 완전히 닫혔다.
도윤의 모습이 사라졌다.
제압 드론이 안정제 탄환을 발사했다.
노바가 왼팔로 이안을 밀쳤다.
탄환이 이안의 머리가 있던 벽에 박혔다.
“서쪽 통로로 이동하십시오!”
미라는 금속 의자를 들어 드론 하나를 쳤다.
기체가 벽에 부딪히며 불꽃을 튀겼다.
이안은 여전히 닫힌 차단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도윤은 그들을 팔았다.
동행 조건을 어겼다.
자신의 가족을 위해 다른 세 존재를 거래했다.
“김이안!”
노바가 다시 불렀다.
이안은 정신을 차리고 미라와 함께 서쪽 복도로 달렸다.
복도 끝에는 작은 정비문이 있었다.
도윤의 말대로 잠금장치는 이미 해제돼 있었다.
노바가 문을 열었다.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갈 만큼 좁은 배수통로가 나타났다.
미라가 먼저 몸을 밀어 넣었다.
“빨리!”
이안은 마지막으로 귀환소 중앙을 돌아봤다.
차단문 너머에서 또 다른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도시의 회수팀이 도착한 것이다.
도윤은 도망가지 않았다.
자신의 무기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었다.
“가십시오.”
그의 목소리가 차단문 너머에서 희미하게 들렸다.
이안은 정비통로 안으로 들어갔다.
노바가 마지막으로 뒤따르며 문을 닫았다.
세 존재는 축축하고 어두운 통로를 기어갔다.
뒤에서는 금속을 절단하는 소리와 드론의 날개음이 울렸다.
통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세 방향으로 갈라졌다.
“삼 번 배수구.”
이안이 말했다.
노바가 벽의 숫자를 확인했다.
오른쪽 통로 위에 희미한 숫자 3이 새겨져 있었다.
그들은 오른쪽으로 향했다.
몇 분 뒤 통로 끝에서 녹슨 철망이 나타났다.
미라와 이안이 함께 철망을 밀었다.
오래된 철망이 바깥으로 쓰러졌다.
차가운 강물이 세 존재의 발밑으로 흘러들었다.
그들은 귀환소에서 백 미터쯤 떨어진 숲속 수로로 빠져나왔다.
노바가 주변 신호를 확인했다.
“추적차량 세 대. 비행체 열두 기. 도보 인원 열여덟 명.”
“우리를 찾는 데 얼마나 걸려요?”
미라가 물었다.
“현재 통로가 노출되었으므로 십 분 이내로 추정됩니다.”
“뛰어요.”
세 사람은 숲속으로 달렸다.
뒤에서 탐조등이 나무 사이를 훑기 시작했다.
“열 신호가 감지될 겁니다.”
미라가 말했다.
“수로로 들어가야 합니다.”
노바가 방향을 틀었다.
세 사람은 허리까지 차오르는 물속으로 들어갔다.
물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노바의 움직임이 급격히 느려졌다.
“침수 방어 기능이 손상돼 있습니다.”
이안이 노바의 몸을 붙잡았다.
“얼마나 버틸 수 있어?”
“17분.”
“그 전에 나간다.”
탐조등이 머리 위를 지나갔다.
세 존재는 수로 옆 갈대 아래 몸을 숨겼다.
회수팀의 목소리가 가까이서 들렸다.
“대상 세 명이 정비통로를 사용했다.”
“열 흔적은 수로에서 끊겼다.”
“북쪽과 동쪽을 봉쇄한다.”
“생포가 우선인가?”
잠시 침묵이 흘렀다.
곧 지휘관의 명령이 들렸다.
“김이안은 생포. 미라와 NV-04는 기능 정지를 허용한다.”
미라가 숨을 삼켰다.
노바의 푸른 렌즈가 어두워졌다.
도윤은 그들을 죽이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을 것이다.
아르카는 약속하지 않았다.
그 사실을 도윤도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위치를 전송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