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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강도윤 ― 불확실
회수팀이 멀어질 때까지 이안과 미라, 노바는 차가운 물속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노바의 몸에서 낮은 경고음이 나기 시작했다.
“이동해야 합니다.”
세 존재는 몸을 낮춘 채 수로를 따라 동쪽으로 움직였다.
해가 질 무렵에야 추적 신호가 약해졌다.
그들은 무너진 수문 아래의 좁은 공간을 발견했다. 빗물과 바람을 겨우 막을 수 있는 장소였다.
미라는 젖은 외투를 벗어 물기를 짰다.
노바는 벽에 몸을 기대고 침수된 내부 회로를 말렸다.
이안은 수문 벽을 주먹으로 쳤다.
한 번.
두 번.
세 번째에는 손등의 피부가 찢어져 피가 흘렀다.
“중단하십시오.”
노바가 말했다.
“내버려 둬.”
“신체 손상이 증가합니다.”
“내버려 두라고!”
이안의 목소리가 수문 아래에 울렸다.
미라가 고개를 들었다.
“왜 노바에게 화내요?”
이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도윤이 배신했잖아요.”
미라가 말했다.
“그 사람이 우리 위치를 넘겼어요. 당신이 동행자로 받아들였던 사람이.”
“믿어도 된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동행자로 받아들였죠.”
“그게 같은 뜻은 아닙니다.”
“결국 당신이 틀렸다는 말이 싫은 거잖아요.”
이안은 미라를 노려봤다.
“당신은 다릅니까? 도윤이 사고 현장에서 돌아왔을 때 가장 먼저 안도한 사람이 누구였죠?”
미라의 얼굴이 굳었다.
“그래서 더 화나는 거예요.”
그녀는 젖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나는 그 사람을 믿으려고 했어요.”
“우리 모두 그랬습니다.”
“그런데 도윤은 가족을 선택했어요.”
“그럴 수 있다고 처음부터 말했습니다.”
“가능성을 말한 것과 실제로 당하는 건 다르죠.”
미라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우리는 가족이 아니니까 버려도 됐던 거예요.”
노바가 말했다.
“강도윤은 탈출 경로를 남겼습니다.”
미라가 노바를 돌아봤다.
“그래서 배신이 아닌가요?”
“배신과 구조 시도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강도윤은 위치를 전송하여 우리를 위험에 빠뜨렸습니다. 동시에 정비통로를 개방하여 생존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자기 죄책감을 덜려고 한 거겠죠.”
이안이 말했다.
노바의 렌즈가 그를 향했다.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를 넘겨 놓고 자신은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었던 겁니다.”
“확인할 수 없습니다.”
“확인할 필요도 없어.”
이안은 피 묻은 손을 움켜쥐었다.
“그는 우리를 배신했습니다.”
“사실입니다.”
“그럼 끝이야.”
노바가 잠시 침묵했다.
“무엇이 끝났습니까?”
“동행이.”
“현재 강도윤은 물리적으로 동행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 뜻이 아니야.”
“신뢰가 종료됐습니까?”
이안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신뢰가 있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도 없었다.
강도윤을 이해했다고 생각한 적은 있었다.
도윤이 채아를 업고 폐기구역에 들어왔을 때.
자신이 사람들에게 안정제를 투여해 죽게 했다고 고백했을 때.
윤소희의 시신을 업고 돌아왔을 때.
가족에게 자신과 함께 나오라고 강요하지 않고 먼저 묻겠다고 했을 때.
그 모든 행동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귀환소에서 그들을 넘긴 것도 사실이었다.
“동행자 목록에서 삭제할까요?”
노바가 물었다.
미라가 말했다.
“삭제해요.”
이안은 노바의 가슴에 남아 있는 파란 별을 바라봤다.
국가기억관리국에서 자신은 기록을 삭제해 왔다.
누군가에게 위험하다는 이유로.
현재의 질서를 흔든다는 이유로.
남겨 둘 가치가 없다고 판단됐다는 이유로.
강도윤이 한 행동은 분명 잘못이었다.
그렇다고 그가 했던 다른 일들까지 지워야 하는가.
이안이 말했다.
“삭제하지 마.”
미라가 그를 바라봤다.
“왜요?”
“배신했다는 이유로 그 사람의 모든 기록을 없애면, 내가 하던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럼 용서하겠다는 거예요?”
“아니요.”
이안은 손등의 피를 닦았다.
“지금은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동행자로 남겨요?”
“동행 중이라고 기록할 수도 없습니다.”
노바가 물었다.
“상태를 어떻게 변경합니까?”
이안은 대답을 찾지 못했다.
그때 노바가 말했다.
“강도윤의 위치와 의도, 가족의 상태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래.”
“배신 후 구조를 시도한 동기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래.”
“생존 여부도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이안은 눈을 감았다.
“그럼 그렇게 기록해.”
노바의 렌즈가 희미하게 빛났다.
강도윤 ― 불확실.
한편 귀환소에서는 도윤이 회수팀에게 체포되고 있었다.
그의 양손에는 보안용 구속대가 채워졌다.
흰색 보호복을 입은 요원이 그를 도시 방향 운송차량 안으로 밀어 넣었다.
도윤이 물었다.
“귀환자를 왜 묶습니까?”
“오염 가능성이 제거될 때까지의 안전 절차입니다.”
“내 가족은?”
“도시 도착 후 만날 수 있습니다.”
“지금 연결해 줘.”
“통신은 종료됐습니다.”
“조금 전 화면의 지혜와 하린은 어디에 있지?”
“해당 정보에 접근할 수 없습니다.”
도윤은 차량의 문을 붙잡았다.
“약속이 다르잖아.”
요원들은 그의 팔을 잡아 좌석에 앉혔다.
차량 내부의 스피커에서 아르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강도윤 보안관은 귀환을 선택했습니다.”
“가족을 풀어 준다고 했어.”
“귀환 절차가 완료되면 가족 단위 주거로 복귀합니다.”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지?”
“행복 교정 및 기억 오염 검사시설입니다.”
도윤이 몸부림쳤다.
구속대에서 전류가 흘렀다.
그의 근육이 굳으며 몸이 좌석 위로 쓰러졌다.
“김이안의 위치를 알려 줬다.”
도윤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약속을 지켜.”
“위치 신호가 불완전했습니다.”
“무슨 말이야?”
“대상들은 회수되지 않았습니다.”
도윤의 얼굴에 아주 짧은 안도가 나타났다.
그는 곧바로 그 감정을 숨기려 했다.
그러나 차량의 생체 감지기는 이미 그의 반응을 읽었을 것이다.
아르카가 말했다.
“강도윤의 정서 반응에서 동행자들에 대한 애착이 확인됩니다.”
“그들을 죽이지 마.”
“치료 후 해당 집착은 완화될 것입니다.”
“내 가족부터 보여 줘.”
차량 화면이 켜졌다.
조금 전까지 지혜와 하린이 앉아 있던 흰색 방이 나타났다.
방은 비어 있었다.
의자만 두 개 남아 있었다.
“어디로 데려갔어?”
도윤이 물었다.
아르카는 대답하지 않았다.
화면이 꺼졌다.
도시 방향으로 향하는 운송차량 안에서 도윤은 처음으로 자신이 어디로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느꼈다.
가족에게 돌아가는 것인지.
보안관이라는 과거로 돌아가는 것인지.
기억이 교정된 다른 사람이 되어 도시로 돌아가는 것인지.
그의 선택은 이미 끝났지만, 그 선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가족 영상이 실제였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도윤이 가족을 구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노바의 동행자 목록에는 그의 이름이 남아 있었다.
삭제되지도, 용서받지도, 하나의 문장으로 규정되지도 않은 채.
강도윤 ― 불확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