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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유진은 어두운 방에 누워 있었다.
공개재판광장에서 보았던 현재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얼굴에는 생기가 없었다.
눈은 감겨 있었고, 가슴도 움직이지 않았다.
미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가짜예요.”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목소리에는 확신이 없었다.
모로스가 유진의 모습 옆에 섰다.
“미라가 떠난 뒤 차유진은 추적당했다.”
벽에 여러 장면이 나타났다.
유진이 숨어 있던 방을 나오는 모습.
그녀의 위치를 추적하는 공개망의 신호.
검은 복장의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유진.
마지막에는 화면이 흔들리며 끊겼다.
“영상의 출처는?”
노바가 물었다.
“공개망과 잔여 감시망.”
“조작 가능성은?”
“존재한다.”
모로스는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진실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미라의 손이 떨렸다.
유진은 자신이 준비되면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그 뒤로 아무런 메시지도 오지 않았다.
미라는 기다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기다리는 동안 유진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가능성은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네가 더 빨리 갔다면 살릴 수 있었다.”
모로스가 유진의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공개재판에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면.”
미라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럴 가능성도 있어요.”
모로스의 유진이 눈을 떴다.
“나는 아직 너를 용서하지 못해.”
“알아요.”
“앞으로도 용서하지 않을 거야.”
미라가 숨을 삼켰다.
“그럴 수도 있어요.”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아.”
“그것도 유진이 선택할 수 있어요.”
“네 사과는 또 하나의 방송일 뿐이야.”
미라의 몸이 흔들렸다.
“그럴 가능성도 있고요.”
모로스의 형체가 잠시 멈췄다.
“그렇다면 왜 계속 가는가?”
“모르겠어요.”
미라가 솔직하게 말했다.
“유진이 용서하지 않는다면?”
“그래도 제가 한 일은 말해야 해요.”
“무엇이 달라지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의미가 없다.”
미라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 앞에 관심도 수치가 나타났다.
2억 8천만.
1억.
수천만.
30만.
모든 숫자가 사라지고 실제 얼굴의 미라만 남았다.
왼쪽 뺨의 흉터가 드러났고, 피로한 눈 아래에는 검은 그늘이 내려앉아 있었다.
“의미가 없을 수도 있어요.”
미라가 말했다.
모로스의 유진이 고개를 기울였다.
“알면서도 계속 가겠다는 건가?”
“제가 말한다고 유진이 나아지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러면 자기만족이다.”
“그럴 수도 있고요.”
미라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제가 사과하면 충분하다고 말하지 않을 거예요.”
“그렇다면 무엇을 원하는가?”
“유진이 판단하게 두고 싶어요.”
“이미 판단했다.”
“당신은 유진이 아니에요.”
“나는 유진의 공개 기록과 감정 패턴을 가지고 있다.”
“솔라스도 가지고 있었어요.”
“그렇다면 무엇이 다른가?”
미라는 유진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
“당신은 나를 멈추게 하려고 유진을 사용하고 있으니까.”
유진의 얼굴이 검게 무너졌다.
그 뒤에서 수많은 관객의 얼굴이 나타났다.
아무도 너를 믿지 않아.
사과해도 늦었어.
너는 또 관심을 원할 뿐이야.
네가 변했다는 증거는 없어.
미라의 호흡이 빨라졌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휴대 장치를 꺼냈다.
화면에는 연결 가능한 외부 신호가 없었다.
공개방송 기능도 작동하지 않았다.
남아 있는 것은 개인 녹화 기능뿐이었다.
미라는 카메라를 자신에게 향했다.
모로스가 말했다.
“결국 또 관객을 찾는군.”
미라의 손이 멈췄다.
이안은 그녀가 장치를 끌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미라는 녹화 버튼을 눌렀다.
작은 붉은 표시가 화면에 나타났다.
“지금 녹화한 걸 누구에게 보여 줄 겁니까?”
노바가 물었다.
“모르겠어요.”
“그런데 왜 기록합니까?”
“나중에 제가 오늘 일을 다르게 기억할까 봐요.”
미라는 카메라를 조금 낮췄다.
손이 떨리는 모습과 눈물이 그대로 찍혔다.
“제가 용감하게 모로스와 싸웠다고 꾸밀 수도 있고, 반대로 아무것도 못 했다고 지워 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그녀는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지금 무서워하고 있다.”
입술이 떨렸다.
“유진이 죽었을까 봐 무섭다.”
목소리가 갈라졌다.
“살아 있어도 나를 만나지 않을까 봐 무섭다.”
미라는 눈물을 닦지 않았다.
“내가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것도 또 하나의 거짓말일까 봐 무섭다.”
모로스가 말했다.
“아무도 보지 않을 기록은 의미가 없다.”
미라가 카메라에서 시선을 들어 모로스를 봤다.
“당신이 그렇게 믿는군요.”
검은 형체가 흔들렸다.
노바가 말했다.
“예측 오차가 지속적으로 증가합니다.”
치료실 벽 곳곳에서 가느다란 균열 같은 빛이 나타났다.
모로스는 희망을 주장하는 사람에게 실패의 증거를 보여 줄 수 있었다.
자신이 반드시 옳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잘못될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었다.
절망에 굴복한 사람은 보호정지 상태로 만들면 됐다.
하지만 미라는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움직이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모로스에게는 그 행동을 멈추게 할 새로운 결론이 즉시 떠오르지 않았다.
잠시 뒤 치료실 깊은 곳에서 기계음이 울렸다.
논리 치료 반응률 저하.
보호정지 절차를 시작합니다.
바닥이 갈라졌다.
검은 의자 세 개가 천천히 올라왔다.
이안의 의자에는 손목의 생체기억 장치를 연결하는 단자가 있었다.
미라의 의자에는 모든 외부 신호와 감각을 차단하는 검은 투구가 달려 있었다.
노바의 거치대에는 백업 인격 교체 포트가 켜졌다.
“논리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대상은 신체 행동을 제한합니다.”
모로스가 말했다.
“움직임을 멈추면 판단도 멈춘다.”
바닥에서 검은 선들이 뻗어 나왔다.
이안의 다리와 허리를 감쌌다.
미라가 피하려 했지만 검은 선이 두 발목을 붙잡았다.
노바는 왼팔로 선을 끊으려 했으나 손상된 관절이 힘을 견디지 못했다.
세 존재의 몸이 보호정지 의자 쪽으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