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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미지는 AI를 활용하여 생성하였습니다.

(3) 집에 오렴

노바가 몸을 일으켰다.
“뛰어야 합니다.”
이안은 움직이지 않았다.
화면 속 삶들은 너무나 구체적이었다.
그가 원한다고 인정한 적 없는 것들이었다.
승진.
존경.
가족.
어머니.
평범한 저녁.
누군가 자신을 기다리는 집.
화면은 그가 마음속에서조차 문장으로 만들지 않았던 욕망을 알고 있었다.
“이안아.”
어머니가 다시 불렀다.
이번에는 앞쪽 건물의 문이 열렸다.
안에서는 따뜻한 불빛이 흘러나왔다.
피아노 선율도 다시 들려왔다.
“집에 오렴.”
이안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노바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저곳에는 사람이 없습니다.”
“확인해 봐야 알지.”
“생체 신호가 없습니다.”
“너는 손상됐잖아. 잘못 읽을 수도 있어.”
“가능성은 낮습니다.”
“가능성은 있네.”
이안은 노바의 손을 뿌리쳤다.
건물 입구 가까이 다가갈수록 냄새가 선명해졌다.
따뜻한 음식 냄새.
어머니가 사용하던 비누 냄새.
비 오는 날 젖은 옷에서 나던 냄새.
이안의 눈앞에 어린 시절의 기억이 펼쳐졌다.
바닥에 누워 피아노 음악을 듣던 순간.
어머니의 무릎을 베고 잠들던 순간.
손목이 아파 울자 어머니가 입김을 불어 주던 순간.
그 기억들이 실제로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고 싶지 않았다.
진짜가 아니어도 잠시만 머물고 싶었다.
“김이안.”
노바의 목소리가 멀게 들렸다.
“당신은 지금 개인화 유도 상태에 있습니다.”
“조용히 해.”
“건물에 들어가면 스스로 나올 가능성이 급격히 감소합니다.”
“조용히 하라고.”
“현재 심박수와 신경 반응이—”
“엄마를 본 적 있어?”
이안이 돌아보며 물었다.
노바는 움직임을 멈췄다.
“기억영역이 손상되었습니다.”
“그럼 모르는 거잖아.”
“예.”
“저 안에 있는 사람이 가짜라는 것도 확실히 모르는 거잖아.”
“수집된 증거를 바탕으로—”
“다 증거와 확률뿐이지.”
이안의 목소리가 떨렸다.
“넌 내가 뭘 잃었는지 몰라.”
“맞습니다.”
노바가 말했다.
그 쉬운 인정이 이안을 더 화나게 했다.
“그러니까 따라오지 마.”
그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뒤에서 천천히 닫혔다.
안쪽은 어릴 적 집과 똑같았다.
적어도 이안은 그렇게 느꼈다.
현관에는 작은 신발이 놓여 있었다. 벽에 걸린 낡은 외투에서는 비 냄새가 났다. 거실 천장에는 오래된 조명이 희미하게 흔들렸다.
식탁 앞에 김서윤이 서 있었다.
제1장의 마지막 이주선에 탔을 때와 비슷한 나이였다.
그녀는 이안을 바라보며 웃었다.
“왔구나.”
이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머니가 다가와 그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손은 따뜻했다.
피부의 감촉도 느껴졌다.
“많이 힘들었지?”
이안의 눈가가 뜨거워졌다.
“왜 나를 두고 갔어?”
“미안해.”
“왜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어?”
“너를 지키려고 했어.”
“내 기억까지 지웠어?”
어머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이안의 머리를 품에 안았다.
이안은 그 품속에서 눈을 감았다.
평생 찾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곳이었다.
찾지 않아도 괜찮다고 믿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한 번 안기자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이 순간을 기다려 왔는지 알 것 같았다.
“이제 괜찮아.”
어머니가 말했다.
“어디에도 갈 필요 없어.”
“새벽정원은?”
“그런 곳은 없어.”
이안이 눈을 떴다.
어머니의 손이 그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사람들이 힘들 때 만들어 낸 이야기야.”
“노바는 알고 있었어.”
“그건 오래된 기계야. 기억이 망가졌잖니.”
“손목에 문장을 남긴 건 엄마 아니야?”
어머니가 미소 지었다.
“그때는 나도 두려웠어.”
“무엇이?”
“네가 도시에서 행복하지 못할까 봐.”
“그래서 밖으로 나가게 했어?”
“아니.”
어머니의 미소가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
“언젠가 네가 의심하게 되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길을 남긴 거야.”
“돌아오라고?”
“그래.”
식탁 위에서 따뜻한 김이 올랐다.
어머니는 의자를 빼 주었다.
“앉으렴. 많이 지쳤잖아.”
이안은 식탁 앞에 앉았다.
그릇에는 어릴 때 먹었던 국이 담겨 있었다.
그는 숟가락을 들었다.
국물을 입에 넣자 따뜻한 맛이 퍼졌다.
달고 짰다.
완벽하게 익숙한 맛이었다.
이안은 급하게 몇 숟가락을 더 먹었다.
배고픔이 조금씩 사라졌다.
몸도 따뜻해졌다.
창밖에서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비였다. 검은 재가 섞이지 않은 맑은 비가 창문을 두드렸다.
“이제 뭘 하면 되지?”
이안이 물었다.
“아무것도.”
어머니가 대답했다.
“쉬면 돼.”
“아르카가 날 찾고 있어.”
“여기서는 찾을 수 없어.”
“노바는?”
“그 기계도 곧 돌아갈 거야.”
“도시로?”
“자기가 있어야 할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