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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실보다 확신이 필요한 사람들
폐기구역을 떠난 지 이틀째 되는 날, 길이 셋으로 갈라졌다.
왼쪽 길은 북쪽 산맥으로 이어졌다. 경사는 가팔랐고, 회색 바위 사이에는 오래된 군용 장화 자국이 남아 있었다.
오른쪽 길은 말라붙은 수로를 따라 동쪽으로 뻗어 있었다. 수로 벽에는 이끼가 자랐고, 길가에는 누군가 일정한 간격으로 놓아둔 작은 돌들이 보였다.
가운데 길은 무너진 고가도로 아래로 이어졌다. 도로를 받치던 콘크리트 기둥은 군데군데 부서져 있었고, 길은 짙은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어느 길에도 목적지를 알려 주는 표지판은 없었다.
노바는 교차로 한가운데 서서 세 방향을 번갈아 바라봤다. 새로 수리된 왼손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오른팔이 사라진 어깨에서는 균형을 조절할 때마다 낮은 진동음이 났다.
“기존 경로 자료와 현재 지형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김이안이 물었다.
“새벽정원으로 가는 길은?”
“세 경로 모두 가능성이 있습니다.”
“각각 얼마나?”
노바의 푸른 렌즈 안에 작은 숫자들이 떠올랐다.
“왼쪽 경로 31퍼센트. 가운데 경로 29퍼센트. 오른쪽 경로 27퍼센트.”
미라가 손가락으로 계산하듯 허공을 두드렸다.
“나머지 13퍼센트는요?”
“현재 세 경로가 모두 잘못된 길일 가능성입니다.”
미라가 고개를 저었다.
“그 말은 굳이 안 해도 되지 않았어요?”
“중요한 위험을 먼저 공유하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정직한 것도 가끔은 피곤하네요.”
강도윤은 무릎을 굽혀 바닥을 살폈다.
세 길 모두 사람과 차량이 오간 흔적이 있었다. 하지만 발자국과 바퀴 자국이 여러 방향으로 뒤엉켜 있어, 누가 어느 쪽으로 갔고 다시 돌아왔는지는 알기 어려웠다.
“가운데 길로 사람이 가장 많이 다녔습니다.”
도윤이 말했다.
“그렇다면 목적지가 있을 가능성도 높겠군요.”
이안이 대답했다.
“사람이 많이 갔다고 옳은 길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미라가 도윤을 바라봤다.
“강도윤 씨도 그런 말을 하네요.”
“시청자가 많이 본다고 진실은 아니라고 했잖습니까.”
“내가 한 말은 아닌 것 같은데요.”
“계속 듣다 보니 배웠습니다.”
도윤은 가운데 길의 안개를 바라봤다.
“물과 식량이 줄고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완벽한 길이 아니라 확인할 수 있는 정보입니다.”
“그 정보가 어디에 있죠?”
이안이 물었다.
도윤은 고가도로 기둥을 가리켰다.
잡초와 먼지 아래에서 희미한 투사 문구가 깜박이고 있었다. 이안이 손으로 풀을 걷어 내자 글자가 선명해졌다.
불확실한 길 앞에서 망설이지 마십시오.
그 아래의 화살표는 가운데 길을 가리키고 있었다.
확신거래소까지 6킬로미터.
미라가 문구를 읽으며 웃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게 바로 저기 있네요.”
이안은 빛나는 글자를 오래 바라봤다.
“필요한 순간에 너무 정확하게 나타났습니다.”
“광고란 원래 필요한 순간에 나타나는 거예요.”
“필요를 만든 다음 나타나기도 하고요.”
노바가 말했다.
“현재 보유한 자료에는 ’확신거래소’에 관한 정보가 없습니다.”
“노바도 처음 듣는 곳이에요?”
“예.”
도윤은 허리에 찬 낡은 도구와 식량가방을 점검했다.
“아는 것이 없으니 가서 확인해야 합니다.”
“함정이어도요?”
“길을 모르고 이 자리에서 머물다 죽는 것도 함정에 들어가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도윤은 가운데 길로 걸음을 옮겼다.
미라가 그 뒤를 따랐다.
“오늘은 강도윤 씨 말이 제일 합리적으로 들리네요.”
이안은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어느 길도 더 확실하지 않았다. 그는 노바와 함께 두 사람의 뒤를 따라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안개는 생각보다 짙었다.
몇 걸음만 떨어져도 앞사람의 몸이 희미해졌다. 고가도로 위에서는 물방울이 일정하지 않은 간격으로 떨어졌다. 바람이 불 때마다 부서진 금속판이 낮게 울었다.
처음에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안개 깊숙이 들어갈수록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당신의 판단은 옳았습니다.”
어디선가 남자의 목소리가 말했다.
“당신은 잘못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여자의 목소리였다.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이해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당신이 의심하는 사람은 실제로 당신을 속이고 있습니다.”
미라가 걸음을 멈췄다.
“들었어요?”
“예.”
이안이 대답했다.
“누구에게 하는 말이죠?”
“개인별로 서로 다른 문장을 송출하고 있습니다.”
노바가 말했다.
“생체 반응과 신경 변화를 분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도윤이 귀를 막았다.
목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골전도 방식이 일부 사용됩니다.”
노바가 덧붙였다.
“귀를 막는 것은 효과가 낮습니다.”
미라가 말했다.
“사람들은 왜 이런 말을 듣고 싶어 할까요?”
이안은 즉시 대답하지 않았다.
자신이 옳았다는 말.
상대방이 틀렸다는 말.
자신이 최선을 다했다는 말.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
그런 문장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안개가 조금씩 걷히자 거대한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래된 금융센터를 개조한 형태였다. 수십 개의 계단 위에 금빛 기둥들이 서 있었고, 넓은 입구 위에는 밝은 문구가 떠 있었다.
확신거래소
사실은 복잡하지만, 선택은 단순해야 합니다.
입구 앞에는 수백 명이 줄을 서 있었다.
통합도시의 단정한 옷을 입은 사람도 있었고, 외부 정착지에서 온 듯한 지친 사람도 있었다. 낡은 기계와 복제인격 저장체까지 줄 사이에 섞여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작은 투명 상자를 들고 있었다.
상자 안에는 가족사진과 기억 기록, 신체 자료, 식량표, 이동권 등이 들어 있었다.
도윤이 낮게 말했다.
“확신에도 값을 지불해야 하나 봅니다.”
“관심도가 화폐였으면 좋겠네요.”
미라가 농담처럼 말했다.
그러나 목소리에는 자신이 없었다.
입구 옆 전광판에는 거래할 수 있는 품목이 나열돼 있었다.
기본 확신
• 내가 옳았다는 확신
• 상대가 틀렸다는 확신
• 내 선택이 최선이었다는 확신
• 현재의 고통이 곧 끝난다는 확신
고급 확신
•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기다린다는 확신
• 배신자는 반드시 벌받는다는 확신
• 나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확신
• 목적지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확신
최상위 확신
• 내가 구원받을 사람이라는 확신
• 나의 적이 누구인지에 대한 확신
• 죽은 뒤에도 내가 계속 존재한다는 확신
• 절대 의심하지 않아도 되는 단 하나의 진실
미라는 마지막 문장을 오래 바라봤다.
“저건 얼마나 비쌀까요?”
“가격 체계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노바가 대답했다.
그때 앞줄의 한 노인이 거래창구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노인은 품 안에서 낡은 사진을 꺼냈다. 사진에는 젊은 여자와 어린아이가 함께 서 있었다.
창구의 직원은 인간처럼 보였지만 눈동자가 지나치게 고정되어 있었다. 거래를 위해 만들어진 인공지능 인격이었다.
“원하시는 확신을 말씀하십시오.”
노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 딸이 마지막 순간에 나를 미워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싶소.”
“사실 확인을 원하십니까, 확신 형성을 원하십니까?”
노인이 눈을 깜박였다.
“그게 무슨 차이요?”
“사실 확인에는 추가 자료가 필요합니다. 확인 결과가 고객께서 기대하시는 내용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딸은 죽었소. 더 물어볼 사람도, 남은 자료도 없어.”
“그렇다면 확신 형성을 권장합니다.”
“값은?”
“사진과 연결된 정서 기억 12년분입니다.”
노인의 얼굴이 굳었다.
“기억을 가져간다는 말이오?”
“따님과 함께한 기억 중 슬픔과 불확실성을 유발하는 부분을 제공하시면, 해당 자료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가장 안정적인 결론을 생성합니다.”
“그러면 딸을 잊게 되지 않소?”
“따님을 사랑했다는 핵심 감정은 유지됩니다.”
“얼굴은?”
“일부 세부사항이 흐려질 수 있습니다.”
노인은 사진 속 여자를 오랫동안 바라봤다.
“그래도 그 애가 나를 미워하지 않았다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소?”
“예.”
“진짜로?”
거래 인격이 미소 지었다.
“고객에게는 진실과 구분되지 않는 수준으로 유지됩니다.”
노인은 결국 사진을 창구 위에 올려놓았다.
투명한 기계가 그의 손목과 관자놀이에 연결됐다.
몇 분 뒤 노인은 눈물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애는 나를 사랑했어.”
그가 말했다.
“마지막까지 나를 사랑했어.”
노인은 평온하게 웃고 있었다.
그러나 계단을 내려가던 중 사진을 다시 펼쳐 보고는 걸음을 멈췄다.
사진 속 여자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듯했다.
“내 딸…….”
노인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잠시 뒤 다시 웃었다.
“그래도 나를 사랑했어.”
이안과 세 동행자는 노인이 안개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미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 사람은 원하는 걸 얻은 걸까요?”
“확신은 얻었습니다.”
노바가 대답했다.
“그런데 누구에게 사랑받았다고 믿는 거죠?”
거래 인격이 네 사람을 향해 말했다.
“중요한 것은 감정적 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