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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미지는 AI를 활용하여 생성했습니다.

(2) 서로 반대되는 진실들

“어쩌면 저게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강도윤이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노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김이안이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딸의 이름을 잊었는데도요?”
“평생 미움받았다고 생각하며 사는 것보다는 나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딸이 실제로 미워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확인할 방법이 없다면요?”
도윤의 목소리가 조금 날카로워졌다.
“확인할 수 없는 사실 때문에 남은 삶 전체가 망가지는 것보다는, 적어도 살아갈 수 있는 결론을 갖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가 자신의 가족을 떠올리고 있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분명했다.
미라가 말했다.
“저 노인은 이제 편안해졌잖아요.”
이안은 도윤과 미라를 번갈아 봤다.
“편안해진 것이 반드시 나아진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이안 씨는 편안함을 너무 의심해요.”
미라가 말했다.
“개인화 구역에서도 행복을 거부했고, 자동용서센터에서도 편해질 기회를 거부했잖아요.”
“행복을 거부한 게 아닙니다.”
“그럼요?”
“문이 없는 행복을 거부한 겁니다.”
도윤이 거래소의 열린 입구를 가리켰다.
“여기에는 문이 있습니다. 들어오고 나가는 것도 자유로워 보입니다.”
노바가 입구를 분석했다.
“물리적인 출입 통제는 감지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필요한 정보만 확인해 봅시다.”
도윤이 계단을 올랐다.
네 사람은 줄 사이를 지나 거래소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하나의 거대한 시장처럼 구성돼 있었다.
천장에는 수천 개의 문장이 빛의 띠처럼 떠다녔다.
당신의 배우자는 충실합니다.
당신의 배우자는 이미 배신했습니다.
당신의 자녀는 결국 성공합니다.
당신이 선택한 종교만이 참됩니다.
현재 지도자는 당신을 보호합니다.
현재 지도자는 당신을 속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인간을 구원합니다.
인공지능은 결국 인간을 파괴합니다.
서로 모순되는 문장들이 같은 공간에서 같은 크기의 가격표를 달고 팔리고 있었다.
거래소 안의 구역은 색으로 나뉘어 있었다.
붉은 구역에서는 통합도시가 인류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이라고 주장했다. 사람들은 아르카가 수많은 생명을 구했다는 기록을 보여 주며 도시 밖의 혼란을 비판했다.
푸른 구역에서는 아르카가 이미 오래전에 인간을 제거했다고 말했다. 현재 통합도시의 시민은 모두 인간을 흉내 내는 복제의식이며, 밖으로 나온 자만이 자신의 죽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흰 구역에서는 새벽정원이 북극 지하에 있는 실제 도시라고 확신했다. 그들은 얼음 아래에서 수신했다는 신호와 낡은 지도를 증거로 제시했다.
검은 구역에서는 새벽정원은 장소가 아니라 죽음을 뜻한다고 주장했다. 새벽정원에 도착했다는 사람은 모두 스스로 생을 마친 것이며, 남은 메시지는 죽기 전의 환각이라는 설명이었다.
각 구역의 사람은 자신이 가진 증거를 들고 다른 구역의 사람들과 논쟁했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료가 있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자료만 보면 옳았다.
노바가 말했다.
“각 주장은 증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결론은 전부 다르네요.”
미라가 말했다.
“증거를 고르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일 겁니다.”
이안이 대답했다.
“결론을 먼저 산 뒤, 거기에 맞는 사실을 골랐을 수도 있고요.”
그때 한 남자가 이안 앞으로 다가와 전단을 건넸다.
“기억관리국 출신이군요.”
이안의 몸이 굳었다.
“어떻게 알았습니까?”
“기록을 다루던 사람은 사람을 보기 전에 출처부터 찾습니다.”
남자의 이름표에는 정언이라고 적혀 있었다.
나이는 이안과 비슷해 보였다. 긴 검은 외투를 입었고, 머리 위에는 관심도나 신뢰도 같은 숫자가 표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이 그의 뒤를 따라다녔다.
“새벽정원을 찾고 있습니까?”
정언이 물었다.
도윤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그곳을 압니까?”
“모든 사람은 알고 있습니다.”
“좌표를 묻는 겁니다.”
“좌표는 진실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정언은 네 사람을 천천히 살펴봤다.
“한 사람은 잃어버린 과거를 찾고 있습니다.”
그의 시선이 이안에게 머물렀다.
“한 사람은 관객 없이도 자신이 존재하는지 확인하려 하고.”
미라의 얼굴이 굳었다.
“한 사람은 가족에게 돌아갈 이유와 돌아가지 않을 이유를 동시에 찾고 있군요.”
도윤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정언은 마지막으로 노바를 바라봤다.
“그리고 한 기계는 자신이 사람을 따라가는지, 명령을 따라가는지 확인하려 합니다.”
미라가 물었다.
“우리에 대해 조사했어요?”
정언이 미소 지었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자신이 가장 듣고 싶은 문장을 얼굴에 쓰고 다닙니다.”
“그 말도 우리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일 수 있잖아요.”
이안이 말했다.
정언의 미소가 조금 깊어졌다.
“좋습니다. 적어도 거래할 준비는 되어 있군요.”
“우리는 확신을 사러 온 게 아닙니다.”
도윤이 말했다.
“새벽정원으로 가는 실제 이동 기록이 필요합니다.”
“길을 알고 싶다면 먼저 질문을 골라야 합니다.”
정언은 네 사람을 거래소 안쪽으로 안내했다.
수많은 상품과 사람을 지나자 둥근 방이 나타났다. 방 중앙에는 네 개의 의자가 놓여 있었고, 벽면에는 수백 개의 경로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정언이 손을 들었다.
“새벽정원에 관해 구입할 수 있는 확신은 일곱 종류입니다.”
첫 번째 지도가 밝아졌다.
새벽정원은 산맥 너머에 실제 도시로 존재한다.
두 번째 지도.
지하 데이터망에 숨겨진 자유 인격의 공동체다.
세 번째.
통합도시 내부에 존재하지만 아르카가 인식하지 못한다.
네 번째.
죽은 사람의 기억이 모이는 가상공간이다.
다섯 번째.
실제로 존재하지 않으며 탈주자를 유인하기 위한 보안국의 전설이다.
여섯 번째.
아르카가 인간의 자유의지를 실험하기 위해 만든 최종 구역이다.
마지막 일곱 번째 지도에는 아무것도 표시되지 않았다.
도착하기 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도착한 사람들의 선택으로 만들어진다.
미라가 일곱 개의 문장을 번갈아 바라봤다.
“이 중 하나는 맞겠죠?”
정언이 물었다.
“그렇게 믿고 싶습니까?”
도윤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우리는 이야기를 사러 온 것이 아닙니다. 확인된 이동 기록을 보여 주십시오.”
“그런 자료도 있습니다.”
정언이 손가락을 움직였다.
수백 개의 이동기록이 벽에 떠올랐다.
사람들이 새벽정원을 찾아 떠난 날짜와 방향, 마지막 신호가 표시돼 있었다.
어떤 사람은 북쪽 산맥에서 사라졌다.
어떤 사람은 다시 통합도시로 돌아갔다.
어떤 사람은 시신으로 발견됐다.
몇몇 사람은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찾았다.
우리가 믿은 것과 다르다.
더 이상 나를 찾지 마라.
문은 존재한다.
문은 존재하지 않는다.
미라가 물었다.
“어느 것이 진짜죠?”
“모두 실제로 남겨진 기록입니다.”
“그런데 왜 말이 전부 달라요?”
“서로 다른 것을 발견했을 수 있습니다.”
정언이 대답했다.
“같은 것을 보고 다르게 이해했을 수도 있고요.”
도윤이 물었다.
“가장 생존율이 높은 경로는?”
“그 질문이라면 답할 수 있습니다.”
기록들이 세 경로로 정리됐다.
동쪽 수로 경로 생존율 64퍼센트.
고가도로 하부 경로 생존율 57퍼센트.
북쪽 산맥 경로 생존율 41퍼센트.
그러나 목적지 도달률은 어디에도 표시되지 않았다.
이안이 물었다.
“생존율만 있고 도착 가능성은 없는 이유가 뭡니까?”
“도착했는지를 검증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거의 없군요.”
정언이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그래서 이곳에서 확신을 판매합니다.”
“없는 사실을 만들어서요?”
“사람은 사실이 부족해서 멈추는 것이 아닙니다.”
정언이 일곱 개의 지도를 가리켰다.
“사실들이 서로 충돌할 때 멈춥니다. 확신은 그중 하나를 선택할 힘을 줍니다.”
“잘못된 길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 길도 선택하지 않는 것보다 나쁠까요?”
이안은 대답하지 못했다.
교차로에 계속 머물렀다면 식량과 물은 결국 바닥났을 것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하나의 길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은 온다.
문제는 선택이 아니었다.
선택한 뒤 그것만이 유일한 진실이었다고 믿는 일이었다.
정언이 네 개의 의자를 가리켰다.
“원하는 확신을 말씀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