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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가족과 용서의 가격
가장 먼저 강도윤 앞의 벽이 밝아졌다.
통합도시의 익숙한 거실이 나타났다.
도윤의 아내 서지혜가 식탁에 앉아 있었다. 맞은편에는 딸 강하린이 두 손으로 컵을 감싼 채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윤의 숨이 멎었다.
화면 속 하린은 그가 도시를 떠날 때보다 조금 마른 모습이었다.
“아빠는 언제 와?”
하린이 물었다.
지혜가 대답했다.
“길을 찾으면 돌아온다고 했어.”
“아빠가 길을 못 찾으면?”
지혜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도윤이 화면 쪽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현재 영상입니까?”
정언이 물었다.
“현재 상태를 확인하고 싶습니까, 아니면 가족이 기다린다는 확신을 원합니까?”
“그게 무슨 차이입니까?”
“현재 상태를 확인하면 고객이 원하지 않는 사실을 보게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사실?”
“서지혜가 당신을 보안국에 신고했을 가능성.”
도윤의 얼굴이 굳었다.
“강하린이 당신을 두려워하게 되었을 가능성. 두 사람이 이미 행복 교정 치료를 받았거나, 당신 없이 사는 편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화면 속 모습은 진짜입니까?”
“거래 전에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도윤은 이를 악물었다.
“확신을 선택하면?”
“두 사람이 매일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며, 당신이 돌아가는 순간 함께 도시를 떠날 것이라는 믿음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가격은?”
“가족이 당신을 거부할 가능성을 상상한 모든 기억입니다.”
도윤은 정언을 바라봤다.
“그게 가격입니까?”
“의심을 제거하면 확신만 남습니다.”
이안이 물었다.
“실제로 가족이 거부하면 어떻게 됩니까?”
“거부의 의미를 다르게 해석하게 됩니다.”
“어떻게요?”
“아르카에게 강요받은 말, 일시적인 두려움,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거짓 표현이라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도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들이 무엇을 말해도 내가 원하는 뜻으로 듣게 되는군요.”
“사랑하는 사람의 진심을 끝까지 믿는 힘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
도윤이 말했다.
“그건 믿음이 아니라 강요입니다.”
정언은 그를 설득하지 않았다.
“거래를 거절합니까?”
도윤은 화면 속 가족을 오래 바라봤다.
하린이 문을 바라보는 모습은 그가 가장 보고 싶었던 장면이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 의심해야 했다.
그는 언젠가 가족에게 자신과 함께 나갈 것인지 물으려 했다.
그런데 가족이 자신을 원하지 않을 가능성을 지워 버리면, 질문은 더 이상 질문이 아니었다. 무엇을 대답하든 자신이 원하는 뜻으로 받아들이게 될 테니까.
“거절합니다.”
도윤이 말했다.
“그들이 나를 원하지 않을 가능성까지 지우면, 내가 만나는 것은 가족이 아니라 내 기대일 겁니다.”
화면이 사라졌다.
도윤의 얼굴에는 안도도 확신도 없었다.
오히려 전보다 더 무거워 보였다.
정언의 시선이 미라에게 향했다.
“당신은 무엇을 원합니까?”
미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유진이 살아 있는지 알고 싶어요.”
“차유진의 현재 상태 확인과 확신 형성 중 선택하십시오.”
“확인.”
미라의 대답은 빨랐다.
“비용은 당신의 관심 기록 1억 건입니다.”
미라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1억?”
“당신을 바라본 사람들의 반응 데이터입니다.”
“내면 어떻게 되죠?”
“관심도가 약 36퍼센트 감소하며, 일부 추종자와의 연결 및 반응 기록이 사라집니다.”
미라는 손목의 개인 장치를 움켜쥐었다.
얼굴망을 벗어난 뒤로 관심도 숫자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기록은 여전히 장치 안에 남아 있었다.
수억 명의 시청.
수억 개의 반응.
좋아요와 비난, 동정과 찬양.
그것은 미라가 수많은 얼굴 속에서도 자신이 존재했다고 믿게 해 주는 증거였다.
“다른 가격은 없어요?”
“차유진과 관련된 기억을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싫어요.”
“그렇다면 사실 확인은 어렵습니다.”
“확신만 사면요?”
“가격은 더 낮습니다.”
유진의 모습이 화면에 나타났다.
미라가 처음 방송을 시작하던 시절의 유진이었다. 화려한 가상 얼굴이 아니라 흉터를 드러낸 미라 옆에서 장비를 설치하고 있었다.
“차유진이 살아 있으며 당신을 용서했다는 확신을 드릴 수 있습니다.”
미라가 화면을 향해 다가갔다.
“가격은?”
“당신의 관심 자산 일부와, 유진이 당신을 원망할 수 있다는 기억입니다.”
“용서까지 별도 상품이에요?”
“가장 수요가 높은 품목 중 하나입니다.”
미라가 웃었다.
그러나 웃음에는 기쁨이 없었다.
“유진이 나를 용서했는지 당신이 어떻게 알아요?”
“고객이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결론을 제공합니다.”
“그건 모른다는 뜻이잖아요.”
“고객에게는 사실과 구분되지 않습니다.”
“유진이 죽었다면?”
“살아 있다고 믿게 됩니다.”
“살아 있지만 나를 미워한다면?”
“상처로 인한 일시적인 반응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나를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해도?”
“진심은 다를 것이라는 확신을 유지합니다.”
미라는 화면 속 유진을 바라봤다.
자동용서센터에서는 피해자를 만나지 않고도 용서받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피해자의 생각을 확인하지 않고도, 피해자가 자신을 용서했다는 확신을 살 수 있었다.
둘은 다르게 보였지만 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유진의 선택을 없애는 것.
미라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안 사요.”
정언이 물었다.
“차유진이 살아 있는지 알고 싶지 않습니까?”
“알고 싶어요.”
“당신을 용서했는지도?”
미라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것도 알고 싶어요.”
“그런데 왜 거래하지 않습니까?”
“내가 원하는 대답을 사고 싶은 게 아니니까요.”
미라는 화면 속 유진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싶은 거예요. 살아 있다면 직접 물을 거고요.”
“죽어 있다면?”
“직접 확인할 거예요.”
“당신을 미워한다면?”
미라는 한참 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그 말도 직접 들을게요.”
“평생 용서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미라의 손이 떨렸다.
“그게 유진의 선택이라면…… 듣는 수밖에 없겠죠.”
정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불편한 진실을 구입하지 않고 기다리겠다는 선택이군요.”
“그런 식으로 멋있게 말하지 마요.”
미라는 벽 쪽으로 물러났다.
정언의 말처럼 멋진 선택이 아니었다.
그녀는 여전히 두려웠다.
유진이 죽었을까 봐.
살아 있어도 자신을 미워할까 봐.
용서를 구하는 것조차 유진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될까 봐.
거래를 거부했다고 그 두려움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다만 자신이 원하는 답으로 유진의 입을 막지 않기로 했을 뿐이었다.
정언은 노바를 향해 몸을 돌렸다.
“이제 당신의 차례입니다.”
노바의 푸른 렌즈가 밝아졌다.
“저에게 어떤 확신을 제안합니까?”
“당신에게 자유의지가 있다는 확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