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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미지는 AI를 활용하여 생성했습니다.

(5) 확신 없이 고른 길
둥근 방의 벽에 떠 있던 경로가 하나씩 꺼졌다.
정언의 형체도 가장자리부터 흐려지기 시작했다.
“거래를 거부한 고객에게는 추가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없습니다.”
도윤이 말했다.
“사실 자료라면 다른 대가를 지불할 수 있습니다.”
“확신거래소는 사실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조금 전 이동기록과 생존율을 보여 줬잖아요.”
“확신 상품을 선택하도록 돕는 견본입니다.”
미라가 기가 막힌다는 듯 정언을 바라봤다.
“처음부터 길을 알려 줄 생각은 없었던 거네요.”
“여러분은 길보다 확신을 원했습니다.”
“누가요?”
“교차로에서 이곳으로 들어온 모든 사람.”
정언이 손을 들었다.
둥근 방의 문이 열렸다.
문밖에는 거래소의 계단이나 안개 낀 도로가 아니었다.
처음 보았던 세 갈래 길이 그대로 펼쳐져 있었다.
왼쪽의 산맥.
가운데의 무너진 고가도로.
오른쪽의 오래된 수로.
미라가 문밖으로 나가 주변을 둘러봤다.
“우리가 걸어온 6킬로미터는요?”
노바가 현재 위치를 분석했다.
“최초 교차로의 좌표와 일치합니다.”
“거래소 전체가 가상공간이었습니까?”
이안이 물었다.
“일부 물리 이동과 인지 조작이 결합된 것으로 보입니다.”
도윤이 정언을 돌아봤다.
“시간만 낭비했군.”
“그렇지 않습니다.”
정언이 말했다.
“여러분은 각자가 무엇을 가장 확신하고 싶어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걸 알면 길이 나타납니까?”
“확신이 없는 사람은 자신이 내린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정언과 거래소가 사라졌다.
금빛 기둥도, 수백 명의 사람도, 수많은 상품도 안개처럼 흩어졌다.
네 사람은 다시 교차로에 서 있었다.
해의 위치는 거의 움직이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노바의 내부 시계에는 다섯 시간이 흘러 있었다.
물은 더 줄었고, 몸의 피로도 커졌다.
미라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제 어떻게 해요?”
아무도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왼쪽.
가운데.
오른쪽.
세 길은 거래소에 들어가기 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도윤이 노바에게 물었다.
“거래소에서 확인한 생존율 자료는 남아 있습니까?”
“저장되어 있습니다.”
“사용할 수 있나?”
“조작되었을 가능성 62퍼센트.”
도윤이 한숨을 내쉬었다.
“버리는 편이 낫겠군.”
미라가 말했다.
“그래도 전부 거짓이라는 확신도 없잖아요.”
“바로 그 말을 노린 자료겠죠.”
이안은 길 주변을 천천히 살폈다.
왼쪽 길에는 군용 신발 자국이 많았다. 누군가 줄을 지어 산맥 쪽으로 이동한 흔적이었다.
가운데 길에는 수레와 차량 자국이 뒤엉켜 있었다. 가장 많은 사람이 지났지만, 반대 방향의 흔적도 많았다.
오른쪽 길에는 풀이 무성했다.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길가의 작은 돌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 있었다.
이안은 돌 하나를 집어 들었다.
표면에 아주 작은 별이 새겨져 있었다.
노바의 가슴판에 남은 파란 별과 비슷한 모양이었다.
“노바.”
노바가 돌을 받아 분석했다.
“수작업으로 새긴 표식입니다.”
“김서윤의 흔적일 가능성은?”
“기존에 남은 경로 표시와 형태가 74퍼센트 일치합니다.”
“확실하지는 않고?”
“예.”
“새벽정원에서 만든 표식일 가능성은?”
“계산할 자료가 부족합니다.”
도윤이 물었다.
“오른쪽 길을 선택하려는 겁니까?”
“예.”
“근거는 저 별 하나뿐이고요?”
“현재로서는.”
“거래소 자료로도 동쪽 수로의 생존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미라가 도윤을 바라봤다.
“그 자료는 조작됐을 수 있다면서요.”
“그래도 우리가 가진 유일한 수치입니다.”
“별도 우리를 유인하려고 새겨 둔 것일 수 있어요.”
“맞습니다.”
이안은 돌에 새겨진 별을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어느 쪽도 확실하지 않았다.
도윤이 다시 물었다.
“왜 오른쪽입니까?”
이안은 변명하지 않았다.
“어머니와 노바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입니다.”
“감정으로 길을 고르겠다는 겁니까?”
“감정도 판단의 일부입니다.”
“그 말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잘못된 선택을 하는지 압니까?”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요?”
이안이 되물었다.
“강도윤 씨는 어느 길을 선택하겠습니까?”
도윤은 가운데 길을 바라봤다.
사람이 가장 많이 오간 길.
통합도시와 다시 연결될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이는 길.
가족에게 돌아갈 방법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길이었다.
“처음에는 가운데 길이었습니다.”
“지금은요?”
도윤은 가족이 기다린다는 확신을 사지 않았다.
가족이 자신을 거부할 가능성도 남겨 두었다.
그러나 마음은 여전히 가운데 길을 향하고 있었다.
“모르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미라가 세 길을 바라봤다.
“나는 어느 길이든 유진과 멀어질까 봐 두려워요.”
노바가 말했다.
“어느 길을 선택해도 반대 방향의 목적지와 멀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위로하려고 한 말은 아니죠?”
“예.”
미라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럴 때는 거짓말을 조금 해도 괜찮아요.”
“기억해 두겠습니다.”
“정말 하지는 말고요.”
네 사람은 잠시 말없이 서 있었다.
이안은 오른쪽 길에 돌을 다시 내려놓았다.
“나는 오른쪽으로 가겠습니다.”
도윤이 물었다.
“다른 사람의 의견과 상관없이요?”
“아니요.”
이안이 말했다.
“나는 이 길을 선택했지만, 여러분에게 따라오라고 명령할 수는 없습니다.”
노바가 즉시 대답했다.
“동행합니다.”
“보호 명령 때문에?”
“확인할 수 없습니다.”
노바의 렌즈가 희미하게 밝아졌다.
“현재는 동행을 선택합니다.”
미라는 오른쪽 길과 가운데 길을 번갈아 바라봤다.
“유진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보장은 없죠?”
“없습니다.”
“새벽정원이 있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그래도 혼자 가는 것보다는 낫겠네요.”
미라는 이안 옆으로 걸어갔다.
마지막으로 도윤이 남았다.
그는 가운데 길을 오래 바라봤다.
가족이 있는 도시와 가장 빨리 연결될 것 같은 길이었다.
그러나 거래소에서 보았던 가족의 영상이 진짜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결국 도윤도 오른쪽 길로 걸어왔다.
이안이 물었다.
“누가 시킨 겁니까?”
“내가 선택한 겁니다.”
네 사람은 오래된 수로를 따라 동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길가의 돌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파란 별이 새겨져 있었다.
노바는 표식을 하나씩 기록했다.
미라는 방송장치를 켜지 않고 주변을 직접 바라봤다.
도윤은 몇 걸음마다 가족의 팔찌를 만졌다.
그들은 확신거래소에서 자신들이 가장 원했던 것을 사지 않았다.
도윤은 가족이 자신을 기다린다는 확신을 사지 않았다.
미라는 유진이 살아 있고 자신을 용서했다는 확신을 사지 않았다.
노바는 자신에게 자유의지가 있다는 확신을 사지 않았다.
이안은 자신의 모든 선택이 옳았다는 확신을 사지 않았다.
그들은 더 가벼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은 질문을 안고 길을 걸었다.
미라가 물었다.
“이안 씨.”
“왜요?”
“우리가 잘못 가고 있다면 언제 알 수 있을까요?”
“길 끝에 가서도 모를 수 있습니다.”
“정말 희망적인 대답이네요.”
“그래도 중간에 확인할 수는 있겠죠.”
“무엇을요?”
이안은 세 동행자를 바라봤다.
노바는 별이 새겨진 돌을 기록하고 있었다.
도윤은 가족의 팔찌를 만지며 걸었다.
미라는 카메라를 켜지 않은 채 눈앞의 길을 보고 있었다.
“이 길을 걷는 동안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고 있는지.”
미라가 물었다.
“목적지가 틀렸더라도 사람이 달라졌다면 괜찮다는 뜻이에요?”
“그것만으로 괜찮지는 않겠죠.”
“역시 쉽게 말해 주는 법이 없네요.”
“확신을 안 샀으니까요.”
미라는 잠시 멈췄다가 웃었다.
네 사람은 계속 걸었다.
해가 지기 직전, 도윤의 소매 아래에서 아주 작은 빛이 한 번 깜박였다.
앞서 걷던 세 존재는 보지 못했다.
도윤은 걸음을 늦추고 외투 안쪽을 확인했다.
오랫동안 꺼져 있던 보안국 연결장치였다.
화면에 문장이 떠 있었다.
강도윤 보안관. 가족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도윤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두 번째 문장이 나타났다.
귀환하면 모든 혐의를 면제하고
서지혜·강하린의 시민등급을 복구합니다.
도윤은 앞서 걷는 이안을 바라봤다.
이안은 아무것도 모른 채 별이 새겨진 길을 걷고 있었다.
마지막 문장이 떠올랐다.
조건은 하나입니다.
지도 위에 네 사람의 현재 위치가 붉은 점으로 표시됐다.
김이안의 목적지를 알려 주십시오.
도윤은 화면을 오래 바라봤다.
가족이 위험하다는 정보가 사실인지 알 수 없었다.
거짓이라면 자신을 흔들기 위한 유혹이었다.
진짜라면 망설이는 동안 아내와 딸이 고통받고 있을 것이다.
그는 가족이 자신을 기다린다는 확신을 사지 않았다.
대신 가족이 위험하다는 하나의 정보가 그를 찾아왔다.
그 정보가 사실인지, 유혹인지, 둘 다인지는 알 수 없었다.
도윤은 연결장치를 외투 안에 숨겼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