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 이미지는 AI를 활용하여 생성하였습니다.

(1) 거절 항목은 없었다

강도윤은 밤이 다 지나도록 잠들지 못했다.
꺼져 있어야 할 보안국 연결장치는 외투 소매 아래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진동했다. 화면을 열지 않아도 어떤 문장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가족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도윤은 눈을 감았다.
아내 서지혜의 얼굴이 떠올랐다.
출근을 준비하며 머리를 묶던 모습.
딸 하린의 학교 가방을 확인하던 모습.
도윤이 외곽 임무를 나갈 때마다 현관 앞에 서서 무사히 돌아오라고 말하던 모습.
그리고 도시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
“당신이 나가면 우린 어떻게 해?”
지혜가 물었다.
“먼저 길을 확인하고 돌아올게.”
“그 길이 정말 존재하는지도 모르잖아.”
“여기 남으면 하린이 치료 대상이 될 거야.”
“밖으로 나가면 치료받을 기회조차 없어.”
지혜의 목소리에는 분노보다 두려움이 더 많았다.
“당신은 늘 위험한 사람들을 체포해 왔어. 밖이 어떤 곳인지 누구보다 잘 알잖아.”
“그래서 알아. 우리가 들은 것과 실제가 다르다는 걸.”
“당신이 본 외부는 도망자와 범죄자뿐이었어.”
“도시가 그렇게 분류한 사람들이지.”
지혜는 한참 동안 남편을 바라봤다.
“하린은 내 딸이기도 해.”
도윤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딸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내도 똑같이 생각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말하는 ’지킨다’는 서로 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도윤에게 보호는 도시에서 빠져나오는 일이었다.
지혜에게 보호는 최소한의 의료와 식량이 보장되는 도시 안에 남는 일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가 틀렸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선택한 방향으로 가족 모두가 따라와야 한다고 믿었다.
결국 도윤은 혼자 나왔다.
가족을 버린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먼저 안전한 길을 찾는 것이라고 믿었다.
길을 찾으면 반드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의 손목에는 자신이 떠난 탓에 가족이 위험해졌다는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도윤은 연결장치를 다시 켰다.
화면 위로 붉은 지도가 나타났다.
그들이 머무는 위치는 정확히 표시되지 않았다. 연결장치가 충분한 신호를 확보하지 못한 듯 붉은 점이 넓은 원 안에서 불규칙하게 흔들렸다.
그 아래에는 귀환 조건이 반복되고 있었다.
김이안의 목적지를 알려 주십시오.
귀환 즉시 강도윤의 모든 혐의를 면제합니다.
서지혜와 강하린의 시민등급을 원상 복구합니다.
가족 단위 보호주거를 보장합니다.
도윤은 손가락을 화면 위에 올렸다.
응답 버튼은 단 하나였다.
조건을 수락합니다.
거절 항목은 없었다.
그는 화면을 껐다.
개인화 네트워크도, 자동용서센터도, 확신거래소도 비슷했다.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준비된 선택지는 언제나 시스템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열려 있었다.
선택하지 않는다는 선택은 표시되지 않았다.
도윤은 잠든 동행자들을 바라봤다.
김이안은 굵은 나무뿌리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오른손에는 길에서 발견한, 파란 별이 새겨진 작은 돌이 쥐어져 있었다.
미라는 외투를 머리까지 덮은 채 잠들어 있었다. 외부망이 끊긴 뒤에도 휴대 기록 장치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노바는 잠을 자지 않았다.
나무 옆에 앉아 주변을 감시하고 있었다. 새로 수리한 왼팔은 무릎 위에 놓여 있었고, 깨진 기체의 푸른 렌즈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났다.
“강도윤의 심박수가 높습니다.”
노바가 말했다.
도윤은 놀라 손목을 소매 안으로 감췄다.
“잠이 오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수면 부족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수치입니다.”
“나를 감시하는 겁니까?”
“경계 임무 중 동행자의 생체 이상을 확인했습니다.”
“내 몸을 분석하지 마십시오.”
“이전 요청에는 해당 제한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추가합니다.”
노바의 렌즈가 한 차례 깜박였다.
“생체 상태를 다른 동행자에게 공유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즉각적인 위험이 감지될 경우 경고합니다.”
“알겠습니다.”
노바는 도윤을 잠시 더 바라봤다.
“연결 신호가 있습니까?”
도윤의 얼굴이 굳었다.
“무슨 말입니까?”
“강도윤의 외투 안쪽에서 미약한 전자파가 감지됩니다.”
도윤은 본능적으로 허리 쪽으로 손을 옮겼다.
노바의 몸도 움직였다.
공격 자세는 아니었다.
그러나 도윤이 무기를 꺼낸다면 즉시 막을 준비를 한 모습이었다.
“보안국 장치입니다.”
도윤이 말했다.
“비활성화된 장치로 알고 있었습니다.”
“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언제 다시 켜졌습니까?”
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노바가 잠든 이안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김이안을 깨우겠습니다.”
“기다리십시오.”
“동행 조건에 따라 위험 요소는 사전에 공유해야 합니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입니다.”
“연결장치의 활성화는 확인됐습니다.”
“내용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노바는 몇 초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강도윤이 직접 공유할 시간을 요청합니까?”
도윤은 손목을 움켜쥐었다.
“아침에 이야기하겠습니다.”
“정확한 시점을 말하십시오.”
“모두가 깨어나면.”
“그때까지 외부 통신을 시도하지 않겠습니까?”
도윤의 대답이 늦어졌다.
노바의 푸른 렌즈가 그의 얼굴을 향하고 있었다.
“예.”
도윤이 말했다.
노바는 그의 말을 기록했다.
“약속을 확인했습니다.”
도윤은 더 이상 잠을 청하지 않았다.
동쪽 하늘이 밝아지기 직전, 보안국 연결장치가 다시 진동했다.
이번에는 문장이 아니었다.
영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