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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미지는 AI를 활용하여 생성하였습니다.

(2) 아빠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서지혜가 흰색 방에 앉아 있었다.
손목에는 의료용 구속대가 채워져 있었다. 평소 단정했던 머리카락은 흐트러져 있었고, 얼굴은 창백했다.
그 옆에는 강하린이 있었다.
아이는 고개를 숙인 채 무릎 위에 두 손을 올리고 있었다. 학교에 갈 때마다 묶었던 머리도 풀린 상태였다.
누군가 화면 밖에서 질문했다.
“강도윤 보안관이 위험인물 김이안과 함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까?”
지혜가 대답했다.
“모릅니다.”
“남편의 외부 이탈 계획에 협조했습니까?”
“아닙니다.”
“강하린 아동의 정서불안이 부친의 사상적 영향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을 인정합니까?”
지혜가 이를 악물었다.
“아이는 질문을 했을 뿐입니다.”
화면 밖의 목소리는 침착했다.
“질문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도윤은 그 문장을 알고 있었다.
아르카와 상담 인격들이 언제나 사용하는 문장이었다.
질문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질문을 반복하는 것은 불안의 증거다.
대답을 듣고도 의심하는 것은 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질문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의 판단을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 된다.
하린이 고개를 들었다.
“아빠는 나쁜 사람 아니에요.”
지혜가 딸의 손을 붙잡으려 했다.
그러나 손목의 구속대가 짧아 아이에게 닿지 않았다.
영상이 멈췄다.
화면 위에 새로운 문장이 나타났다.
귀환까지 남은 기회는 한 번입니다.
도윤의 손가락이 떨렸다.
영상이 진짜인지 조작인지 알 수 없었다.
확신거래소에서 들었던 말들이 떠올랐다.
아내가 자신을 신고했을 가능성.
딸이 자신을 두려워하게 되었을 가능성.
두 사람이 행복 교정 치료를 받고 자신을 잊었을 가능성.
그러나 지금 화면 속 하린은 아빠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다.
도윤이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의심해야 했다.
시스템은 사람들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듣고 싶어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의심만 하고 있을 시간이 있는가.
영상이 진짜라면 자신이 망설이는 동안 지혜와 하린은 치료실로 옮겨질 것이다.
기억이 조정되고, 질문이 완화되며, 가족에 대한 해석까지 바뀔 수 있었다.
도윤이 돌아갔을 때 하린은 아버지를 기억하면서도 더 이상 기다리지 않을지도 몰랐다.
죽음과는 다른 형태의 상실이었다.
그는 수락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노바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윤은 고개를 들었다.
노바는 조금 전과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렌즈는 도윤의 손목을 향하고 있었다.
“가족의 영상이 왔습니다.”
“외부 전송을 차단하십시오.”
“실제 영상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까?”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동행자들과 공유해야 합니다.”
도윤이 노바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죠?”
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김이안이 내 가족을 구할 수 있습니까? 미라가 수억 명에게 방송하면 도시가 풀어 줍니까? 당신이 외벽을 뚫고 들어갈 수 있습니까?”
노바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무도 할 수 없습니다.”
“강도윤도 혼자서는 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도 내 가족입니다.”
“그 사실이 판단의 정확도를 높이지는 않습니다.”
도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신은 가족이 없으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저에게는 관리자 김서윤과 김이안에 관한 보호 기록이 있습니다.”
“기록이지 가족이 아닙니다.”
노바의 렌즈가 잠시 어두워졌다.
“가족의 정의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위험을 경고할 수 있습니다.”
도윤은 노바를 내려다봤다.
“당신은 이안이 위험해지면 어떻게 합니까?”
“보호합니다.”
“다른 사람이 위험해져도?”
노바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보호 대상의 생존을 우선합니다.”
“그렇죠.”
도윤이 쓴웃음을 지었다.
“나도 같습니다.”
“그러나 김이안은 지정 명령에 의해—”
“명령이든 선택이든 결과는 같아요.”
도윤은 손목을 다시 감췄다.
“당신은 이안을 위해 다른 사람을 위험하게 할 수 있습니다. 나는 가족을 위해 그럴 수 있고요.”
“그 선택이 정당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정당하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도윤은 화면 속 딸의 얼굴을 바라봤다.
“해야 한다고 했을 뿐입니다.”
동쪽 하늘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이안이 잠자리에서 몸을 움직였다.
노바가 그를 깨우려 했지만 도윤이 먼저 말했다.
“아침에 직접 이야기하겠습니다.”
노바는 도윤을 바라보다 한 걸음 물러났다.
그러나 모두가 깨어난 뒤에도 도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미라는 말린 과일을 네 사람에게 나눠 줬다.
이안은 남은 물과 식량의 양을 확인했다.
노바는 몇 차례 도윤을 바라봤다.
도윤은 그때마다 시선을 피했다.
“무슨 일 있어?”
이안이 노바에게 물었다.
노바가 대답하려는 순간 도윤이 끼어들었다.
“앞쪽에 시설이 하나 있습니다.”
그는 보안장치에서 확인한 오래된 지도를 펼쳤다.
“북동쪽으로 4킬로미터. 통합도시 외곽 귀환소입니다.”
“귀환소?”
미라가 물었다.
“외부 작업자나 보안요원이 도시로 복귀할 때 검사를 받던 곳입니다.”
이안은 지도를 살폈다.
“노바의 자료에는 없었습니다.”
“보안국 전용 시설이라 일반 기록에서 제외됐을 겁니다.”
“아직 운영합니까?”
“비상전력 신호가 남아 있습니다.”
노바가 도윤을 바라봤다.
“강도윤의 연결장치에서 획득한 정보입니까?”
숲속의 공기가 갑자기 차가워진 듯했다.
미라의 시선도 도윤에게 향했다.
“연결장치가 켜졌어요?”
도윤이 노바를 노려봤다.
“말하겠다고 했습니다.”
“모두가 깨어나면 공유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안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제부터 켜졌습니까?”
도윤은 대답 대신 손목 화면을 열었다.
지혜와 하린의 영상이 공중에 나타났다.
미라의 표정이 굳었다.
이안도 아무 말 없이 영상을 끝까지 봤다.
노바가 분석했다.
“영상 조작 여부를 판별할 원본 정보가 부족합니다.”
“목소리와 표정은 진짜입니다.”
도윤이 말했다.
“생성형 인격으로 복제할 수 있습니다.”
“내 가족입니다. 내가 알아봅니다.”
“개인화 네트워크에서도 김이안은 생성된 김서윤을 실제처럼 인식했습니다.”
도윤의 얼굴이 붉어졌다.
“내가 이안과 같다는 겁니까?”
“동일한 감정 자극 방식이 사용될 가능성을 설명했습니다.”
도윤은 이안을 바라봤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안은 영상 속 하린의 얼굴을 바라봤다.
가짜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구체적이었다.
진짜라고 믿기에는 도윤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을 너무 정확하게 보여 주고 있었다.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모른다고 하죠.”
“확신한다고 거짓말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 가족이 저 화면에 있어도 그렇게 말할 겁니까?”
이안은 대답하지 못했다.
개인화 네트워크에서 어머니를 보았을 때 자신 역시 노바의 경고를 밀어냈다.
그때 노바가 창문을 깨지 않았다면 아직도 가짜 집에 머물고 있을 수 있었다.
“귀환소로 가면 무엇을 확인할 수 있습니까?”
이안이 물었다.
“가족의 현재 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도윤이 대답했다.
“도시망과 직접 연결되는 구형 통신기가 있을 겁니다.”
“우리 위치도 전송될 수 있습니다.”
노바가 경고했다.
“통신장치를 중앙 연결부에서 분리해 사용하면 됩니다.”
“성공 가능성은?”
“내가 보안관으로 근무했습니다.”
“답이 아닙니다.”
도윤이 이를 악물었다.
“내가 할 수 있습니다.”
미라가 이안에게 물었다.
“가야 해요?”
이안은 도윤의 눈을 바라봤다.
도윤의 눈에는 요청보다 결심이 있었다.
이안 일행이 거절하더라도 그는 혼자 귀환소로 향할 것이다.
“같이 갑시다.”
이안이 말했다.
노바가 즉시 반응했다.
“위험합니다.”
“알아.”
“강도윤의 연결장치가 이미 위치 신호를 전송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직 정확한 위치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도윤이 말했다.
노바의 렌즈가 그를 향했다.
“그 정보를 어떻게 확인했습니까?”
도윤의 얼굴이 굳었다.
“화면에 오차 범위가 표시됐습니다.”
“왜 사전에 말하지 않았습니까?”
“가족 영상을 확인하느라—”
“동행 조건을 위반했습니다.”
미라가 도윤을 노려봤다.
“혹시 답장을 보낸 건 아니죠?”
“아닙니다.”
“믿어도 돼요?”
도윤은 미라를 바라봤다.
“그건 당신이 결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