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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윤이 사라진 자리
강도윤이 사라진 뒤, 세 사람은 서로의 걸음 소리를 더 자주 확인했다.
누군가 뒤처지면 기다렸고, 나무 사이에서 작은 소리가 나면 동시에 돌아봤다. 미라는 잠들기 전 자신의 장치를 세 번씩 검사했다. 노바는 경계 범위를 이전보다 넓혔다.
김이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도윤이 있어야 할 자리를 계속 바라봤다.
앞장서서 길을 살피던 검은 보안 외투.
위험을 발견하면 주먹을 쥐던 손.
가족의 실팔찌를 만지던 습관.
도윤은 그들을 배신했다.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안은 수풀 너머에서 검은 외투가 나타날 것 같은 생각을 버리지 못했다.
노바는 동행자 명단에서 도윤을 삭제하지 않았다.
상태만 변경했다.
강도윤 ― 불확실.
이안도 지워 달라고 말하지 않았다.
세 사람은 별이 새겨진 돌을 따라 북동쪽으로 걸었다. 돌의 간격은 점점 멀어졌다. 어떤 구간에서는 반나절 동안 표식을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
길이 맞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도윤이 그들의 목적지를 아르카에 전송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이안은 가끔 뒤를 돌아봤다.
“추적 신호는?”
그가 물을 때마다 노바는 비슷한 대답을 했다.
“현재는 감지되지 않습니다.”
“현재는?”
미라가 예민하게 반응했다.
“앞으로 감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냥 없다고 말하면 안 돼요?”
“현재 확인되지 않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은 다릅니다.”
미라는 대꾸하지 않았다.
도윤이 사라진 뒤부터 세 사람의 대화에는 이전보다 더 긴 침묵이 끼어들었다.
노바가 길을 안내하면 미라는 경로의 근거를 물었다.
미라가 휴식 장소를 고르면 이안은 주변에 통신 장치가 없는지 확인했다.
이안이 물을 나누면 노바는 세 사람의 양이 정말 같은지 다시 계산했다.
서로를 의심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한 번의 배신은 이전에는 질문하지 않았던 것까지 묻게 만들었다.
사흘째 오후, 길은 넓은 분지로 이어졌다.
분지 중앙에는 원형 경기장 같은 건물이 서 있었다.
건물 주위로 수백 개의 송신탑이 솟아 있었고, 탑마다 깨진 거울 모양의 수신판이 달려 있었다. 대부분 녹슬어 있었지만 일부에서는 아직 푸른빛이 깜박였다.
경기장 외벽에는 거대한 화면들이 겹겹이 붙어 있었다. 전원이 꺼진 화면은 검은 거울처럼 세 사람을 비추었다.
미라가 걸음을 멈췄다.
“여기 알아요.”
이안이 물었다.
“무슨 곳입니까?”
미라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경기장 입구 위에는 오래된 문구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공개검증광장
그 아래에는 최근에 새로 투사된 글자가 선명하게 빛났다.
진실은 숨길 수 없습니다.
노바가 건물을 분석했다.
“대규모 통신 신호가 감지됩니다.”
“다면체 도시와 연결돼 있나?”
“유사한 망을 사용하지만 규모가 더 큽니다.”
미라의 손이 휴대 장치로 향했다.
장치는 이미 스스로 켜져 있었다.
오랫동안 끊겨 있던 연결 표시가 하나씩 되살아났다.
열 명.
백 명.
1만 명.
100만 명.
접속자 수가 빠르게 올라갔다.
미라의 머리 위에 사라졌던 관심도 수치가 다시 나타났다.
2억 8163만 1021.
숫자는 멈추지 않았다.
동시에 미라의 실제 얼굴 위로 가상 외형이 자동으로 덧씌워졌다.
화려한 붉은 드레스.
빛으로 흩어지는 긴 머리카락.
흠 하나 없는 피부.
미라는 황급히 장치를 끄려 했다.
화면에는 붉은 경고가 나타났다.
외부 송출 권한이 제한되었습니다.
“누가 연결한 거죠?”
이안이 물었다.
“제가 아니에요.”
미라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곳은 공개재판망이에요.”
“재판?”
“다면체 도시 초기에 만들어졌어요. 유명인의 분쟁이나 고발을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접속자들이 증거와 진술을 평가했죠.”
“시민들이 판결했습니까?”
“처음에는 참고 의견만 냈어요.”
미라는 경기장을 바라봤다.
“나중에는 반응 수치가 판결이 됐고요.”
노바가 말했다.
“공식 사법 기능은 감지되지 않습니다.”
“법원은 아니에요.”
미라가 대답했다.
“그런데 여기서 유죄가 되면 직업도, 주거권도, 연결망도 전부 잃을 수 있었어요.”
“누가 사람을 이곳으로 데려왔습니까?”
“사람들이요.”
미라는 자신의 머리 위 숫자를 가리려 했다.
“충분히 많은 사람이 답을 원하면 재판이 열렸어요.”
그 순간 경기장 전체의 조명이 켜졌다.
수신탑들이 동시에 회전했다.
입구의 문이 열렸다.
거대한 환호성이 안쪽에서 터져 나왔다.
사람들이 실제로 모여 있는 소리가 아니었다.
수억 명의 접속자가 남긴 반응이 하나의 함성으로 변환되고 있었다.
“미라.”
여자의 목소리가 경기장 전체에 울렸다.
“오랜만이야.”
미라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경기장 외벽의 모든 화면에 한 여자가 나타났다.
긴 검은 머리.
창백한 얼굴.
날카롭지만 지친 눈.
이안은 처음 보는 사람이었지만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유진.”
미라가 속삭였다.
화면 속 여자가 희미하게 웃었다.
“내 이름은 기억하네.”
접속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3억 명.
4억 명.
5억 명.
하늘 위로 수많은 반응이 떠올랐다.
유진이 살아 있었어?
미라가 배신한 그 사람 맞죠?
드디어 진실이 공개된다.
미라의 가면을 벗겨 주세요.
김이안도 같이 있잖아!
탈주자들이 한곳에 모였다.
노바가 말했다.
“주변 출구가 폐쇄되고 있습니다.”
이안이 뒤를 돌아봤다.
그들이 들어온 길 위로 투명한 차단막이 내려오고 있었다.
“다른 길은?”
“경기장 내부를 통과해야 합니다.”
미라는 화면 속 유진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저 사람이 정말 유진입니까?”
이안이 물었다.
“모르겠어요.”
“얼굴과 목소리는?”
“같아요.”
“개인화 네트워크처럼 생성된 인격일 수도 있습니다.”
“알아요.”
미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도 확인해야 해요.”
“함정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도요.”
미라는 열린 경기장 안으로 걸어갔다.
이안과 노바가 그녀의 뒤를 따랐다.
경기장 안쪽에서 수억 개의 얼굴이 세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