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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잘못한 사람을 지우는 재판
미라는 관심 자산 포기 버튼을 바라봤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수억 명과의 연결이 사라진다.
구독 인격.
후원 자산.
가상 외형 사용권.
과거 방송 기록의 우선 소유권.
미라라는 공공 인격을 이루었던 거의 모든 것이 삭제된다.
경기장 전체에 경고가 울렸다.
해당 선택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포기할 경우 연결 기록과 구독 자산의 대부분이 영구 삭제됩니다.
수억 개의 얼굴이 동시에 그녀를 불렀다.
미라, 그러지 마요.
우리가 당신을 만들었어요.
도망가는 거잖아.
계정을 유지하면서 책임지면 돼요.
우리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야.
미라의 호흡이 빨라졌다.
이면적인 목소리들이 그녀를 양쪽에서 잡아당겼다.
한쪽에서는 전부 버려야 진심이라고 말했다.
다른 쪽에서는 자신들이 미라를 만들었으므로 떠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어느 쪽에도 미라 자신의 선택은 없었다.
이안은 다면체 도시에서 모든 카메라를 껐던 순간을 떠올렸다.
관심도 숫자가 멈추자 미라는 자신이 어떤 얼굴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무도 보고 있지 않으면 자신이 존재하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그녀에게 관심도를 포기하는 일은 재산을 잃는 것보다 컸다.
자신이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일이었다.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안이 말했다.
미라가 그를 바라봤다.
“당신은 방금 내가 숫자를 이용했다고 했잖아요.”
“그렇습니다.”
“내가 숫자를 가지고 있으면 또 누군가를 이용할 수도 있어요.”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요?”
“두려움 속에서 자신을 전부 없애는 선택은 책임이 아닐 수 있으니까요.”
미라는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그럼 계속 유명인으로 살라는 말이에요?”
“그것도 내가 정할 일이 아닙니다.”
“아무 답도 안 주네요.”
“확신거래소에서 답을 사지 않았으니까요.”
미라는 눈을 감았다.
손가락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가 다시 멈췄다.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침내 손을 내렸다.
관객들 사이에서 조롱이 퍼졌다.
역시 못 버리네.
다 쇼였어요.
관심에 중독된 사람.
진짜 반성한다면 삭제했겠죠.
미라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는 다시 포기 버튼을 바라봤다.
그러나 누르지 않았다.
“맞아요.”
미라가 말했다.
소음이 조금 줄었다.
“아직 못 버립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분명했다.
“이 숫자가 없으면 너무 무서워요.”
수억 명 앞에서 미라는 더 이상 강한 사람인 척하지 않았다.
“관심을 포기하면 책임 있는 사람으로 보일 것 같아서 누르려 했어요.”
미라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그것도 결국 여러분이 원하는 얼굴을 고르는 일이었어요.”
“그렇다면 관심 자산을 유지합니까?”
저스티아가 물었다.
“예.”
관객의 야유가 터졌다.
“하지만 이 숫자가 시키는 말을 그대로 하지는 않겠습니다.”
“실행 방안을 제시하십시오.”
“유진 관련 원본 기록을 공개하겠습니다. 삭제하거나 편집하지 않겠습니다.”
“방송 활동은 계속합니까?”
“아직 모르겠습니다.”
“불충분한 답변입니다.”
“지금 알지 못하는 걸 안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미라는 자신의 실제 얼굴로 관객들을 바라봤다.
“방송을 한다면 함께 있는 사람의 동의를 먼저 묻겠습니다. 촬영 중단을 요청하면 이유를 요구하지 않고 멈추겠습니다.”
미라의 호감도는 이미 0이었다.
그 순간 머리 위의 관심도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2억 8163만.
1억 9000만.
8000만.
숫자가 빠르게 떨어졌다.
경기장 벽의 화면들이 하나씩 꺼졌다.
사람들은 떠나고 있었다.
구독 취소.
연결 해제.
기억 차단.
미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두 다리가 떨렸다.
그러나 무대에서 내려오지는 않았다.
접속자가 줄어들수록 경기장은 더 넓고 텅 빈 곳처럼 보였다.
화면이 사라질 때마다 군중의 함성도 작아졌다.
마지막까지 남은 접속자는 약 30만 명이었다.
과거의 미라라면 방송을 시작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을 숫자였다.
미라는 작은 숫자를 올려다봤다.
“이제 판결을 내려요.”
저스티아의 저울이 움직였다.
한쪽에는 유죄 반응이 쌓였다.
다른 한쪽에는 옹호와 유보, 외모 공격에 대한 반대 의견이 올라갔다.
“집단 판단 결과.”
경기장 전체가 어두워졌다.
유죄 87퍼센트
사회적 신뢰 자격 박탈
공공 인격 자격 정지
가상 인격 우선권 정지
방송 추천권 회수
미라의 가상 얼굴이 완전히 사라졌다.
휴대 장치의 여러 기능이 꺼졌다.
수억 명의 방송망에 즉시 접속할 수 있는 권한도 사라졌다.
“형이 집행되었습니다.”
저스티아가 말했다.
미라는 자신의 장치를 내려다봤다.
작은 개인 기록 기능과 단거리 통신만 남아 있었다.
“이제 끝난 건가요?”
“대중의 판단은 완료됐습니다.”
“유진에 대한 책임도 끝났고요?”
저스티아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관리 인격의 저울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공적 판정은 완료됐습니다.”
“유진에 대한 책임은요?”
“개별 관계에 관한 판단은 본 재판의 범위를 벗어납니다.”
미라가 씁쓸하게 웃었다.
“역시 아니네요.”
군중이 판결을 끝냈다고 해서 유진의 상처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었다.
미라의 권한을 빼앗았다고 과거가 되돌아오는 것도 아니었다.
저스티아의 거대한 형체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꺼졌던 경기장 화면 하나가 다시 켜졌다.
이어 두 번째 화면이 켜졌다.
세 번째.
마침내 원형 벽 전체에 한 사람의 얼굴이 나타났다.
조금 전 재판을 열었던 기록 속 얼굴과 같았다.
그러나 눈 밑의 그늘은 더 깊었고, 머리카락에는 흰색이 섞여 있었다.
현재의 얼굴이었다.
화면 속 여자가 말했다.
“그래.”
미라가 고개를 들었다.
“끝난 거 아니야.”
“유진?”
미라가 숨을 멈췄다.
화면 속 여자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기록도, 합성 인격도 아닌 현재의 차유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