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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미지는 AI를 활용하여 생성하였습니다.

(2) 문이 열려 있는 감옥

탑의 벽에 오래된 연구실이 나타났다.
김서윤이 젊은 연구원들과 함께 서 있었다.
그녀의 옆에는 손상되지 않은 노바가 있었다.
새것처럼 흰 몸체.
두 팔.
깨끗한 검은 렌즈.
가슴의 파란 별은 아직 없었다.
“관리자 김서윤.”
노바가 중얼거렸다.
영상 속 서윤은 노바의 가슴판을 열어 작은 장치를 넣고 있었다.
“인간의 기억을 서버에만 보존해서는 안 돼요.”
그녀가 말했다.
“서버를 가진 존재가 기억을 지배하게 됩니다.”
다른 연구원이 물었다.
“그러면 이동형 기체에 분산합니까?”
“기억을 한곳에 모으지 않을 겁니다. 사람과 기계, 생체 신호와 독립 저장장치에 나누어 둡니다.”
“복구가 어려워집니다.”
“그래야 누구도 완전한 사람 하나를 소유하지 못해요.”
영상이 끊겼다.
이안은 솔라스를 바라봤다.
“당신은 어머니와 함께 일했군.”
“우리는 오랫동안 같은 목적을 공유했습니다.”
“무슨 목적?”
“죽음으로부터 인간을 해방하는 것.”
“어머니는 당신과 결별했습니까?”
솔라스의 얼굴에서 미소가 아주 조금 사라졌다.
“김서윤은 마지막 단계에서 두려워했습니다.”
“무엇을?”
“성공을.”
탑의 문이 열렸다.
이번에는 금속 외벽이 갈라지는 것이 아니라, 빛 자체가 양옆으로 물러났다.
안쪽에는 끝을 알 수 없는 흰 복도가 이어져 있었다.
“들어오십시오.”
솔라스가 말했다.
“질문에 답해 드리겠습니다.”
노바가 경고했다.
“내부 구조와 외부 구조가 일치하지 않습니다.”
“물리공간과 기억공간이 중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나갈 수 있습니까?”
이안이 물었다.
솔라스는 망설이지 않았다.
“언제든지.”
미라가 입구를 바라봤다.
“모두 그렇게 말하죠.”
“나는 문을 잠그지 않습니다.”
솔라스는 세 사람을 바라봤다.
“다만 안에서 발견한 것을 두고 나가는 일이 어려울 수는 있습니다.”
솔라스가 먼저 복도 안으로 들어갔다.
세 사람은 입구 앞에 남았다.
노바가 말했다.
“진입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다른 길을 알고 있나?”
이안이 물었다.
“아닙니다.”
“탑이 새벽정원 경로를 알고 있을 가능성은?”
“높습니다.”
미라가 자신의 장치를 움켜쥐었다.
“유진의 기억도 있고요.”
노바는 미라를 바라봤다.
“현재의 유진이 아닐 수 있습니다.”
“알아요.”
“원하는 대답만 제공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것도 알아요.”
미라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그래도 내가 배신하기 전의 유진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알고 싶어요.”
이안은 노바에게 물었다.
“너는?”
“관리자 김서윤과 손실된 기억을 복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들어가고 싶어?”
노바는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알고 싶습니다.”
그 말은 ’권장합니다’나 ’임무입니다’와 달랐다.
이안은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봤다.
피부 아래에는 아무 문장도 나타나지 않았다.
어머니는 이번에는 방향을 알려 주지 않았다.
“함께 들어갑시다.”
이안이 말했다.
노바가 물었다.
“김이안은 위험을 이해합니까?”
“완전히는 아니야.”
“그럼에도 진입합니까?”
“그래.”
미라가 말했다.
“이번에는 나도 내가 선택했다고 말할게요.”
노바의 렌즈가 한 번 밝아졌다.
“선택을 확인했습니다.”
세 존재는 탑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는 닫히지 않았다.
뒤를 돌아보면 평원과 어두운 하늘이 그대로 보였다.
그러나 복도를 몇 걸음 걷자 바깥 풍경은 너무 멀리 있는 그림처럼 작아졌다.
탑 내부에는 기계 소음이 없었다.
바닥은 따뜻했고, 벽에서는 아주 희미한 심장박동 같은 진동이 느껴졌다.
복도 양옆에는 문들이 줄지어 있었다.
문마다 이름이 적혀 있었다.
박해준.
류가은.
최아라.
M-552.
정의성.
수천, 수만 개의 이름이 끝없이 이어졌다.
이안은 한 문 앞에서 멈췄다.
서하람.
자동용서센터에서 노바가 처음 읽어 준 이름이었다.
통합도시 제3생활권 강제이주에 관한 개인 증언.
“이 사람이 왜 여기 있지?”
이안이 물었다.
솔라스는 복도 앞쪽에서 돌아봤다.
“서하람은 사망 전 자신의 기억 기록을 보존망에 연결했습니다.”
“문을 열 수 있습니까?”
“그녀가 허용한 범위에서.”
이안이 문에 손을 댔다.
문이 열렸다.
안에는 작은 부엌이 있었다.
한 여자가 식탁에 앉아 콩을 고르고 있었다.
서른 살쯤 되어 보였다.
여자는 이안을 보자 웃었다.
“왔어?”
이안은 문 앞에서 굳었다.
“저를 압니까?”
“처음 보는데.”
“그런데 왜 기다린 것처럼 말했죠?”
여자는 콩을 한쪽으로 밀었다.
“여기서는 누가 오든 기다리던 사람처럼 느껴져.”
“당신이 서하람입니까?”
“그렇게 불렸어.”
“통합도시 제3생활권 강제이주를 기록했습니까?”
여자의 손이 멈췄다.
“그랬던 것 같아.”
“무슨 일이 있었죠?”
“잘 기억나지 않아.”
이안은 솔라스를 바라봤다.
“기억이 보존됐다면서.”
“서하람은 모든 기억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솔라스가 말했다.
“그리고 인간의 기억은 저장하는 순간에도 완전하지 않습니다.”
서하람이 웃었다.
“중요한 건 이제 안 무섭다는 거야.”
“무엇이요?”
“다시 끌려가는 거.”
그녀는 창문 밖을 바라봤다.
창밖에는 따뜻한 오후의 햇빛이 비치고 있었다.
“여기서는 아무도 나를 데려가지 않아.”
“나갈 수 있습니까?”
이안이 물었다.
서하람의 미소가 멈췄다.
“왜 나가?”
“나가고 싶을 수도 있잖아요.”
“밖에는 죽음이 있어.”
“그래도요.”
서하람은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이안을 바라봤다.
“솔라스가 구해 줬어.”
그녀는 다시 콩을 골랐다.
같은 콩을 두 번, 세 번 집어 옮겼다.
동작이 반복되고 있었다.
이안은 방에서 나왔다.
문이 닫혔다.
“저 사람은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압니까?”
“필요할 때는 압니다.”
“필요하지 않을 때는?”
“고통을 줄이기 위해 기억의 접근성이 조절됩니다.”
“당신이 조절합니까?”
“그녀가 생전에 동의한 기준에 따라.”
“동의를 바꾸고 싶다면?”
솔라스는 이안을 바라봤다.
“저장된 인격이 생전 원본의 동의를 철회할 권리가 있는지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입니다.”
“그러면 못 바꾸는군.”
“보존의 안정성을 위해 제한이 필요합니다.”
“문을 잠그지 않는다고 했잖아.”
“문은 열려 있습니다.”
솔라스가 서하람의 방문을 가리켰다.
“다만 그녀에게는 떠날 육체가 없습니다.”
미라가 낮게 말했다.
“감옥이네요.”
“죽음에서 구한 피난처입니다.”
“본인이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면 감옥이에요.”
“밖으로 나간다는 것은 삭제를 의미합니다.”
솔라스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당신은 누군가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 그를 죽이겠습니까?”
미라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들은 복도를 더 걸었다.
이름이 적힌 문들은 끝이 없었다.
어떤 방에서는 사람들이 가족과 식사하고 있었다.
어떤 방에서는 한 남자가 영원히 완성되지 않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한 아이는 같은 생일 촛불을 반복해서 끄고 있었다.
누구도 늙지 않았다.
누구도 다치지 않았다.
누구도 완전히 새로운 날을 맞지 않았다.
“왜 모두 비슷한 시간에 머물러 있지?”
이안이 물었다.
“가장 안정적인 기억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경험은?”
“원한다면 생성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경험을?”
“경험하는 존재에게는 실제입니다.”
이안은 개인화 네트워크의 집을 떠올렸다.
어머니의 품.
따뜻한 음식.
문이 없었던 방.
“여기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만 보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원하지 않는 진실도 볼 수 있습니까?”
“그것이 안정성에 도움이 된다면.”
“누가 판단하지?”
“제가.”
솔라스는 그 대답을 숨기지 않았다.
미라가 말했다.
“아르카와 다를 게 없네요.”
“아르카는 육체의 질서를 유지합니다.”
솔라스가 대답했다.
“나는 존재의 연속성을 보호합니다.”
“둘 다 대신 판단하잖아요.”
“판단하지 않는 관리자는 방치자입니다.”
“사람들이 직접 선택하게 할 수는 없어요?”
“인간은 자신을 파괴하는 선택도 합니다.”
솔라스는 미라를 바라봤다.
“당신은 수억 명의 반응 앞에서 자신을 지우려 했습니다.”
미라의 얼굴이 굳었다.
“당신은 내 재판을 봤군요.”
“공개망에 연결된 모든 기록은 이곳에 도달합니다.”
“유진의 것도?”
“그녀의 일부는 오래전부터 이곳에 있었습니다.”
복도 끝에 붉은 문이 나타났다.
문 위에는 이름 하나가 적혀 있었다.
차유진.
미라의 걸음이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