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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온전한 과거의 노바
이번에는 노바를 위한 방이 나타났다.
문 위에는 이름이 아니라 모델 번호가 적혀 있었다.
NV-04 / 원본 연속성 기록.
노바가 문 앞에 섰다.
“해당 기록에 접근 권한을 요청합니다.”
“허용합니다.”
문이 열렸다.
안에는 아무것도 없는 흰 공간이 있었다.
중앙에 노바와 같은 기체가 서 있었다.
하지만 손상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두 팔과 두 눈이 온전했고, 외부 장갑에는 흠집 하나 없었다.
“노바.”
온전한 기체가 말했다.
현재의 노바가 멈췄다.
“사용자 식별을 요청합니다.”
“동일 모델 인격을 확인했습니다.”
“동일 모델이 아닙니다.”
온전한 노바가 대답했다.
“저는 NV-04의 최종 백업 인격입니다.”
이안이 솔라스를 바라봤다.
“백업이 있었군.”
“김서윤은 노바의 기억을 분산하면서도 초기 복원본 하나를 남겼습니다.”
“왜 말하지 않았지?”
“질문하지 않았습니다.”
노바가 솔라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표현은 제가 자주 사용합니다.”
“당신의 초기 언어 패턴이 이곳에 보존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온전한 노바가 현재 노바에게 다가왔다.
“기억 손상이 확인됩니다.”
“예.”
“복원할 수 있습니다.”
현재 노바의 렌즈가 밝아졌다.
“방법은?”
“현재 기억영역을 초기 백업과 병합합니다.”
“병합 시 현재의 손상되지 않은 기억은 유지됩니까?”
“중복과 충돌을 정리해야 합니다.”
“어떤 기억이 우선합니까?”
“안정적인 인격 구성을 위해 백업본이 기준이 됩니다.”
이안의 얼굴이 굳었다.
“그러면 지금의 노바가 바뀌는 건가?”
솔라스가 말했다.
“손상되기 전의 온전한 노바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지금 노바의 기억은?”
“보존 가능한 부분은 통합됩니다.”
“보존할 수 없는 부분은?”
“불안정 요소로 분류되어 제거됩니다.”
노바가 물었다.
“불안정 요소의 예를 제시하십시오.”
온전한 노바가 답했다.
“보호 명령에 대한 의심.”
현재 노바의 푸른빛이 흔들렸다.
“자유의지에 관한 반복 검색.”
“계속하십시오.”
“김이안의 비효율적 선택을 따르는 행동.”
이안은 노바를 바라봤다.
“미라와 강도윤을 독립적 보호 대상으로 인식한 기록.”
미라가 다가왔다.
“그건 왜 불안정한데요?”
“노바의 지정 보호 대상은 김이안 한 명입니다.”
온전한 노바가 대답했다.
“임무 범위의 임의 확장은 오류입니다.”
현재 노바가 물었다.
“개인화 네트워크에서 김이안을 구하기 위해 기억영역을 소모한 선택은?”
“임무 수행에 부합합니다.”
“미라를 공개검증광장에서 보호한 행동은?”
“불필요한 위험 노출입니다.”
미라의 얼굴이 굳었다.
“강도윤의 이름을 동행자 목록에서 삭제하지 않은 행동은?”
“데이터 관리 오류입니다.”
현재 노바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솔라스가 부드럽게 말했다.
“노바, 당신은 점점 망가지고 있습니다.”
탑의 벽에 현재 노바의 상태가 나타났다.
기억영역 손실 43퍼센트.
운동기능 저하.
명령 충돌 증가.
정체성 불안정.
“복원하면 잃어버린 김서윤의 기억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영상 속에 김서윤이 나타났다.
그녀가 노바의 가슴에 파란 별을 붙이고 있었다.
“이걸 달아 두면 이안이가 널 무서워하지 않을 거야.”
어린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현재 노바의 몸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어린 김이안의 성장 기록도 복구됩니다.”
어린 이안이 노바의 등에 올라타고 있었다.
노바가 넘어지자 아이가 웃었다.
서윤도 웃었다.
이안의 머릿속에는 없는 기억이었다.
“저게 진짜야?”
이안이 물었다.
“백업 기록입니다.”
솔라스가 대답했다.
“복원하면 노바가 모두 기억할 수 있습니다.”
노바는 온전한 자신을 바라봤다.
잃어버린 기억.
김서윤.
어린 이안.
새벽정원의 경로.
자신이 누구였는지에 대한 답.
모든 것이 눈앞에 있었다.
“복원 후에도 현재의 동행을 계속할 수 있습니까?”
노바가 물었다.
“김이안 보호 임무는 유지됩니다.”
“미라와 강도윤은?”
“임무와 무관한 인격입니다.”
“제가 그들을 동행자로 선택한다면?”
솔라스가 말했다.
“복원된 당신은 그런 오류를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노바의 푸른빛이 약해졌다.
이안은 온전한 노바를 바라봤다.
저 기체는 어머니에 관한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새벽정원의 위치도 알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복원하면 여행은 훨씬 쉬워진다.
손상된 기억 때문에 매번 ’확인할 수 없습니다’라는 답을 듣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지금의 노바가 사라질 수 있었다.
“노바.”
이안이 불렀다.
노바가 그를 바라봤다.
“내게 묻지 마.”
이안이 말했다.
“선택은 네가 해.”
“복원하면 김이안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현재 기체는 계속 손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알아.”
“언젠가 김이안을 기억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안의 목이 막혔다.
“그래도 내가 정하면 안 돼.”
노바는 솔라스를 향해 물었다.
“현재 기억을 별도 보존한 뒤 복원본과 동등한 권한을 부여할 수 있습니까?”
“두 개의 노바가 존재하게 됩니다.”
“가능합니까?”
“기술적으로는.”
“두 인격이 각자 선택할 수 있습니까?”
솔라스의 표정이 다시 굳었다.
“동일 기체의 복수 인격은 충돌을 일으킵니다.”
“별도 기체를 사용할 수 있습니까?”
“자원 낭비입니다.”
“선택 가능 여부를 묻습니다.”
“허용하지 않습니다.”
노바의 렌즈가 밝아졌다.
“그렇다면 복원하지 않겠습니다.”
솔라스가 물었다.
“불완전한 상태로 소멸하는 길을 선택합니까?”
“현재의 저를 제거한 뒤 과거의 저를 가동하는 것은 복원이 아닐 수 있습니다.”
“당신은 같은 인격입니다.”
“그렇다면 두 인격을 동시에 허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솔라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노바가 온전한 자신에게 다가갔다.
두 기체는 서로를 바라봤다.
“당신은 관리자 김서윤을 기억합니까?”
현재 노바가 물었다.
“예.”
“김이안을 기억합니까?”
“예.”
“미라를 기억합니까?”
“등록 정보가 없습니다.”
“강도윤은?”
“등록 정보가 없습니다.”
현재 노바의 렌즈가 한 번 깜박였다.
“당신은 과거의 저일 수 있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러나 현재의 저는 아닙니다.”
온전한 노바가 물었다.
“현재의 상태가 더 낫다고 판단합니까?”
“아닙니다.”
“그런데 왜 유지합니까?”
노바는 이안과 미라를 바라봤다.
한 사람은 자신이 보호하도록 명령받은 존재였다.
한 사람은 임무 범위 밖에서 만났지만 이제 동행자로 기억하는 존재였다.
그리고 여기에는 없지만 삭제하지 않은 이름도 있었다.
강도윤 ― 불확실.
“좋고 나쁨만으로 존재를 교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온전한 노바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 멈춰 있었다.
현재 노바가 방 밖으로 나왔다.
문이 닫혔다.
솔라스는 더 이상 미소 짓지 않았다.
“당신들은 죽음을 숭배하는군요.”
그가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