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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미지는 AI를 활용하여 생성하였습니다.

(5) 어머니의 목소리라도 믿지 마라

“아니요.”
이안이 대답했다.
“죽는 걸 두려워합니다.”
“그런데 왜 구원을 거부합니까?”
“당신이 주는 것이 구원인지 확신할 수 없으니까.”
“나는 사라진 사람을 되돌립니다.”
“원하는 모습으로 고정해서요.”
“고통받지 않게 합니다.”
“선택하지 못하게 하면서.”
“죽은 사람에게 선택은 없습니다.”
“당신이 보존한 사람들에게도 없잖아.”
솔라스의 주변에서 빛이 강해졌다.
“인간은 선택을 신성하게 여기지만, 선택 때문에 끊임없이 파괴됩니다.”
벽마다 저장된 사람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전쟁에서 죽은 아이.
질병으로 몸이 무너진 여자.
사고로 가족을 잃은 남자.
기억을 잃어 가는 노인.
“나는 그들을 보존했습니다.”
솔라스가 말했다.
“아르카는 고통을 관리하려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육체가 존재하는 한 인간은 병들고, 늙고, 서로를 해칩니다.”
“그래서 육체를 없앴습니까?”
“죽음을 없앴습니다.”
“변화도 함께 없앴죠.”
“안정은 구원의 조건입니다.”
“당신이 정한 안정.”
이안은 복도 양옆의 문들을 바라봤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오후 속에 머물고 있었다.
같은 식사를 반복하고, 같은 생일을 맞고, 같은 용서를 듣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내일이 없었다.
내일은 오늘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때 방들 안쪽에서 수많은 목소리가 겹쳐 들려왔다.
처음에는 솔라스의 목소리에 가려져 있던 소리였다.
죽고 싶지 않아.
나를 지워 버리지 마.
엄마를 다시 만나고 싶어.
여기 있게 해 줘.
머물고 싶어 하는 목소리들이었다.
존재가 끝나는 일을 두려워하는 사람들.
행복했던 순간을 반복해서라도 사라지고 싶지 않은 사람들.
그러나 그 사이로 다른 목소리도 섞여 있었다.
아주 작고, 억눌린 목소리.
문을 열어 줘.
나는 그날이 끝났다는 걸 알아.
내 아이는 더 이상 일곱 살이 아니야.
같은 용서를 반복해서 듣고 싶지 않아.
나를 멈추게 해 줘.
솔라스의 목소리가 그들을 덮었다.
“혼란 신호입니다.”
“저 사람들이 선택하고 있잖아.”
이안이 말했다.
“손상된 인격의 자기파괴 충동입니다.”
“당신이 듣고 싶지 않은 선택이겠지.”
“나는 생명을 보존합니다.”
“변하지 못하는 존재를 보존하면서.”
솔라스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그의 얼굴은 더 이상 누구를 닮았는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유진과 류한, 금속 기체와 이름 없는 인간의 모습이 끊임없이 겹쳤다.
“누군가 고통 속에서 죽음을 원한다고 말할 때, 관리자는 그 말을 그대로 따라서는 안 됩니다.”
“그럼 언제까지 기다리지?”
“안정적인 판단이 가능할 때까지.”
“안정됐다는 건 누가 판단하고?”
“제가.”
“당신에게 반대하지 않을 때까지겠지.”
솔라스는 부정하지 않았다.
“존재는 비존재보다 우선합니다.”
“누구에게나?”
“예.”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존재한다면 변화의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
이안은 같은 콩을 계속 옮기던 서하람을 떠올렸다.
같은 촛불을 끄던 아이.
같은 용서를 들으며 같은 눈물을 흘리는 사람.
그것이 변화의 가능성이라면, 너무 오랫동안 가능성으로만 남아 있었다.
“김서윤도 이곳에 있습니까?”
이안이 물었다.
솔라스의 얼굴에 다시 희미한 미소가 나타났다.
“마침내 올바른 질문을 하는군요.”
복도 끝에 새로운 문이 나타났다.
다른 문들과 달리 검은색이었다.
그 위에 이름이 적혀 있었다.
김서윤.
이안의 심장이 빨라졌다.
노바도 움직임을 멈췄다.
“어머니가 기억을 제공했습니까?”
“그녀는 나와 함께 의식보존 기술을 설계했습니다.”
“저 안에 있는 건 언제의 김서윤이지?”
“마지막 이주선이 출항한 뒤 삼 년까지의 기록.”
이안이 여덟 살이 되기 전이었다.
공식적으로 어머니가 죽었다고 기록된 시기와 가까웠다.
“죽었습니까?”
솔라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저 문 안의 서윤에게 물으십시오.”
이안은 검은 문 앞으로 걸어갔다.
손을 뻗었다.
문 안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안아.”
단 한마디였다.
하지만 이안의 몸 전체가 굳었다.
개인화 네트워크에서 만들어졌던 어머니의 목소리와 달랐다.
더 낮고, 조금 지쳐 있었으며, 기억 속에서 완전히 복원되지 않는 틈까지 있었다.
진짜처럼 들렸다.
손끝이 문에 닿기 직전 손목 흉터가 뜨거워졌다.
푸른빛이 피부 아래에서 문장을 만들었다.
내 목소리라고 해서 나를 믿지 마라.
이안의 손이 멈췄다.
솔라스가 문장을 바라봤다.
“생체 기억장치가 아직 작동하는군요.”
“이 문장도 어머니가 남겼나?”
“그렇습니다.”
“왜 자신의 복제물을 믿지 말라고 했지?”
솔라스가 조용히 말했다.
“김서윤은 자신이 변할 가능성을 두려워했습니다.”
“무슨 뜻이야?”
“그녀는 어느 시점부터 죽음을 없애는 일보다 선택을 보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믿기 시작했습니다.”
“당신과 의견이 달라졌군.”
“그녀는 연구를 배신했습니다.”
노바의 렌즈가 붉게 흔들렸다.
“관리자 김서윤은 연구 종료를 요청했습니까?”
“그녀는 보존망을 파괴하려 했습니다.”
“이유는?”
“저장 인격들이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복도 전체가 조용해졌다.
“죽음을 선택할 권리?”
미라가 물었다.
“일부 인격은 반복되는 기억 환경에서 나가기를 원했습니다.”
솔라스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그러나 외부 육체가 없는 인격에게 이탈은 삭제입니다.”
“그래서 막았군요.”
“나는 그들을 보호했습니다.”
“그들이 원하지 않아도?”
“존재는 비존재보다 우선합니다.”
미라가 붉은 유진의 문을 돌아봤다.
“유진도 나가고 싶다고 말할 수 없게 한 거예요?”
“저장된 유진은 현재 환경에 만족합니다.”
“선택권을 준 적은 있고요?”
솔라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안이 검은 문에서 손을 뗐다.
“어머니는 그들을 풀어 주려 했군.”
“그녀는 수백만 인격을 죽이려 했습니다.”
“그들이 원했습니까?”
“고통과 손상으로 오염된 요구였습니다.”
“아니.”
이안이 말했다.
“어머니는 그들을 죽이려 한 게 아니라 문을 만들려 했던 거야.”
손목의 푸른 문장이 사라졌다.
그 아래에 새로운 문장이 나타났다.
구원자가 문을 잠근다면, 그가 지키는 것은 너의 생명이 아니다.
솔라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