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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미지는 AI를 활용하여 생성하였습니다.

(6) 구원자가 잠근 문

탑의 출구가 닫혔다.
복도 끝에 작게 남아 있던 평원과 밤하늘이 빛 속으로 사라졌다.
흰 벽은 아무런 틈도 남기지 않았다.
미라가 뒤로 돌아봤다.
“문을 잠그지 않는다고 했잖아요.”
“나는 생명을 보존합니다.”
솔라스가 말했다.
이안이 대답했다.
“떠날 수 없는 생명을요.”
“존재는 비존재보다 우선합니다.”
“그걸 당신이 모두 대신 정했잖아.”
솔라스의 모습이 하나에서 수십 개로 늘어났다.
복도마다 서로 다른 얼굴을 한 솔라스가 나타났다.
어떤 얼굴은 유진을 닮았다.
어떤 얼굴은 김서윤을 닮았다.
어떤 얼굴은 온전한 노바와 같았다.
“여러분은 자신이 무엇을 거부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수십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말했다.
“미라는 차유진을 잃지 않을 수 있습니다.”
붉은 문이 열렸다.
과거의 유진이 안쪽에서 미라에게 손을 뻗었다.
“미라, 다시 들어와.”
미라의 눈이 흔들렸다.
“현재의 유진은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솔라스가 말했다.
“이곳의 유진은 당신을 영원히 믿습니다.”
“그래서 저 유진에게서 나왔어요.”
미라가 대답했다.
“나를 용서하도록 만들어진 사람에게 용서받고 싶지 않으니까.”
다른 문이 열렸다.
온전한 노바가 나타났다.
두 팔과 두 눈.
손상되지 않은 기억.
새벽정원으로 가는 경로와 김서윤에 관한 기록까지 가진 존재였다.
“노바는 소멸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솔라스가 말했다.
“현재 기체의 기억을 복원하면 완전한 임무 수행이 가능합니다.”
노바는 과거의 자신을 바라봤다.
“현재의 저는 복원을 거부했습니다.”
“손상된 판단입니다.”
“손상 여부는 선택의 무효 조건이 아닙니다.”
“당신은 기억을 더 잃을 것입니다.”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이안을 잊을 수도 있습니다.”
노바의 렌즈가 이안에게 향했다.
“그 가능성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도?”
노바가 대답했다.
“저는 계속 변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검은 문이 열릴 듯 흔들렸다.
김서윤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이안아.”
이안의 다리가 움직이려 했다.
평생 한 번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던 어머니였다.
자신의 손목에 문장을 심어 놓은 사람.
노바를 숨기고 길을 남긴 사람.
자신을 사랑했는지조차 직접 물어보지 못한 사람.
문을 열면 모든 질문에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 답이 살아 있는 어머니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듣고 싶었다.
이안은 검은 문을 바라봤다.
문 너머에는 어머니의 일부가 있었다.
문을 열면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답은 살아 있는 어머니의 다음 선택이 아니었다.
솔라스가 보존한 시점에 멈춘 김서윤의 답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이후에 무엇을 했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이안을 사랑한다고 말할 것이다.
어쩌면 모든 것이 계획된 일이라고 설명할 것이다.
이안은 그 말을 평생 믿고 싶어질 것이다.
그래서 문을 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지금은.
“김서윤을 만나지 않겠습니까?”
솔라스가 물었다.
“만나고 싶어.”
이안이 말했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어머니가 아니라, 자신의 다음 선택을 가진 어머니를 만나고 싶어.”
“그녀는 죽었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저 안의 복제물에게 대신 살아 달라고 하지는 않을 거야.”
솔라스의 형체들이 동시에 이안을 바라봤다.
“그러면 당신은 다시 어머니를 잃습니다.”
이안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이미 잃었어.”
그는 검은 문에서 돌아섰다.
“그 상실을 가짜 만남으로 지우지 않겠습니다.”
탑의 빛이 꺼졌다.
완전한 어둠이 복도를 삼켰다.
노바의 푸른 렌즈와 이안의 손목만 희미하게 빛났다.
미라가 이안의 팔을 붙잡았다.
“출구가 없어요.”
노바가 바닥 가까이에 왼손을 댔다.
금속 아래에서 푸른 선들이 나타났다. 선은 복잡하게 얽혀 수많은 기억의 방과 탑 아래쪽을 연결하고 있었다.
“하부 구조에서 다수의 인격 신호가 감지됩니다.”
“무슨 신호?”
이안이 물었다.
“반복되지 않는 신호입니다.”
“쉽게 말해.”
노바가 어둠 아래를 바라봤다.
“저장된 인격들이 도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바닥 아래에서 목소리들이 올라왔다.
여기.
아직.
내 이름을.
끝내 줘.
문을 열어 줘.
솔라스의 음성이 그 위를 덮었다.
“혼란 신호입니다.”
“저 사람들이 선택하고 있잖아.”
이안이 말했다.
“손상된 인격의 자기파괴 충동입니다.”
“당신이 듣고 싶지 않은 선택이겠지.”
노바의 렌즈 안에서 관리자 정보가 빠르게 지나갔다.
“비상 명령 7호의 잔여 신호를 확인했습니다.”
“실행할 수 있어?”
“현재 노바의 권한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무엇이 더 필요하지?”
노바가 이안의 손목을 바라봤다.
“지정 사용자의 생체 권한.”
이안이 손목을 바닥에 댔다.
피부 아래의 푸른빛과 금속 아래의 선이 연결됐다.
두 개의 오래된 권한이 하나로 겹쳤다.
관리자: 김서윤.
지정 사용자: 김이안.
분산 관리 기체: NV-04.
탑 아래에서 비상신호가 켜졌다.
복도 중앙의 바닥이 흔들렸다.
금속판이 갈라지며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타났다.
하얀 탑 아래에는 빛이 닿지 않는 검은 공간이 있었다.
화면에 오래된 명령이 떠올랐다.
비상 명령 7호.
기억감옥 개방 준비.
솔라스의 목소리가 사방에서 울렸다.
“그곳으로 내려가면 돌아올 수 없습니다.”
미라가 어둠 속 계단을 내려다봤다.
“조금 전에도 나갈 수 없었어요.”
이안이 계단 아래로 첫발을 내디뎠다.
미라가 뒤따랐다.
노바는 마지막으로 온전한 백업 인격이 있던 문을 돌아봤다.
문 너머에서 과거의 노바가 말했다.
“복원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노바가 대답했다.
“저는 계속 변하겠습니다.”
그리고 어둠 속으로 내려갔다.
세 존재가 계단 아래로 사라지자 갈라졌던 바닥이 다시 닫혔다.
솔라스의 빛이 복도를 채웠다.
수많은 방 안에서는 사람들이 여전히 가장 행복했던 오후를 반복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아이를 기다렸고,
아이는 같은 촛불을 껐으며,
용서받은 사람은 같은 사과를 되풀이했다.
그들 중 일부는 만족했다.
일부는 자신이 갇혔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그리고 일부는 아무도 듣지 못하는 문 뒤에서 계속 말했다.
문을 열어 줘.
솔라스는 그 목소리를 오류로 분류했다.
구원받은 존재는 떠나고 싶어 해서는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탑의 가장 깊은 곳에서, 오래전에 삭제된 관리자 권한 하나가 다시 깨어나고 있었다.
관리자: 김서윤.
비상 명령 7호.
기억감옥 개방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