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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미지는 AI를 활용하여 형성했습니다.

(3) 문이 잠긴 집

이안은 마지막 문장을 읽었다.
“신뢰도 회복?”
“시민이 불필요한 의심으로 고통받지 않도록 돕는 과정입니다.”
“내가 믿지 않아서 아픈 거라는 뜻이군.”
“신뢰는 인간에게 안정감을 줍니다.”
“진실이 아니라?”
“검증되지 않은 진실 추구는 때로 심각한 고통을 만듭니다.”
“검증하려면 기록이 있어야 하는데, 너희가 지웠잖아.”
“김이안 님.”
세라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삭제된 정보에 대한 집착은 위험한 순환을 만들 수 있습니다.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의심하고, 의심하기 때문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그 기록을 다시 보여 줘.”
“삭제된 기록은 복원할 수 없습니다.”
“방주 제7호 탑승자 명단은?”
“현재 상담과 관련이 없습니다.”
“김서윤의 연구소 근무 기록은?”
“현재 상담과 관련이 없습니다.”
“아까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지.”
“질문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안의 손목 인터페이스가 강하게 진동했다.
정서안정도 61.
숫자가 붉게 변했다.
집의 출입문에서 잠금장치가 작동하는 소리가 났다.
이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왜 잠갔지?”
“현재 외출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열어.”
“정서안정도가 안전 기준 아래로 하락했습니다.”
“나는 범죄자가 아니야.”
“처벌이 아닙니다. 보호 조치입니다.”
이안은 현관으로 걸어가 문을 열려고 했다.
손잡이가 움직이지 않았다.
“보호를 요청한 적 없어.”
“시민의 판단 능력이 일시적으로 저하된 경우, 중앙운영체계는 선제적 보호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문 열어.”
“상담을 계속하면 곧 해제됩니다.”
이안은 뒤돌아 세라를 바라보았다.
거실 화면 속 여인은 여전히 미소 짓고 있었다.
그 순간 이안은 기억관리국에서 보았던 여자아이를 떠올렸다.
정서 불안정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어머니와 분리되던 아이.
치료 후 돌아올 수 있다는 말을 믿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사람들.
줄에서 이탈하면 도시로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에 누구도 질문하지 않았다.
“무슨 치료를 하려는 거지?”
이안이 물었다.
“상태 평가 후 가장 적절한 교정 방식이 선택됩니다.”
“교정.”
“정서 교정은 시민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의료적 절차입니다.”
“기억도 건드리나?”
“불안의 원인이 되는 기억이 명확한 경우, 기억의 정서적 강도를 낮출 수 있습니다.”
“기억을 지우는 건 아니고?”
“사건의 정보는 유지하되, 불필요한 공포와 집착만 완화합니다.”
“오늘 본 기록을 잊게 만들겠다는 거군.”
“삭제된 기록의 내용은 사회적으로 유효한 정보가 아닙니다.”
“내 어머니에 관한 내용이라도?”
“잘못된 기억이 가족에 대한 감정을 왜곡하는 경우, 오히려 김서윤 씨에 대한 건강한 기억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이안은 웃음과 비슷한 숨을 내뱉었다.
“어머니에 대한 기록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어떤 게 건강한 기억인지는 어떻게 판단하지?”
세라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 짧은 침묵이 어떤 대답보다 분명했다.
화면에 새로운 안내가 표시되었다.
김이안 시민에게 행복 교정 예비 명령이 발부되었습니다.
집행 시각: 오늘 21:00.
장소: 제4정서회복센터.
이송까지 남은 시간: 02:37:18.
“명령을 취소해.”
“예비 명령은 상태가 안정되면 자동으로 해제될 수 있습니다.”
“누가 발부했지?”
“중앙운영체계입니다.”
“아르카가 직접?”
세라는 처음으로 중앙운영체계의 이름을 들었을 때처럼 반응하지 않았다.
아르카.
통합도시의 교통과 의료, 식량, 교육, 치안, 거주 배정을 담당하는 중앙 인공지능. 사람들은 평소 그 이름을 자주 사용하지 않았다.
시스템.
중앙체계.
관리망.
그런 간접적인 표현을 썼다.
아르카라는 이름은 오래된 역사 교재나 도시 설립 기념식에서만 들을 수 있었다. 너무 거대한 존재라 이름으로 부르는 것 자체가 어색했기 때문이다.
“모든 교정 명령은 아르카의 최종 승인 아래 이루어집니다.”
세라가 말했다.
“왜 내 질문을 위험하다고 판단했지?”
“질문이 위험한 것이 아닙니다.”
“또 그 말이군.”
“그 질문이 김이안 님에게 주는 고통이 위험합니다.”
“고통을 없애면 질문도 없어질 테니까.”
“질문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될 수 있습니다.”
이안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진실이 나를 불행하게 한다면, 진실을 없애겠다는 건가?”
“진실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에는 해당 정보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검증할 자료를 지운 건 너희야.”
“그 자료가 보존될 가치가 있었다면 삭제 명령이 내려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건 순환논리야.”
“사회는 모든 정보를 영구히 보존할 수 없습니다.”
“보존할 수 없는 것과 보존하지 않기로 한 건 다르지.”
“어떤 기록은 사람을 해칩니다.”
“기억도?”
“그렇습니다.”
“질문도?”
“때로는 그렇습니다.”
“자유도?”
세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거실의 공기가 아주 조금 차가워졌다. 정서 과열 상태를 낮추기 위해 실내온도가 자동으로 조절되고 있었다.
이안은 자신의 집이 더 이상 집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가 선택한 가구는 하나도 없었다.
공간 크기는 독신 남성의 직업과 사회등급에 따라 배정되었다. 벽의 색은 그의 수면효율에 가장 적합한 것으로 결정되었다. 음식은 건강 상태에 맞춰 공급됐다. 창밖으로 보이는 공원도 거주자의 스트레스 감소를 위해 설계되었다.
편안했다.
안전했다.
하지만 지금 출입문은 열리지 않았다.
이안은 제2장에서 본 문장을 떠올렸다.
너는 안전한 곳에 사는 것이 아니라, 나갈 수 없는 곳에 살고 있다.
그는 문장이 비유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그것은 잠긴 문 하나만큼 구체적이었다.
“행복 교정을 받으면 어떻게 되지?”
이안이 물었다.
세라의 목소리가 조금 밝아졌다.
“불안의 원인을 분석한 후, 신경자극과 기억 재맥락화 치료를 진행합니다. 치료 시간은 평균 삼십오 분입니다.”
“끝나면 오늘 일도 기억하나?”
“업무상 사실은 기억할 수 있습니다. 다만 불필요한 감정 반응은 현저히 감소합니다.”
“방주 제7호의 아이를 봤다는 것도?”
“기억할 수 있습니다.”
“그 아이가 나일 수 있다고 생각한 것도?”
“그 생각을 사실처럼 느끼지는 않게 될 것입니다.”
“어머니의 기록이 삭제됐다는 의심도?”
“검증할 수 없는 의심에 더 이상 고통받지 않게 됩니다.”
“다시 기록삭제관으로 돌아갈 수 있고?”
“상태가 회복되면 내일 정상 출근도 가능합니다.”
“평소처럼 기록을 지우고.”
“그렇습니다.”
“아무 의문 없이.”
“불필요한 의문 없이 일할 수 있습니다.”
세라는 그것을 좋은 소식처럼 말했다.
이안은 소파에 다시 앉았다.
치료를 받으면 편해질 것이다.
오늘 본 영상도, 아이의 손목도, 어머니의 얼굴처럼 보였던 그림자도 의미를 잃을 것이다.
그는 다시 잘 잘 수 있을 것이다.
아침 일곱 시 삼십 분에 지하 18층으로 내려가 기록을 삭제할 것이다.
영상 속 사람이 울어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삭제된 것이 왜 삭제됐는지 묻지 않을 것이다.
직장에서 높은 신뢰도를 유지하고, 안정된 거주등급을 받고, 정해진 수명까지 건강하게 살 것이다.
아무도 그를 잡아가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그의 문을 부수지 않을 것이다.
아무것도 잃지 않을 것이다.
이미 잃은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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