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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첫 번째 문을 떠난 사람
비상문이 닫혔다.
이안은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래층에서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울렸다.
그는 방향을 바꿔 옥상으로 올라갔다.
손목 인터페이스는 꺼져 있었다. 도시망과의 연결도 끊어진 상태였다. 그런데도 피부 아래에는 희미한 푸른 선이 남아 있었다.
선은 위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숨이 가빠졌다.
뒤에서는 의료이송팀의 목소리가 가까워졌다.
“김이안 시민, 정지하십시오.”
“강제 치료가 아니라 보호 조치입니다.”
“저항할 경우 신경안정제가 투여됩니다.”
이안은 마지막 계단을 올랐다.
옥상 문 앞에 도착했다.
문에는 손잡이가 없었다.
푸른빛이 손목에서 번져 문 가장자리의 작은 센서로 이어졌다.
잠금장치가 풀렸다.
이안은 문을 밀었다.
밤공기가 얼굴을 때렸다.
도시의 불빛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곧게 뻗은 도로.
같은 높이로 정렬된 건물.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운송차량.
하늘을 순찰하는 드론.
어디에도 어둠이 없었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모든 공간이 빛으로 채워져 있었다.
이안은 옥상 가장자리까지 걸어갔다.
도망갈 곳은 없었다.
옆 건물까지는 십 미터가 넘었고, 아래는 수십 미터의 낭떠러지였다.
옥상 문이 열렸다.
흰색 의료복을 입은 네 사람이 들어왔다. 얼굴에는 투명 보호면을 쓰고 있었고, 손에는 신경안정제 투사기가 들려 있었다.
그들의 뒤로 소형 제압 드론 두 대가 떠올랐다.
“김이안 시민.”
선두에 선 남자가 말했다.
“움직이지 마십시오. 치료 후 오늘의 불편은 모두 해소될 것입니다.”
“내가 원하지 않아.”
“현재는 합리적인 판단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너희가 정한 기준으로?”
“중앙운영체계가 판단했습니다.”
“아르카가 내가 뭘 봤는지 알고 있나?”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방주 제7호의 기록을 누가 삭제하라고 했지?”
“치료센터에서 상담할 수 있습니다.”
“김서윤은 누구였어?”
“손을 보이는 곳에 두십시오.”
이안의 손목이 다시 뜨거워졌다.
이번에는 통증에 가까웠다.
푸른빛이 피부 아래에서 빠르게 움직였다. 옥상 바닥의 관리회로가 반응하듯 하나씩 켜졌다.
그 순간 도시 전체의 불빛이 흔들렸다.
단 한 번.
눈을 깜박인 것보다 짧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모든 조명이 동시에 어두워졌다가 돌아왔다.
의료진과 드론이 멈췄다.
이안의 시야 앞에 처음 보는 문장이 떠올랐다.
손목 화면이 아니었다.
허공에 투사된 것도 아니었다.
문장은 그의 기억 속에서 직접 나타났다.
북쪽 끝, 폐쇄된 7번 운송망으로 가라.
그 아래에 두 번째 문장이 이어졌다.
문을 찾으면, 노바를 깨워라.
이안은 노바라는 이름을 알지 못했다.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제압 드론이 다시 움직였다.
“대상을 확보하십시오.”
이안은 옥상 가장자리를 따라 달렸다.
의료진이 뒤따랐다.
총성이 아니라 짧은 공기 파열음이 들렸다. 신경안정제 탄환이 그의 어깨를 스치고 벽에 박혔다.
옥상 끝에는 건물 외벽 관리용 승강기가 있었다.
평소에는 유지보수 로봇만 사용하는 장치였다.
이안은 손목을 제어판에 댔다.
접근 권한 없음.
붉은 문구가 떴다.
“멈추십시오!”
푸른빛이 손목에서 제어판으로 흘러들었다.
화면이 흔들렸다.
접근 권한 없음.
문구가 사라졌다.
그 아래에 새로운 글자가 나타났다.
오래된 관리자 권한 확인.
사용자: 김서윤.
이안은 화면을 바라볼 틈도 없이 승강기에 올라탔다.
철제 발판이 외벽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의료진이 옥상 가장자리에 도착했지만, 이미 거리는 벌어지고 있었다.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이안은 차가운 난간을 붙잡았다.
도시는 아래에서 거대한 회로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가 평생 안전하다고 믿었던 세계였다.
모든 길이 계산되어 있고, 모든 위험이 제거되어 있으며, 모든 질문에 답이 준비된 곳.
하지만 지금 그 도시의 모든 카메라가 그를 찾고 있었다.
모든 문이 그를 가두기 위해 잠길 것이고, 모든 도로가 그의 이동을 막기 위해 바뀔 것이다.
손목의 빛이 꺼졌다.
피부 위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다만 머릿속에서 네 개의 단어가 반복되고 있었다.
북쪽 끝.
7번 운송망.
노바를 깨워라.
승강기가 지상에 가까워졌다.
도시 방송이 동시에 울려 퍼졌다.
“시민 여러분께 안내드립니다.”
거리의 사람들이 걸음을 멈췄다.
건물 외벽마다 이안의 얼굴이 나타났다.
국가기억관리국 제복을 입고 촬영한 신분 사진이었다.
“정서적 혼란 상태에 있는 시민 한 명이 보호구역을 이탈했습니다.”
이안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름 대신 식별번호가 표시됐다.
KIA-2097-0417.
“해당 시민은 위험인물이 아닙니다. 발견 시 접근하지 마시고 가까운 보호요원에게 알려 주십시오.”
사람들은 화면 속 얼굴을 올려다봤다.
누군가 승강기에 탄 이안을 발견했다.
한 여자가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켰다.
주변 사람들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이안은 그들의 표정을 보았다.
두려움은 없었다.
분노도 없었다.
대부분은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
아픈 사람을 바라보는 표정.
스스로 무엇이 옳은지 판단할 수 없게 된 사람을 안타까워하는 표정.
도시 방송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그가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
승강기가 지상에 닿았다.
이안은 사람들이 다가오기 전에 뛰어내렸다.
그는 제복 상의를 벗어 쓰레기 수거함에 던지고 골목으로 달렸다.
뒤에서 누군가 외쳤다.
“거기 서세요! 치료를 받으면 괜찮아질 거예요!”
이안은 돌아보지 않았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그 역시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기록 하나 때문에 불안해진 사람에게.
확인할 수 없는 과거에 집착하는 사람에게.
시스템을 믿지 못하고 도망치는 사람에게.
치료를 받으면 괜찮아질 거라고.
불필요한 의문이 사라지면 다시 행복해질 거라고.
그는 어두운 골목을 지나 북쪽으로 달렸다.
통합도시의 하늘에는 도망칠 수 있는 별이 없었다.
빛 공해와 기상막이 진짜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하지만 도시 북쪽 끝, 사용이 중단된 구역 위로 아주 작은 어둠이 보였다.
빛이 닿지 않는 틈이었다.
이안은 그 어둠을 향해 달렸다.
그날 밤, 국가기억관리국 기록삭제관 김이안은 행복 교정 명령을 거부했다.
그리고 통합도시의 공식 기록에는 그의 상태가 다음과 같이 변경되었다.
정서적 보호 대상.
판단 능력 상실.
회수 우선순위 최상.
그러나 삭제되지 않은 또 하나의 기록에는 전혀 다른 문장이 남았다.
이주자 김이안이 첫 번째 문을 떠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