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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선택한 뒤 살아남는 법
“다른 출구가 있나?”
이안이 물었다.
“정비용 지하통로가 있습니다.”
“어디로 이어지지?”
“제7광역운송망 본선.”
“그 길로 도시 밖에 나갈 수 있어?”
“정보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알아, 몰라?”
“이론적으로 북부 외벽을 통과합니다.”
“이론적으로?”
“터널은 이십칠 년 전 폐쇄되었습니다.”
위층에서 금속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김이안 시민.”
확성기를 통한 목소리가 계단 아래로 울렸다.
“당신은 포위되었습니다. 저항하지 마십시오.”
노바가 이안에게 다가왔다.
이안은 절단기를 다시 들었다.
“움직이지 말라고 했어.”
“현재 위치에 머무르면 보호 대상이 회수됩니다.”
“그게 네 임무에 어긋나나?”
“중앙체계에 의한 행복 교정은 보호 대상의 자율성을 영구적으로 훼손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안의 눈이 가늘어졌다.
“아까는 아르카에 대해 모른다고 했잖아.”
“모른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기능 차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내가 치료받는 걸 막도록 설정됐나?”
“관련 기억이 손상되었습니다.”
“또 그 말이군.”
계단 위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노바가 말했다.
“논쟁을 계속하면 체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널 믿고 따라가면?”
“생존 가능성을 계산할 수 없습니다.”
“좋은 선택은 어느 쪽이지?”
노바의 눈이 이안을 향했다.
“저는 좋은 선택을 판단하도록 설계되지 않았습니다.”
“그럼?”
“보호 대상이 선택한 이후, 살아남을 가능성을 높이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안은 잠시 말이 없었다.
아르카는 항상 가장 좋은 선택을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노바는 선택 이후를 돕겠다고 말했다.
그 차이가 진짜인지, 단지 오래된 기계가 만들어 낸 오류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결정해야 했다.
계단 위에서 제압 드론의 푸른 탐조등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안은 절단기를 내렸다.
“지하통로로 안내해.”
노바의 눈빛이 밝아졌다.
“선택을 확인했습니다.”
“한 가지 조건이 있어.”
“말씀하십시오.”
“나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내 기억이나 판단을 바꾸지 마.”
“노바는 기억교정 기능을 보유하지 않습니다.”
“정보를 숨기는 것도 하지 마.”
노바는 잠시 멈췄다.
“보호 명령과 충돌하지 않는 범위에서 동의합니다.”
“완전히 동의한 건 아니군.”
“완전한 약속은 거짓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안은 노바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거짓 확신보다는 나았다.
노바는 보관실 뒤쪽 벽으로 절뚝거리며 걸어갔다. 손바닥을 낡은 제어판에 올리자 벽 일부가 옆으로 움직였다.
어두운 터널이 나타났다.
“먼저 가.”
이안이 말했다.
“보호 대상이 후방에 위치하면 위험합니다.”
“네가 함정으로 안내하는지 확인해야 해.”
“합리적인 의심입니다.”
노바가 먼저 터널로 들어갔다.
이안은 몇 걸음 뒤에서 따라갔다.
그들이 벽 안으로 사라진 직후 보관실 문이 열렸다.
“정지하십시오!”
제압 드론이 통로를 향해 날아왔다.
노바가 벽의 수동 레버를 당겼다.
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드론 한 대가 틈 사이로 들어왔다. 푸른 조준점이 이안의 가슴에 나타났다.
“김이안 시민. 움직이지 마십시오.”
노바가 몸을 돌렸다.
오른팔이 펼쳐지며 손목 안에서 낡은 차폐판이 튀어나왔다.
신경안정제 탄환이 차폐판에 박혔다.
노바의 팔에서 불꽃이 튀었다.
“뛰십시오.”
이안은 터널 안쪽으로 달렸다.
노바도 절뚝거리며 뒤따랐다.
벽이 완전히 닫히기 직전, 드론이 다시 탄환을 발사했다. 이번에는 노바의 어깨에 박혔다.
로봇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이안은 멈춰 뒤돌아봤다.
“괜찮아?”
“기능 손상은 경미합니다.”
“거짓말이지?”
“오른팔 출력이 41퍼센트 감소했습니다.”
“그걸 경미하다고 하나?”
“보호 대상이 손상되지 않았으므로 임무 기준에서는 경미합니다.”
이안은 노바의 팔을 붙잡았다.
금속은 차가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내부 장치의 열 때문에 미지근했다.
“기대.”
“도움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절뚝거리고 있잖아.”
“운동기능은 유지됩니다.”
“말 좀 들어.”
노바가 이안을 바라봤다.
“현재 행동은 보호 대상에게 신체적 부담을 줍니다.”
“선택은 내가 한다고 했지?”
짧은 정적 뒤에 노바가 몸무게 일부를 이안에게 맡겼다.
“선택을 확인했습니다.”
두 존재는 어두운 정비터널을 걸었다.
터널은 아래로 완만하게 내려갔다. 천장에서는 오래된 전선이 늘어져 있었고, 바닥에는 물이 얕게 고여 있었다.
뒤쪽에서 금속을 절단하는 소리가 들렸다.
추적자들이 닫힌 문을 열고 있었다.
“얼마나 남았어?”
이안이 물었다.
“본선까지 약 구백 미터입니다.”
“본선에 도착하면?”
“비상운송차량을 가동해야 합니다.”
“작동하긴 하나?”
“확률은 34퍼센트입니다.”
“나쁜 소식은 왜 항상 늦게 말하지?”
“질문하지 않으셨습니다.”
“앞으로는 중요한 위험을 먼저 말해.”
“중요도의 기준을 설정해 주십시오.”
“죽을 가능성이 있는 것.”
“현재 행동 전체에 사망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안은 대답하지 못했다.
노바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조금 뒤 터널이 넓어졌다.
거대한 지하 본선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 줄의 자기부상 레일이 어둠 속으로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한쪽 승강장에는 짧은 정비차량이 세워져 있었다.
표면은 녹과 먼지로 뒤덮여 있었지만 형태는 온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