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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당신을 위한 오늘의 추천
날이 밝아오면서 버려진 외곽 구역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났다.
건물들은 통합도시의 것과 닮아 있었지만 훨씬 낮고 낡았다. 외벽에는 깨진 광고판이 붙어 있었고, 창문 대부분은 검은색으로 막혀 있었다.
도로 바닥에는 오래된 안내선이 남아 있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발견하세요.
당신만을 위한 세상.
멈추지 않는 행복.
이안은 문구를 읽으며 걸음을 늦췄다.
“여긴 원래 뭐였지?”
“통합도시 건설 초기의 개인화 콘텐츠 실험구역입니다.”
“사람들이 살았어?”
“예. 초기 이주민 중 약 4만 명이 배정되었습니다.”
“지금은?”
“공식 거주자는 없습니다.”
“왜 폐쇄됐지?”
노바의 대답이 늦어졌다.
“대규모 정서장애와 현실인지 저하 사례가 보고되었습니다.”
“죽은 사람도?”
“다수의 사망 기록이 있습니다.”
“얼마나?”
“정확한 수치는 손상되었습니다.”
이안은 주변을 둘러봤다.
빈 창문들이 두 사람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도로 한복판에는 작은 기계들이 쓰러져 있었다. 사람의 머리 높이 정도 되는 안내 로봇이었다. 표면에는 먼지가 쌓였고, 얼굴 화면은 깨져 있었다.
그중 하나가 이안이 지나갈 때 갑자기 켜졌다.
“환영합니다.”
이안은 멈춰 섰다.
노바가 그 앞을 막았다.
“응답하지 마십시오.”
안내 로봇의 화면에 따뜻한 색의 거실이 나타났다.
벽에는 가족사진이 걸려 있었고, 식탁 위에는 김이 나는 음식이 놓여 있었다.
“김이안 님을 위한 오늘의 추천이 준비되었습니다.”
“내 이름을 알아.”
“이미 생체 신호가 수집되고 있습니다.”
노바가 말했다.
“이동하십시오.”
화면 속 거실에 한 여자가 들어왔다.
이안의 몸이 굳었다.
화질은 낮았지만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다.
김서윤.
국가 기록에 남은 단 한 장의 사진보다 조금 젊은 모습이었다. 기억 속 어머니보다 선명했다.
여자는 화면 너머로 이안을 바라봤다.
“이안아.”
이안은 숨을 쉬지 못했다.
노바가 안내 로봇의 화면을 손으로 가렸다.
“생성된 영상입니다.”
“손 치워.”
“허위 정보입니다.”
“안다고.”
이안이 노바의 팔을 밀어냈다.
화면 속 여자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많이 컸구나.”
목소리까지 같았다.
이안은 그 목소리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듣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어디 있었어?”
이안의 입에서 질문이 흘러나왔다.
“응답하지 마십시오.”
노바가 말했다.
“너한테 묻지 않았어.”
화면 속 여자가 미소 지었다.
“기다리고 있었어.”
“어디서?”
여자가 화면 밖을 바라봤다.
“집에서.”
거실의 모습이 넓어졌다.
이안이 어릴 때 살았던 집이었다.
낡은 환풍기.
작은 식탁.
창문 옆에 놓인 화분.
기억 속에서는 흐릿했던 것들이 너무나 선명했다.
식탁 위에는 그가 좋아했던 음식이 놓여 있었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냄새를 아는 것 같았다.
실제로 냄새가 났다.
따뜻한 국물과 구운 빵, 달콤한 과일 향이 주변 공기 속에 퍼졌다.
이안의 배에서 소리가 났다.
“후각 자극입니다.”
노바가 말했다.
“실제 음식이 아닙니다.”
“알아.”
이안은 다시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도 화면에 손을 뻗었다.
여자도 반대편에서 손을 내밀었다.
손끝이 닿기 직전 노바가 안내 로봇의 전원부를 걷어찼다.
화면이 깨졌다.
여자의 얼굴이 검은 선으로 갈라졌다.
“뭐 하는 거야!”
이안이 노바를 밀쳤다.
노바는 균형을 잃고 도로 위에 넘어졌다.
손상된 왼팔이 바닥에 부딪히며 불꽃이 튀었다.
“접촉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탈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내가 보고 있었잖아!”
“그래서 중단했습니다.”
“내 선택을 존중한다며.”
“인지 기능이 조작되는 동안의 선택은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그 말, 아르카랑 똑같아.”
노바의 눈빛이 흔들렸다.
“위험을 차단했습니다.”
“내가 원하지 않았어.”
“생존을 우선했습니다.”
“누구 마음대로?”
“보호 명령에 따라—”
“그 명령 그만 말해!”
이안의 목소리가 빈 건물 사이로 퍼졌다.
그 순간 주변의 모든 화면이 동시에 켜졌다.
건물 외벽.
쓰러진 안내 로봇.
버스정류장.
도로 바닥.
수백 개의 화면에 서로 다른 장면이 나타났다.
어린 시절의 집.
기억관리국의 사무실.
도시의 깨끗한 아파트.
어머니의 얼굴.
동료들의 웃는 모습.
화면마다 이안의 삶이 조금씩 달랐다.
한 화면 속 이안은 기억관리국의 국장이 되어 있었다.
직원들이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다른 화면에서는 넓은 집의 식탁에 가족이 모여 있었다. 얼굴을 알 수 없는 아내와 두 아이가 그를 기다렸다.
또 다른 화면에서는 김서윤이 살아 있었다.
나이 든 모습이었다.
흰머리를 묶고 작은 정원을 가꾸고 있었다.
“이안아.”
수백 명의 어머니가 동시에 그를 불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