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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용서받지 못할 사람
이안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노바는 날 보호하도록 만들어졌어.”
“기계의 명령일 뿐이야.”
“그래도 날 구했어.”
“설계된 행동이지.”
어머니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너는 기계에게 빚을 느낄 필요 없어.”
이안은 창밖을 바라봤다.
빗물 너머로 어두운 형체가 서 있었다.
노바였다.
문밖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쪽 팔은 늘어져 있었고 깨진 렌즈에서는 푸른빛이 약하게 깜박였다.
“저기 있잖아.”
이안이 말했다.
어머니는 창문을 보지 않았다.
“보지 마.”
“왜?”
“저건 너를 다시 위험한 곳으로 데려갈 거야.”
“그렇다고 밖에 두고 갈 수는 없어.”
“이안아.”
어머니가 그의 손을 잡았다.
“너는 평생 다른 사람의 기억을 지우며 살았어. 그게 네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이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너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
“알아.”
“새벽정원이 있다고 해도, 그곳 사람들이 너를 받아 줄까?”
이안의 손끝이 굳었다.
“넌 체제에 협력했어. 수많은 사람의 삶을 지웠지. 명령이었다고 말하겠지만, 결국 네 손으로 했어.”
어머니의 얼굴은 여전히 따뜻했다.
그러나 말은 날카롭게 이안 안으로 들어왔다.
“도시로 돌아갈 수도 없어. 밖의 사람들에게도 받아들여지지 못해.”
“그래서 여기 있으라는 거야?”
“여기서는 아무도 너를 비난하지 않아.”
어머니가 그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여기서는 네가 잘못한 적이 없어.”
이안은 다시 창밖을 바라봤다.
노바가 창문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유리 너머로 무언가 말하고 있었지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입도 없는 얼굴이었지만 몸짓으로 알 수 있었다.
나오라고 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이안의 얼굴을 자신 쪽으로 돌렸다.
“보지 마.”
“왜 저 소리가 안 들리지?”
“불필요한 소리니까.”
“문을 열어 줘.”
어머니의 미소가 아주 조금 굳었다.
“여기에는 문이 필요 없어.”
이안은 식탁에서 일어났다.
현관으로 걸어갔다.
문이 있어야 할 곳에는 벽만 있었다.
“문이 어디 있지?”
“떠날 필요가 없다고 했잖니.”
“그래도 문은 있어야 해.”
“왜?”
어머니가 뒤에서 물었다.
“여기 있는 게 행복한데.”
이안은 벽을 손으로 더듬었다.
매끄러웠다.
손잡이도 경계선도 없었다.
창문으로 달려갔다.
유리는 단단했다.
노바가 반대편에서 오른손으로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쾅.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유리가 흔들렸다.
“문을 열어.”
이안이 말했다.
어머니는 식탁에 앉아 있었다.
“너는 늘 불필요한 질문 때문에 행복을 망쳤어.”
“열어.”
“밖은 춥고 위험해.”
“내가 판단할게.”
“그 판단 때문에 여기까지 왔잖니.”
벽의 색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낡은 집이 사라지고 통합도시의 아파트가 나타났다.
식탁 위의 음식도 바뀌었다.
기억관리국의 회색 작업대.
삭제실의 화면.
수백 개의 기록이 떠올랐다.
삭제 완료.
삭제 완료.
삭제 완료.
방 안에 얼굴들이 나타났다.
이안이 지운 기록 속 사람들.
배급소에서 울던 여자.
음악을 하고 싶다고 썼던 남자.
불법 종교 모임에서 노래하던 사람들.
그들이 이안을 바라봤다.
“네가 우리를 지웠어.”
누군가 말했다.
“명령이었어.”
이안이 대답했다.
“그래도 네가 했어.”
“내가 거부하면 다른 사람이 했을 거야.”
“그래서 네 책임이 없어?”
얼굴들이 점점 가까워졌다.
“너는 진실을 지웠어.”
“너는 우리 아이에게서 과거를 빼앗았어.”
“너는 내가 존재했다는 증거를 없앴어.”
이안은 귀를 막았다.
“그만해.”
어머니가 다시 그의 앞에 나타났다.
이번에는 검은 비를 맞고 있었다.
마지막 이주선의 승선장에서처럼 품에 어린 이안을 안고 있었다.
“여기 있으면 듣지 않아도 돼.”
그녀가 말했다.
“기억하지 않아도 돼.”
“이건 가짜야.”
“네가 원하는 것보다 진짜인 게 중요하니?”
“중요해.”
“왜?”
어머니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진실이 너를 불행하게만 하는데.”
그 문장을 이안은 이미 들은 적이 있었다.
행복 교정 상담실에서 세라가 물었다.
진실이 당신을 불행하게 한다면, 그것은 보존할 가치가 있습니까?
이안은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봤다.
눈가의 주름.
젖은 머리카락.
자신을 바라보는 안타까운 눈빛.
완벽했다.
너무 완벽했다.
기억 속 어머니보다 더 어머니 같았다.
그래서 가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