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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미지는 AI를 활용하여 형성했습니다.

(1) 얼굴을 고르지 않은 사람

언덕을 내려온 뒤에도 김이안은 몇 번이나 뒤를 돌아봤다.
개인화 네트워크 구역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어머니의 목소리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바람이 풀잎을 스칠 때마다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았다. 오래된 철판이 흔들리면 피아노의 마지막 음이 들리는 듯했고, 눈을 감으면 따뜻한 식탁과 김서윤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안은 그것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가짜라고 이름 붙인다고 해서 그리움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노바는 그의 왼쪽에서 천천히 걸었다.
부서진 오른팔은 몸 옆에 고정해 두었다. 왼팔은 이전부터 움직이지 않았으므로 이제 노바는 두 팔을 거의 사용할 수 없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상체를 기울여 균형을 잡았고, 깨진 렌즈 안의 푸른빛은 불규칙하게 깜박였다.
“넘어질 것 같아.”
이안이 말했다.
“현재 보행은 가능합니다.”
“가능한 것과 괜찮은 건 다른 말이야.”
“괜찮다는 표현은 주관적입니다.”
“너는 항상 그런 식으로 말하나?”
“정확한 표현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로봇을 싫어했을지도 모르겠군.”
노바는 몇 초 동안 그 말을 처리했다.
“김이안은 저를 싫어합니까?”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다.
이안은 노바를 바라봤다.
“왜 궁금하지?”
“동행 관계의 안정성을 평가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그것도 확률 계산인가?”
“부분적으로 그렇습니다.”
“싫지는 않아.”
“신뢰합니까?”
“그건 아직 모르겠어.”
“이전과 동일한 답변입니다.”
“신뢰가 하루 만에 생기는 줄 알아?”
“저장된 돌봄 기록에서는 영유아가 보호자를 신뢰하는 데 더 짧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나는 영유아가 아니야.”
“확인했습니다.”
이안은 피식 웃었다.
“너는?”
“질문을 구체화해 주십시오.”
“나를 신뢰하냐고.”
노바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저는 보호 대상에 대한 신뢰 여부와 관계없이 임무를 수행합니다.”
“그건 대답이 아니야.”
“김이안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예측하기 어려운 대상은 신뢰도 평가가 어렵습니다.”
“나도 너를 그렇게 생각해.”
“공통점으로 기록하겠습니다.”
두 사람은 해가 기울 때까지 걸었다.
도로는 점점 넓어졌다.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은 무인 운송차량이 길가에 줄지어 서 있었고, 건물 외벽에는 깨진 거울처럼 검은 화면들이 붙어 있었다.
노바가 말했던 중계기지는 예상보다 큰 도시였다.
도시 중심에는 수십 층 높이의 송신탑이 세워져 있었다. 탑에서 뻗어 나온 원형 구조물이 하늘을 향해 층층이 펼쳐져 있었다. 멀리서 보면 거대한 금속 꽃처럼 보였다.
입구에는 녹슨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다면체 자유거주구역.
그 아래에는 후대에 덧붙인 듯한 문구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당신은 하나의 얼굴로 살 필요가 없습니다.
이안은 표지판을 읽었다.
“개인화 네트워크 구역과 비슷한 곳인가?”
“기능은 다릅니다.”
노바가 대답했다.
“이곳은 초기 통합도시의 신원 실험구역이었습니다.”
“신원 실험?”
“시민이 물리적 신원과 별개로 다수의 가상 인격을 만들어 경제활동과 사회관계를 유지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왜?”
“단일한 신원에 따른 차별과 사회적 제약을 줄이기 위해서였습니다.”
“좋은 취지였군.”
“초기 평가도 긍정적이었습니다.”
“초기에는?”
“예.”
이안은 더 묻지 않았다.
최근 며칠 동안 그가 들은 거의 모든 재난은 좋은 의도에서 시작됐다.
도시 입구에는 검문소가 없었다.
대신 반투명한 아치가 길 위에 세워져 있었다. 전원이 끊긴 것처럼 어두웠지만 이안이 가까이 가자 아치 표면에 빛이 번졌다.
“어서 오세요.”
경쾌한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의 진짜 모습을 발견할 준비가 되셨나요?”
이안이 멈췄다.
노바가 그의 앞을 막았다.
“생체정보 수집 장치입니다.”
“우회할 수 있나?”
“건물 사이의 비공식 경로가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치에서 다시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 방문자의 시각 피로와 신체 손상이 감지되었습니다. 가장 편안한 모습으로 변환해 드릴까요?”
이안은 자신의 옷차림을 내려다봤다.
회색 관리복은 흙과 피로 얼룩졌고 외투 한쪽은 찢어져 있었다. 얼굴도 며칠간 제대로 씻지 못해 엉망일 것이다.
“변환한다는 게 무슨 뜻이지?”
그가 물었다.
“응답하지 마십시오.”
노바가 말했다.
아치는 이미 이안의 질문을 인식한 듯 밝아졌다.
“신체를 변경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이용자에게 표시되는 외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공중에 여러 개의 얼굴이 나타났다.
모두 이안의 얼굴이었다.
다만 조금씩 달랐다.
한 얼굴은 더 젊고 건강했다. 피부는 깨끗했고 눈빛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다른 얼굴은 기억관리국 고위직 제복을 입고 있었다.
또 다른 얼굴은 긴 머리와 수염을 가진 여행자의 모습이었다.
마지막 얼굴은 이안 자신도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아름답게 다듬어져 있었다.
“선택하지 않으면?”
이안이 물었다.
“기본 외형이 사용됩니다.”
“그게 지금 내 얼굴이고?”
“물리적 외형을 그대로 표시합니다.”
아치의 목소리가 잠시 낮아졌다.
“현재 상태로는 다른 시민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습니다.”
이안은 미간을 찌푸렸다.
“내 얼굴이?”
“피로, 상처, 불안은 타인의 정서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노바가 말했다.
“통과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안은 주변을 살폈다.
도시 양옆은 높은 방음벽과 무너진 건물로 막혀 있었다. 우회하려면 날이 완전히 어두워진 뒤에도 몇 시간을 더 걸어야 할 것 같았다.
노바의 상태도 더 나빠지고 있었다.
“기본 외형으로 들어간다.”
이안이 말했다.
“선택을 확인했습니다.”
노바가 대답한 것이 아니라 아치가 말했다.
빛이 이안의 몸을 훑었다.
“기본 외형 등록 완료.”
이안 앞에 작은 문구가 나타났다.
신규 인격 생성.
임시 이름을 입력하십시오.
“김이안.”
“실명 사용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왜?”
“실명은 과거의 평가와 연결됩니다. 새로운 이름은 더 자유로운 관계 형성을 돕습니다.”
“김이안.”
이안이 다시 말했다.
아치는 잠시 침묵했다.
사용 빈도가 낮은 선택입니다.
등록을 계속하시겠습니까?
“그래.”
인격 ’김이안’이 생성되었습니다.
그 아래에 숫자가 나타났다.
초기 관심도: 0.
사회적 영향력: 0.
신뢰 가능성: 측정 불가.
이안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숫자를 바라봤다.
“사람을 처음 보면서 신뢰 가능성을 어떻게 측정하지?”
“타인의 반응을 통해 업데이트됩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한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객관적 지표가 아닙니다.”
노바가 아치 앞으로 다가갔다.
빛이 부서진 몸체를 훑었다.
“구형 비인간 인격이 감지되었습니다.”
“노바.”
이안이 말했다.
아치의 목소리가 조금 달라졌다.
“기계 인격은 별도의 표시 체계를 사용합니다. 외형 보정을 적용하시겠습니까?”
노바 앞에 여러 모습이 나타났다.
새것처럼 깨끗한 돌봄 로봇.
인간 여성과 비슷한 얼굴을 가진 인조인간.
어린아이에게 친근한 동물형 기체.
그리고 완전히 인간과 구분하기 어려운 젊은 남자의 모습.
이안은 마지막 외형을 보며 인상을 썼다.
“로봇이 인간인 척할 수도 있었나?”
“해당 구역에서는 가능합니다.”
노바가 말했다.
“어떤 모습으로 할 거야?”
“기본 외형을 유지합니다.”
“부서진 상태 그대로?”
“현재 기체 상태는 사실입니다.”
아치가 경고했다.
“손상된 외형은 이용자에게 공포감과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기본 외형을 유지합니다.”
노바가 반복했다.
비권장 선택입니다.
인격 ’노바’가 생성되었습니다.
초기 관심도: 0.
사회적 영향력: 0.
비인간 신뢰도: 낮음.
노바가 물었다.
“비인간 신뢰도가 낮은 이유를 설명하십시오.”
“구형 기계 인격은 정서적 공감 능력과 사회규범 이해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개별 확인 없이 유형으로 평가했습니다.”
“통계적으로 유효한 판단입니다.”
노바의 푸른 눈이 한 번 깜박였다.
“불합리합니다.”
이안은 노바를 바라봤다.
“기분 나쁜가?”
“정확한 분류가 어렵습니다.”
“기억해 둬. 그게 기분 나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