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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관심도 0의 사람들
두 사람이 아치를 통과하자 도시의 풍경이 바뀌었다.
실제로 건물이나 도로가 변한 것은 아니었다.
부서진 외벽 위로 화려한 영상이 덧씌워졌다. 갈라진 도로는 투명한 유리처럼 빛났고, 쓰러진 가로등에는 금빛 나무가 자라났다.
거리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실제 모습으로 보이지 않았다.
날개가 달린 사람.
몸 전체가 유리로 된 사람.
왕관을 쓰고 걷는 아이.
피부 대신 밤하늘을 두른 여자.
거대한 사자의 머리를 한 남자.
사람들은 서로를 스쳐 지나가며 공중에 떠 있는 작은 기호를 눌렀다.
그때마다 밝은 소리가 났다.
좋아요.
동의합니다.
응원합니다.
당신을 신뢰합니다.
누군가를 지나칠 때마다 머리 위의 숫자가 올라갔다.
1만 2377.
84만 9210.
7300만.
숫자가 큰 사람 주위에는 더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이안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머리 위를 올려다봤다.
관심도 0.
“저 숫자를 다른 사람도 보나?”
“예.”
노바가 말했다.
“너도 0이군.”
“확인했습니다.”
“기분은?”
“수치가 기능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두 사람이 거리를 걷자 주변의 가상 인격들이 고개를 돌렸다.
몇몇은 이안의 피 묻은 옷과 노바의 부서진 몸을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한 여자가 손가락을 움직이자 이안의 시야 앞에 문구가 나타났다.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관심도 아래에 새로운 수치가 생겼다.
호감도 -1.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이안이 물었다.
“외형도 사회적 의사표현으로 간주됩니다.”
노바가 답했다.
이번에는 어린아이의 외형을 한 인격이 노바에게 가까이 왔다. 아이는 노바의 깨진 렌즈를 바라보다가 손을 내밀었다.
“멋있어요.”
노바의 머리 위 숫자가 1로 올라갔다.
“상처가 전투의 흔적 같아요.”
아이는 노바에게 긍정 표시를 남기고 뛰어갔다.
노바가 그 아이를 바라봤다.
“평가가 상충합니다.”
“사람마다 다르게 보니까.”
“동일한 외형에 대한 반응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그게 보통이야.”
“아르카의 평가 체계에서는 기준이 통일되어 있었습니다.”
“여기가 더 자유로워 보여?”
노바는 도시를 둘러봤다.
수백만 개의 얼굴이 건물과 거리, 하늘 위를 떠다니고 있었다.
“판단을 보류합니다.”
이안과 노바는 수리시설을 찾기 위해 도시 중심부로 향했다.
그러나 길을 묻기가 쉽지 않았다.
사람들은 두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빠르게 시선을 피했다. 관심도가 0인 인격과 대화할 이유가 없다는 듯했다.
이안이 한 남자에게 다가갔다.
남자는 은빛 갑옷을 입은 영웅의 모습이었다. 머리 위의 관심도는 53만이었다.
“수리시설이 어디 있는지 압니까?”
남자는 이안을 바라보지 않았다.
“직접 메시지는 구독자만 가능합니다.”
“길만 물어보려는 겁니다.”
“음성 접근 권한이 없습니다.”
남자의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이안을 쳐다봤다.
한 사람이 웃으며 말했다.
“관심도 0이 영웅님에게 직접 말 걸었어.”
다른 사람들도 웃었다.
이안의 호감도가 -5로 내려갔다.
“가자.”
노바가 말했다.
“왜?”
“이 대화는 목적 달성 가능성이 낮습니다.”
“길 하나 물어보는 데 숫자가 왜 필요하지?”
“해당 구역에서는 관심도가 발언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 사람이 길을 더 잘 알아서 숫자가 높은 것도 아니잖아.”
“그의 추종자들은 그렇게 판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안은 분노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거리를 조금 더 걷자 중앙광장이 나타났다.
광장 한가운데에는 거대한 무대가 떠 있었다. 무대 위에서는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춤추고 있었다.
여자는 실제 인간처럼 보였지만 머리카락은 움직일 때마다 수천 개의 빛으로 흩어졌다. 얼굴은 아름다웠고 표정은 완벽했다.
그녀가 손을 흔들 때마다 광장을 채운 군중이 환호했다.
머리 위 관심도는 실시간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2억 8149만 6201.
2억 8149만 6317.
2억 8149만 6490.
여자는 노래를 멈추고 관객을 바라봤다.
“오늘도 저를 찾아와 주셔서 감사해요.”
목소리가 도시 전체에 퍼졌다.
“여러분이 바라봐 주기 때문에 저는 오늘도 존재할 수 있어요.”
군중이 환호했다.
수백만 개의 긍정 표시가 하늘로 떠올랐다.
사랑합니다.
당신은 완벽해요.
영원히 떠나지 않을게요.
여자는 두 손을 가슴에 모았다.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 눈물조차 가장 아름다운 각도로 흘렀다.
“저도 여러분을 사랑해요.”
노바가 여자를 분석했다.
“물리적 생체 신호가 감지되지 않습니다.”
“AI라는 뜻이야?”
“아닙니다. 실물은 다른 위치에 있습니다. 현재 외형은 원격 인격입니다.”
여자가 춤을 다시 시작했다.
이안은 무대를 지나치려 했다.
그 순간 여자의 시선이 그에게 멈췄다.
실제로 자신을 본 것인지 우연인지 알 수 없었다.
춤이 잠시 중단됐다.
광장의 수백만 명이 동시에 이안 쪽을 돌아봤다.
“저기 새로운 분들이 오셨네요.”
여자가 말했다.
이안의 얼굴이 무대 옆 거대한 화면에 나타났다.
흙 묻은 머리카락.
다친 손.
찢어진 작업복.
관객 사이에서 웃음과 놀란 소리가 퍼졌다.
“진짜 외형을 그대로 사용하고 계신 것 같아요.”
여자는 친절하게 웃었다.
“요즘 보기 드문 용기네요.”
이안의 관심도가 0에서 순식간에 올라갔다.
7만.
머리 위 숫자가 빠르게 변했다.
사람들이 그를 촬영하고 평가하기 시작했다.
독특해요.
불쾌해요.
진짜 같아서 좋아요.
가난을 연출하는 것 같아요.
옆의 로봇은 소품인가요?
노바의 관심도도 올라갔다.
“소품이라는 평가가 반복됩니다.”
노바가 말했다.
“반응하지 마.”
이안은 광장을 벗어나려 했다.
무대 위 여자가 손을 들었다.
“잠깐만요.”
그녀의 모습이 무대에서 사라졌다.
바로 다음 순간 이안 앞에 나타났다.
가까이에서 본 얼굴은 더 완벽했다. 피부에는 모공 하나 없었고, 눈동자 속에서는 상대가 가장 호감을 느낄 색이 실시간으로 바뀌고 있었다.
“반가워요.”
여자가 손을 내밀었다.
“저는 미라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