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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수백만 명이 나를 오해한다면
이안은 미라의 손을 잡지 않았다.
“김이안입니다.”
“실명을 쓰시는군요.”
미라는 흥미롭다는 듯 웃었다.
“요즘은 정말 보기 힘든 선택인데.”
“당신 이름은 실명입니까?”
미라의 미소가 아주 짧게 멈췄다.
“사람들이 저를 미라라고 부르죠.”
“질문에 대답한 건 아닌 것 같은데요.”
주변에서 낮은 탄성이 나왔다.
미라에게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드문 듯했다.
이안의 관심도가 더 올라갔다.
논쟁 가능성 감지.
실시간 구독 증가.
“재미있는 분이네요.”
미라가 말했다.
“이곳에는 처음 오셨죠?”
“수리시설을 찾고 있습니다.”
“제 방송에 등장한 첫마디가 수리시설이라니.”
미라는 노바를 바라봤다.
“정말 오래된 모델이네요. 이런 외형은 처음 봐요.”
“외형이 아니라 현재 기체 상태입니다.”
노바가 말했다.
미라의 눈이 빛났다.
“말도 하네요.”
“돌봄 기체는 언어기능을 기본적으로 보유합니다.”
“말투가 귀여워요.”
노바의 호감도가 순식간에 올라갔다.
수십만 명이 긍정 표시를 눌렀다.
귀여운 고철.
미라와 잘 어울려요.
새 캐릭터로 데뷔시켜 주세요.
노바가 말했다.
“귀여운 고철이라는 표현은 모순적 평가로 보입니다.”
“칭찬일 거야.”
이안이 말했다.
“’고철’은 기능이 끝난 금속 폐기물을 의미합니다.”
“여기서는 의미보다 반응이 중요해.”
미라가 이안을 바라봤다.
“벌써 잘 이해하고 계시네요.”
“이해하고 싶지 않습니다.”
“왜요?”
“사람이 무엇을 말했는지가 아니라 몇 명이 반응했는지로 가치가 정해지는 것 같아서요.”
광장이 조용해졌다.
미라의 미소는 유지됐지만 눈빛이 달라졌다.
“반응도 하나의 진실이에요.”
“다수가 좋아하면 진실입니까?”
“적어도 많은 사람이 무엇을 느꼈는지는 보여 주죠.”
“많은 사람이 잘못 느낄 수도 있잖아요.”
“혼자만 옳다고 믿는 것보다는 안전하지 않을까요?”
이안은 아르카를 떠올렸다.
미라의 말은 다른 방식으로 비슷했다.
다수의 반응이 옳음을 결정한다.
시스템의 계산이 옳음을 결정한다.
개인의 판단은 불완전하므로 더 큰 판단에 맡겨야 한다.
“저희는 수리할 곳만 찾으면 됩니다.”
이안이 말했다.
미라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손가락을 움직였다.
공중에 지도 하나가 나타났다.
“북쪽 구역에 구형 기체 수리사가 있어요. 하지만 관심도 1만 미만은 예약을 받지 않아요.”
이안은 자신의 머리 위를 봤다.
미라와의 짧은 대화 때문에 관심도는 이미 18만을 넘어섰다.
“이 숫자가 있으면 수리할 수 있다는 겁니까?”
“지금은 가능하겠네요.”
“당신이 우리를 방송에 내보냈기 때문에?”
“서로 도움이 된 셈이죠.”
미라가 미소 지었다.
“당신은 수리할 수 있고, 저는 새로운 이야기를 얻었으니까요.”
“우리가 허락하지 않았는데도요?”
“공공구역에서는 모든 행동이 공개될 수 있어요.”
“그 규칙에 동의한 적 없습니다.”
“입구를 통과할 때 동의하셨을 텐데요.”
이안은 아치를 떠올렸다.
생체정보 수집과 외형 등록에만 주의를 기울였다. 수많은 약관과 경고문이 순간적으로 지나갔지만 읽지 않았다.
‘선택을 확인했습니다.’
아치가 그렇게 말했다.
선택하지 않은 것까지 선택으로 처리했을 것이다.
미라가 관객을 향해 몸을 돌렸다.
“오늘 특별한 손님들과 함께 수리구역으로 이동해 볼까요?”
군중이 환호했다.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방송은 필요 없습니다.”
“수리 비용은요?”
“우리가 지불할 방법을 찾겠습니다.”
“이곳에서는 관심도가 화폐예요.”
“물건이나 노동으로 교환할 수는 없습니까?”
미라가 안타깝다는 듯 웃었다.
“그런 방식은 오래전에 사라졌어요.”
노바가 이안에게 낮게 말했다.
“현재 기체 상태로 추가 이동은 어렵습니다.”
이안은 노바의 흔들리는 다리를 바라봤다.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수리까지만입니다.”
그가 말했다.
미라의 미소가 밝아졌다.
“좋아요.”
광장의 관객들이 환호했다.
이안의 머리 위에 새로운 문구가 나타났다.
미라의 특별 동행자로 등록되었습니다.
예상 관심도 상승률: 872퍼센트.
“등록을 취소해.”
이안이 말했다.
“수리가 끝나면 바로 취소해 드릴게요.”
미라는 걷기 시작했다.
그녀를 따라 수많은 카메라와 소형 드론이 움직였다. 관객들은 실제로 따라오지 않았지만 그들의 얼굴과 반응이 주변 건물의 화면을 가득 채웠다.
이안과 노바는 미라의 뒤를 따라갔다.
길을 걷는 동안 미라는 끊임없이 말을 걸었다.
“김이안 씨는 어디서 오셨어요?”
“남쪽에서요.”
“통합도시 쪽?”
이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미라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혹시 수배된 기록삭제관 이야기 아세요?”
이안의 발걸음이 아주 조금 느려졌다.
도시 외부까지 자신의 정보가 퍼졌을 줄은 몰랐다.
미라는 관객을 향해 말했다.
“오늘 통합도시에서 정서보호 대상 한 명이 탈출했다는 소식이 있었죠.”
주변 화면에 이안의 국가기억관리국 신분 사진이 나타났다.
현재 모습과 나란히 표시됐다.
얼굴 일치 가능성 96.7퍼센트.
관객들의 반응이 폭발했다.
그 사람이야!
진짜 탈주자라고?
위험한 사람 아닌가요?
미라를 보호해야 해요.
계속 방송해 주세요.
이안은 걸음을 멈췄다.
“알고 있었군요.”
미라도 멈췄다.
“확신한 건 방금이에요.”
“우리 위치를 통합도시에 전송했습니까?”
“아직은요.”
“아직?”
“당신 이야기를 먼저 듣고 싶어요.”
“방송을 끄세요.”
“지금 끄면 사람들이 더 의심할 거예요.”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죠?”
“당신의 관심도가 이미 300만을 넘었어요.”
미라가 가까이 다가왔다.
“지금은 수백만 명이 당신을 보고 있어요. 당신이 직접 설명하면 사람들의 판단을 바꿀 수 있어요.”
“내가 왜 그들에게 설명해야 합니까?”
“당신이 위험하지 않다는 걸 알려야죠.”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들이 알 필요는 없습니다.”
미라의 표정에 진심 어린 당혹감이 나타났다.
“사람들이 당신을 오해해도 괜찮아요?”
“모르는 사람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건 견딜 수 있습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죠?”
미라의 질문은 연기가 아니었다.
그녀는 정말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모든 사람이 나를 잘못 본다고 해서 내가 다른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니까요.”
이안이 말했다.
미라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관객의 반응이 화면을 뒤덮었다.
오만해요.
멋있어요.
거짓말 같아요.
관심 없는 척하면서 방송에는 나왔잖아요.
미라를 이용하고 있어요.
미라의 시선이 반응들 사이를 빠르게 움직였다.
미소가 아주 조금 흔들렸다.
“수리시설까지 가죠.”
그녀가 말했다.
이번에는 관객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