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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미지는 AI를 활용하여 형성했습니다.

(4) 기억을 태운 기계

북쪽 수리구역은 도시의 화려한 중심부와 달랐다.
가상 외형이 벗겨진 낡은 작업장들이 좁은 골목에 모여 있었다. 기계 부품과 전선, 폐기된 로봇의 몸체가 길가에 쌓여 있었다.
미라는 한 작업장 앞에 멈췄다.
간판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실체 수리 전문.
외형 보정은 취급하지 않음.
문이 열리고 허리가 굽은 노인이 나왔다.
노인은 가상 외형을 사용하지 않았다. 얼굴에는 깊은 주름과 기름때가 그대로 보였다. 머리 위 관심도는 214였다.
“또 방송거리 데려왔나?”
노인이 미라에게 물었다.
“손님이에요, 태오.”
“손님 머리 위에 추적 경고가 뜨는데.”
태오는 이안을 흘끗 본 뒤 노바에게 다가갔다.
노바의 몸체를 몇 차례 두드리고 깨진 렌즈를 살폈다.
“NV 계열이 아직 남아 있었군.”
“수리할 수 있습니까?”
이안이 물었다.
“완전히는 못 해.”
“어디까지 가능하죠?”
“걷고, 보고, 팔 하나 정도 움직이는 수준.”
“그 정도면 됩니다.”
태오는 이안을 바라봤다.
“관심도는?”
이안은 머리 위 숫자를 확인했다.
520만.
“충분하군.”
“숫자가 수리비입니까?”
“여기서는 그렇지.”
“당신도 그 체계를 따릅니까?”
태오가 코웃음을 쳤다.
“부품을 구하려면 어쩔 수 없어. 관심이 많은 사람한테 붙으면 광고가 들어오고, 광고가 부품이 되거든.”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있었지.”
태오는 노바를 수리대에 앉혔다.
“사람들이 손으로 물건을 만들고, 필요한 사람과 바꾸던 때가 있었어. 하지만 그런 건 느렸고, 기록도 잘 안 됐고, 누가 더 많이 기여했는지 계산하기 어려웠지.”
그는 공구함을 열었다.
“그래서 관심이 화폐가 됐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너를 보는지,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 얼마나 강하게 반응하는지. 계산하기 쉬웠거든.”
“가치는요?”
“계산하기 어려운 건 사라지는 법이야.”
태오는 노바의 가슴판을 열었다.
안쪽에서 타는 냄새가 났다.
태오의 표정이 달라졌다.
“이 기체, 자기 기억을 태워서 외부 신호를 차단했군.”
이안의 얼굴이 굳었다.
“무슨 뜻입니까?”
“연산용 전력이 부족하니까 기억 저장장치 일부를 전력으로 전환한 거야.”
“어떤 기억이 사라졌죠?”
“그건 열어 봐야 알지.”
이안은 노바를 바라봤다.
“왜 말하지 않았어?”
“질문하지 않으셨습니다.”
“중요한 위험은 먼저 말하라고 했잖아.”
“기억 손상은 이미 발생한 상태였습니다.”
“계속 손상되고 있었나?”
노바는 대답하지 않았다.
태오가 말했다.
“개인화 구역에서 널 빼내려고 무리했겠지. 차폐 장치도 다 타 버렸어.”
이안은 창문을 깨던 노바를 떠올렸다.
오른팔이 부서져도 멈추지 않았던 모습.
자신이 출구를 선택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선택이 확인된 뒤에야 몸을 던졌던 기계.
“복구할 수 있습니까?”
“기억은 부품처럼 갈아 끼우는 게 아니야.”
태오가 말했다.
“백업이 있으면 모르지만.”
“백업이 있나?”
노바가 대답했다.
“확인할 수 없습니다.”
“또 그 말이군.”
이안이 낮게 말했다.
태오는 기억 저장영역을 확대해 보여 주었다.
일부 구간은 검게 타 있었다.
손상된 부분 안에 어떤 기억이 있었는지는 흔적만으로 알 수 없었다.
김서윤에 대한 기록일 수도 있었다.
어린 이안에 대한 기억일 수도 있었다.
새벽정원에 관한 정보가 사라졌을 수도 있었다.
이안은 자신도 모르게 물었다.
“남아 있는 조각으로 복구할 수는 없습니까?”
“일부는 가능해.”
태오가 말했다.
“하지만 손상된 부분을 추정해서 채워 넣어야 해. 과거의 노바와 비슷한 인격 자료가 있다면 덮어씌울 수도 있고.”
“그러면 지금의 노바는요?”
“어느 정도 남을 수도 있고, 변할 수도 있지.”
태오는 당연한 질문을 하듯 이안을 바라봤다.
“어떻게 할래?”
이안은 대답하려다가 멈췄다.
노바를 복구하면 어머니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새벽정원으로 가는 길을 알게 될 수도 있었다.
조금 전까지 걷기도 힘들었던 노바가 더 온전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자신 앞에 있는 존재가 다른 존재로 바뀔 가능성도 있었다.
“노바에게 물어야 합니다.”
이안이 말했다.
태오가 웃었다.
“기계한테?”
“기억은 노바의 것이니까요.”
태오는 노바 쪽으로 몸을 돌렸다.
“들었지? 손상된 기억을 추정 복구할 수도 있고, 지금 상태를 보존한 채 기계 기능만 고칠 수도 있어.”
“복구 성공 가능성은?”
노바가 물었다.
“정확히는 몰라. 기억량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지만, 지금 생긴 판단 방식이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어.”
“현재 동행 기록은?”
“일부가 덮어써질 수 있어.”
노바의 푸른 렌즈가 이안을 향했다.
“김서윤에 대한 기억은 복구될 수 있습니까?”
“그럴 가능성은 있지.”
“새벽정원의 위치는?”
“그것도.”
이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원하는 답을 말하면 노바의 선택에 영향을 줄 것 같았다.
노바는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기계 기능만 수리해 주십시오.”
“기억은 그대로 두고?”
“예.”
“나중에는 복구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어.”
“확인했습니다.”
“이유는?”
노바가 말했다.
“현재의 기억이 부족하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푸른빛이 한 번 깜박였다.
“그러나 알 수 없는 과거의 저로 교체되는 것이 복구인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태오는 잠시 노바를 바라봤다.
“알겠다.”
수리가 시작됐다.
태오는 노바의 깨진 렌즈를 제거하고 다른 구형 기체에서 떼어 낸 부품을 연결했다. 손상된 오른팔은 팔꿈치 아래를 분리했다. 왼팔에는 임시 구동기를 달았다.
이안은 작업대 옆에 앉아 과정을 지켜봤다.
미라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방송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태오의 작업을 설명하고 노바의 오래된 모델을 소개하며, 이안의 침묵을 하나의 신비로운 이야기로 포장했다.
관객은 계속 늘어났다.
이안의 관심도는 어느새 900만을 넘어섰다.
수리가 끝날 무렵 태오가 말했다.
“시험해 봐.”
노바의 새 렌즈에 푸른빛이 들어왔다.
왼팔이 천천히 움직였다. 모양과 색이 다른 부품들이 이어져 있었지만 기능은 했다.
“시각 입력 정상.”
노바가 말했다.
“왼팔 출력 54퍼센트.”
“오른팔은?”
이안이 물었다.
“현재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건 나도 보여.”
“질문을 기능 여부로 해석했습니다.”
태오가 웃었다.
“여전하군.”
노바가 수리대에서 일어났다.
걸음은 이전보다 안정적이었다.
이안은 안도하면서도 노바의 기억 손상에 관한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비용은?”
그가 물었다.
태오는 미라를 가리켰다.
“이미 지불됐어. 오늘 방송 광고가 평소의 열두 배야.”
이안의 얼굴이 굳었다.
“우리 이야기를 팔았다는 뜻입니까?”
태오는 어깨를 으쓱했다.
“여기서는 모든 이야기가 팔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