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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미라가 방송을 종료하고 다가왔다.
주변을 떠다니던 화면과 카메라 일부가 사라졌다.
그러나 완전히 꺼지지는 않았다.
“수리됐으니 됐잖아요.”
미라가 말했다.
“방송을 전부 끄세요.”
“방송은 종료했어요.”
“저 카메라들은요?”
“기록용이에요.”
“그것도 끄세요.”
미라의 표정이 굳었다.
“기록이 없으면 오늘 있었던 일이 사라져요.”
“우리에게는 남아 있습니다.”
“아무도 보지 않으면 의미가 없잖아요.”
“왜 없습니까?”
“누가 확인해 주죠?”
이안은 미라를 바라봤다.
그녀는 무대 위의 완벽한 인격과 달랐다.
방송을 종료한 뒤에도 외형은 아름다웠지만 표정은 불안정했다. 눈동자는 계속 주변을 살폈고, 손가락은 무의식적으로 관심도 수치를 확인하고 있었다.
“미라 씨.”
“왜요?”
“당신은 방송하지 않을 때 무엇을 합니까?”
미라가 눈을 깜박였다.
“준비하죠.”
“무엇을?”
“다음 방송.”
“그것도 하지 않을 때는요?”
“방송을 쉬는 이유를 알리고, 쉬는 동안 올라온 반응을 확인하고, 다시 돌아올 시간을 정해요.”
“아무도 당신을 보고 있지 않을 때는요?”
미라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런 때는 없어요.”
“지금도 누군가 보고 있습니까?”
미라가 주변의 작은 카메라를 바라봤다.
“예.”
이안은 손을 뻗어 가장 가까운 카메라의 전원을 껐다.
미라가 놀라 뒤로 물러났다.
“뭐 하는 거예요?”
이안은 다른 카메라도 껐다.
“멈춰요.”
마지막 카메라를 노바가 왼손으로 잡아 전원을 차단했다.
수리실 안의 모든 방송 장치가 꺼졌다.
완전한 정적이 찾아왔다.
미라의 머리 위 숫자가 멈췄다.
관심도 2억 8157만 4420.
더 이상 오르지 않았다.
미라는 숫자를 바라봤다.
“다시 켜요.”
“잠깐이면 됩니다.”
“다시 켜라고요.”
“아무도 보지 않아도 당신은 여기 있습니다.”
“당신이 뭘 알아요?”
미라가 소리쳤다.
가상 외형의 머리카락이 빛으로 흔들렸다.
“숫자가 멈췄잖아요.”
“그래도 당신은 말하고 있고, 숨 쉬고 있잖아요.”
“그건 아무도 확인하지 못해요.”
“내가 보고 있습니다.”
“당신 한 명이?”
“노바도 있고, 태오 씨도 있습니다.”
태오가 공구를 정리하며 중얼거렸다.
“난 끌어들이지 마.”
미라는 자신의 두 손을 바라봤다.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보지 않으면 제가 어떤 얼굴인지 모르겠어요.”
그녀가 낮게 말했다.
“좋아하는 표정, 싫어하는 말투, 오래 머무는 각도, 떠나게 만드는 목소리. 반응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어떤 모습이 저인지.”
“그건 당신이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 아닙니까?”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도 저예요.”
“모든 모습이 당신이라면, 어느 것도 당신이 아닐 수 있잖아요.”
미라가 이안을 노려봤다.
“당신은 하나의 얼굴로 살았어요?”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억을 지울 때의 얼굴과 지금의 얼굴이 같아요?”
이안은 대답하지 못했다.
“명령을 따를 때의 당신, 도망칠 때의 당신, 어머니를 보고 울던 당신.”
미라는 개인화 네트워크에서의 일을 알고 있었다. 방송 장치가 그 구역의 기록까지 불러온 모양이었다.
“어느 쪽이 진짜 김이안인데요?”
“모두 나입니다.”
“그럼 저도 모두 저예요.”
미라가 말했다.
“사람들이 원하는 미라, 사람들이 미워하는 미라, 혼자 있는 걸 두려워하는 미라. 전부 저라고요.”
이안은 그녀를 바라봤다.
말은 맞았다.
문제는 수많은 얼굴을 갖는 것이 아니었다.
그 얼굴 중 어느 것도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었다.
“당신은 그 얼굴들을 직접 선택합니까?”
이안이 물었다.
미라는 입을 다물었다.
“아니면 반응이 좋은 얼굴만 남깁니까?”
정적이 길어졌다.
미라의 눈동자에서 화려한 색이 사라졌다. 원래 눈의 색인지 알 수 없는 짙은 갈색이 드러났다.
“방송 장치를 켜요.”
그녀가 말했다.
이안은 더 이상 막지 않았다.
미라가 카메라 전원을 켰다.
관심도 숫자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2억 8157만 4421.
단 한 명이 접속했다.
미라는 그 숫자를 바라보며 크게 숨을 내쉬었다.
곧 수백 명, 수천 명이 다시 들어왔다.
멈췄던 숫자가 움직이자 미라의 떨림도 조금씩 줄어들었다.
그녀는 다시 완벽한 미소를 지었다.
“잠시 송출 오류가 있었습니다.”
미라가 관객에게 말했다.
목소리는 안정돼 있었다.
“걱정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려요.”
화면에 안도와 격려가 쏟아졌다.
돌아와 줘서 고마워요.
사라진 줄 알았어요.
미라 없이는 못 살아요.
미라는 반응을 하나씩 읽었다.
조금 전 카메라가 꺼졌을 때의 공포는 완벽한 얼굴 아래로 다시 감춰졌다.
이안은 그녀를 비난하지 않았다.
개인화 네트워크의 가짜 어머니를 떠나는 순간 자신도 비슷한 공포를 느꼈다.
가짜라는 것을 알면서도 붙잡고 싶었다.
미라에게 수백만 개의 시선은 어머니의 얼굴과 같은 것인지도 몰랐다.
그것이 자신을 가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도,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
방송이 끝난 뒤 태오가 북쪽 길을 표시한 지도를 건넸다.
“여기서 더 올라가면 폐기구역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어.”
“도시 밖입니까?”
이안이 물었다.
“관리구역 밖이지. 이 도시의 얼굴망도 끝나.”
미라의 시선이 지도에 멈췄다.
“얼굴망이 완전히 끊겨요?”
“완전히.”
“얼마 동안?”
“그곳에 있는 동안.”
태오는 미라를 바라봤다.
“두려우면 지금 남아.”
미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