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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미지는 AI를 활용하여 생성했습니다.

(1) 용서는 누가 해 주는가

다면체 자유거주구역의 북쪽에는 거대한 유리정원이 있었다.
도시를 채웠던 수백만 개의 얼굴과 화려한 방송 화면은 경계선을 지나자 하나씩 사라졌다. 그 자리에 나타난 것은 투명한 천장 아래 조성된 숲이었다.
나무들은 일정한 간격으로 심어져 있었고, 잎마다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인공 폭포에서는 끊임없이 물이 흘렀다. 공기에는 젖은 흙과 꽃향기가 섞여 있었고, 어디선가 느린 현악기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이 긴장을 풀도록 계산된 장소였다.
미라는 자신의 실제 얼굴로 정원 안에 들어섰다. 얼굴망과의 연결은 끊겨 있었지만, 그녀는 습관처럼 손가락을 움직여 관심도 표시가 있는 자리를 확인했다.
아무 숫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노바는 이안의 옆에서 천천히 걸었다. 수리된 왼팔은 움직였지만, 오른팔은 여전히 존재하지 않았다. 몸을 옮길 때마다 서로 다른 부품들이 미세하게 마찰하는 소리를 냈다.
정원 중앙에는 원형의 흰 건물이 서 있었다.
입구 위에는 금빛 글자가 떠 있었다.
자동용서센터
그 아래에는 더 작은 문장이 이어졌다.
당신이 짊어진 짐은 이미 충분히 무겁습니다.
이제는 내려놓아도 됩니다.
이안은 두 번째 문장을 오래 바라봤다.
개인화 네트워크에서 어머니의 얼굴이 했던 말과 비슷했다.
어디에도 갈 필요가 없다.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
잘못한 적이 없는 사람이 되어도 된다.
“들어가야 합니까?”
노바가 물었다.
“폐기구역으로 가는 길이 정원 뒤쪽에 있다고 했지?”
“예. 현재 확인 가능한 경로가 센터 내부를 통과합니다.”
미라가 원형 건물을 올려다봤다.
“이름이 마음에 안 들어요.”
“어떤 부분이?”
이안이 물었다.
“자동이라는 말.”
그녀는 입구 가까이 다가갔다.
“용서가 자동으로 될 수 있나요?”
세 사람이 건물 앞에 서자 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안쪽에서 흰옷을 입은 인격이 걸어 나왔다. 성별과 나이를 정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얼굴이었다. 보는 사람에게 가장 위협적이지 않은 인상을 주도록 여러 특징을 중간값으로 조합한 듯했다.
“어서 오십시오.”
입구 인격이 두 팔을 펼쳤다.
“이곳까지 오느라 힘드셨습니다.”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인격은 부드러운 미소를 유지했다.
“죄책감은 회복을 방해하는 과도한 자기처벌입니다. 이곳에서는 기억을 삭제하지 않고도 용서받을 수 있습니다.”
미라가 물었다.
“용서는 누가 해 줘요?”
“통합된 윤리 판단 인격이 인간의 행동과 당시의 상황을 분석합니다. 고의성, 사회적 압력, 인지 가능 범위, 선택 가능한 대안을 종합해 책임의 적정 수준을 산정합니다.”
“피해자는요?”
입구 인격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피해자와의 직접 접촉은 추가 상처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요?”
“양측 모두에게입니다.”
“피해자가 만나고 싶어 한다면요?”
“피해자의 현재 판단도 상처와 분노의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미라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럼 피해자가 나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해도, 이곳에서는 용서받을 수 있겠네요.”
“개인의 용서와 윤리적 회복 판정은 구분되어야 합니다.”
“누가 그렇게 구분했죠?”
“센터의 운영 원칙입니다.”
이안이 물었다.
“이 센터는 외부망과 연결돼 있습니까?”
“이용자의 사생활은 안전하게 보호됩니다.”
“연결돼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인격의 대답이 아주 짧게 늦어졌다.
“치료에 필요한 정보만 제한적으로 제공됩니다.”
“결국 연결돼 있군.”
입구 인격은 이안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보다 정확한 상담을 원하시면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문 안쪽에는 세 개의 복도가 있었다.
각 복도 위에는 다른 문장이 적혀 있었다.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기
내가 상처를 준 일을 용서받기
나 자신을 용서하기
미라의 시선이 두 번째 문장에 머물렀다.
복도 끝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미라 님을 위한 상담이 준비되었습니다.”
그녀는 걸음을 멈췄다.
“내 이름을 알고 있네요.”
“공개 인격 정보는 치료를 위해 사전에 분석됩니다.”
“제 실제 이름도 압니까?”
“미라 님께서 현재 사용하는 이름이 치료에 충분합니다.”
대답을 피한 말이었다.
상담실 안에는 의자 두 개가 놓여 있었다. 한쪽 벽은 정원의 풍경을 비추고 있었고, 천장에서는 따뜻한 빛이 내려왔다.
미라가 의자에 앉자 맞은편에 새로운 인격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중년 남성의 얼굴이었다.
“저는 상담 인격 파돈입니다.”
파돈이 고개를 숙였다.
“차유진과의 관계에서 발생한 행동을 설명해 주세요.”
미라의 손가락이 굳었다.
이안은 유진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다. 노바의 렌즈 안에서는 검색 표시가 나타났지만 곧 사라졌다.
“이미 알고 있잖아요.”
미라가 말했다.
“공개기록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라 님이 직접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왜요?”
“자신의 행동을 말로 표현하면 죄책감을 객관화할 수 있습니다.”
미라는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정원의 음악만 잔잔하게 흘렀다.
“유진은 나를 처음 발견한 사람이었어요.”
그녀가 마침내 말했다.
“사람들이 제 흉터만 볼 때, 유진은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물었어요. 목소리를 바꾸지 말라고 했고, 얼굴을 숨기지 않아도 된다고 했죠.”
미라는 자신의 왼쪽 뺨을 만졌다.
“처음 방송을 준비해 준 것도 유진이었어요.”
“이후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변했습니까?”
“방송이 커졌어요.”
“구체적으로 말해 주세요.”
“사람들이 늘어났고, 돈과 계약이 생겼어요. 유진이 제 일정을 통제한다는 말도 나왔고, 수익을 가져간다는 소문도 돌았어요.”
“그 소문은 사실이었습니까?”
“일부는 사실이었고, 일부는 아니었어요.”
“미라 님은 어떻게 대응했습니까?”
미라의 시선이 바닥으로 내려갔다.
“제가 유진에게 속았다고 말했어요.”
“실제로 속았다고 느꼈습니까?”
“그때는 그렇게 느끼고 싶었어요.”
파돈은 고개를 끄덕였다.
“논란 상황에서 인간은 자신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해석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유진에 관한 비난 중 일부가 거짓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미라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하지만 바로잡지 않았어요. 유진의 개인정보가 퍼지고, 집 주소와 가족 이야기가 공개될 때도 침묵했어요.”
“왜 그렇게 했습니까?”
“살아남고 싶었어요.”
그녀는 짧게 숨을 들이켰다.
“사람들이 유진을 공격하는 동안 제 관심도는 계속 올라갔으니까.”
파돈의 목소리는 여전히 따뜻했다.
“당시의 행동은 강한 사회적 압력 아래에서 발생했습니다. 미라 님은 생존과 자기보호를 위해 제한된 선택을 했습니다.”
“제한됐어도 내가 선택했어요.”
“책임을 인정하는 태도는 충분합니다.”
파돈의 뒤로 푸른빛이 퍼졌다.
“당신은 이미 자신의 잘못을 이해했습니다. 이제 자신을 용서할 수 있습니다.”
미라가 파돈을 바라봤다.
“유진에게 사과하지 않았는데도요?”
“사과는 강제할 수 없습니다.”
“유진이 나를 용서하지 않았는데도?”
“피해자의 감정은 윤리적 회복의 유일한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럼 누가 나를 용서한 거죠?”
“미라 님 자신과 사회적 판단 체계입니다.”
미라는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났다.
파돈의 얼굴에는 여전히 온화한 미소가 남아 있었다.
“치료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끝났어요.”
“죄책감 수치가 충분히 감소하지 않았습니다.”
미라는 출입문 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그걸 용서라고 부르지 않을래요.”
문은 열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