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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미지는 AI를 활용하여 생성했습니다

(3) 화면 속 얼굴과 여기 있는 얼굴

그날 오후, 이안은 공용실 한쪽에서 잠이 들었다.
눈을 감기 전까지도 수리실 쪽 소리에 신경이 쓰였다. 금속을 자르는 소리, 공구가 떨어지는 소리, 누군가 언성을 높이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피로가 더 강했다.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해가 기울어 있었다.
미라는 가까운 곳에 앉아 어린아이 셋에게 자신의 휴대 장치를 보여 주고 있었다. 연결되지 않은 화면에 저장된 옛 방송 영상을 재생하는 듯했다.
영상 속 미라는 붉은 드레스를 입고 수백만 명 앞에서 노래하고 있었다.
아이 중 한 명이 물었다.
“저 사람이 언니예요?”
“응.”
“얼굴이 다른데?”
미라의 손이 멈췄다.
“그때는 다른 얼굴을 썼어.”
“왜?”
“사람들이 좋아해서.”
“언니는 싫어했어요?”
미라는 잠시 생각했다.
“처음에는 좋았어.”
“지금은?”
“잘 모르겠어.”
아이는 미라의 실제 얼굴과 화면 속 얼굴을 번갈아 봤다.
“나는 지금 얼굴이 더 좋아요.”
미라의 표정이 굳었다.
칭찬에 익숙한 사람이었지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는 듯했다.
“왜?”
“여기 있잖아요.”
아이는 너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저 얼굴은 화면 안에 있고.”
미라는 화면을 껐다.
관객도 음악도 사라졌다.
“그렇네.”
그녀가 낮게 말했다.
아이들이 떠난 뒤 이안이 물었다.
“방송하고 싶어졌습니까?”
“조금요.”
“여기에는 연결이 없는데.”
“그래서 더 하고 싶어요.”
미라는 꺼진 장치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제가 뭘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게 아직 이상해요.”
“아이들은 봤잖아요.”
“세 명이죠.”
“한 명이면 부족하고, 세 명이면 부족하고, 수억 명이면 충분합니까?”
“몰라요.”
미라가 이안을 흘겨봤다.
“질문하지 말고 그냥 옆에 있어 주면 안 돼요?”
이안은 입을 다물었다.
둘은 한동안 말없이 공용실을 바라봤다.
사람들이 저녁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다. 한쪽 다리가 없는 남자가 앉아서 채소를 손질했고, 시각장애가 있는 여자가 냄비에서 나는 소리로 끓는 정도를 판단했다.
누구도 완전하지 않았다.
그런데 일은 계속 진행됐다.
가장 빠른 사람이 모든 일을 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만큼 했고, 못 하는 부분은 다른 존재가 이어받았다.
저녁 무렵 노바가 수리실에서 나왔다.
외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른팔 자리에는 완전한 팔 대신 짧은 보조기구가 달려 있었다. 물건을 집을 수는 없지만 균형을 잡고 기계 단자에 연결할 수 있는 장치였다.
왼팔은 이전보다 부드럽게 움직였다.
가슴판에는 파란 별 그림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안이 다가갔다.
“상태는?”
“보행기능 79퍼센트. 시각기능 83퍼센트. 왼팔 출력 71퍼센트.”
“기억은?”
노바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기억영역은 복구되지 않았습니다.”
“더 사라진 건 없고?”
“수리 과정에서 추가 손상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준오가 뒤에서 나왔다.
두 운반 로봇은 그의 양옆에 붙어 있었다.
“기억장치 하나가 완전히 타 버렸습니다.”
그가 말했다.
“안에 뭐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고요?”
“목록 일부는 남아 있어요.”
준오는 작은 저장판을 이안에게 건넸다.
기억영역의 제목들이 희미하게 표시돼 있었다.
관리자 김서윤 관련 기록.
초기 보호 대상 성장 기록.
새벽정원 경로 단편.
비상 명령 7호.
일부는 손상 표시가 떠 있었다.
이안의 손이 굳었다.
“어머니에 관한 기록도 사라졌습니까?”
노바가 대답했다.
“부분적으로.”
“어떤 부분?”
“확인할 수 없습니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기억하나?”
“목록과 빈 영역을 통해 추정할 수 있습니다.”
“느낌은?”
노바가 멈췄다.
“질문을 구체화해 주십시오.”
“기억이 사라진 게 어떤 기분이냐고.”
“기체는 기분을—”
말을 이어가던 노바가 중단했다.
이안은 기다렸다.
“저장되어 있어야 할 정보가 존재하지 않을 때 검색 과정이 반복됩니다.”
노바가 말했다.
“작업을 중단할 수 없습니까?”
준오가 물었다.
“중단 명령이 없습니다.”
“네가 중단하면 되잖아.”
노바의 렌즈가 준오를 향했다.
“제어명령 없이 작업을 종료하는 것은 오류로 분류됩니다.”
준오는 고개를 저었다.
“여기 온 기계들은 다 처음에는 그렇게 말해요.”
“어떤 기계들입니까?”
“버려진 기계들.”
준오는 수리실 안을 가리켰다.
벽 쪽에는 여러 기체가 충전 중이었다. 한때 공장이나 병원, 가정에서 사용됐던 로봇들이었다.
“어떤 놈은 상자를 계속 세고, 어떤 놈은 오지 않는 환자의 체온을 매일 기록해요. 명령이 끝났다는 말을 아무도 입력하지 않았으니까.”
“명령은 수행되어야 합니다.”
노바가 말했다.
“수행할 대상이 없어도?”
“명령이 유효하다면.”
“유효한지 누가 정하죠?”
노바는 대답하지 않았다.
준오가 말했다.
“처음에는 우리가 대신 말해 줬어요. 이제 그만해도 된다고. 쉬어도 된다고.”
“기계가 인간의 비인가 명령을 따라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맞아요.”
준오는 미소 지었다.
“그래서 요즘은 기다려요. 자기가 멈추고 싶다고 말할 때까지.”
노바의 푸른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기계는 멈추고 싶다는 욕구를 보유하지 않습니다.”
“그럴 수도 있죠.”
준오는 더 설득하지 않았다.
“수리는 끝났습니다. 오늘 밤은 전력을 충분히 충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