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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불완전한 저장장치
“저에게는 후회 기능이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노바가 말했다.
“그래도 검색이 반복되나?”
“무엇이 말입니까?”
“다른 선택을 했을 가능성.”
노바는 대답하지 않았다.
한참 뒤 말했다.
“개인화 네트워크에서 기억영역을 소모하지 않았다면 현재 더 많은 정보가 남아 있었을 것입니다.”
“그게 후회일지도 몰라.”
“그러나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동일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것도 후회일 수 있어.”
“정의가 모순됩니다.”
“인간의 후회는 원래 그래.”
노바는 그 말을 기록하는 듯 잠시 멈췄다.
“김이안.”
“왜?”
“보호 기능을 상실하더라도 제가 노바라고 판단합니까?”
이안은 노바를 바라봤다.
“그래.”
“기억이 전부 사라져도?”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기억이 모두 사라진 노바가 지금과 같은 존재일까.
말투도, 선택도, 함께 걸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모르겠어.”
이안은 솔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때도 네가 단순한 고철은 아닐 거야.”
“근거는?”
“지금 네가 그걸 묻고 있으니까.”
노바의 푸른빛이 오래도록 움직이지 않았다.
“답변을 저장하겠습니다.”
“네 기억이 또 사라지면?”
“외부 저장장치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어디에?”
노바가 왼손을 들어 이안의 가슴을 가리켰다.
“김이안이 기억할 수 있습니다.”
이안은 웃으려다 멈췄다.
그 말이 생각보다 무겁게 느껴졌다.
노바는 자신의 기억을 잃을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안에게 기억해 달라고 말한 셈이었다.
“기억할게.”
이안이 말했다.
“가능한 만큼.”
“완전한 기억을 보장하지 않습니까?”
“나도 인간이라서.”
“불완전한 저장장치군요.”
“그래도 쉽게 폐기되지는 않아.”
“확인할 수 없습니다.”
둘은 잠시 웃음과 비슷한 침묵을 나눴다.
마을의 불빛이 하나씩 꺼졌다.
통합도시처럼 정해진 시각에 동시에 소등되지는 않았다. 누군가는 일찍 잠들었고, 누군가는 화덕 옆에서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경계조가 골짜기 밖으로 나갔다.
낡은 드론 두 대와 인간 네 명, 한쪽 바퀴가 불안정한 순찰기계가 함께 움직였다.
어느 하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래서 여러 불완전한 존재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이안은 벽에 걸린 이름판들을 다시 바라봤다.
한 사람을 전부 기록할 수는 없었다.
완전한 기억을 약속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처음부터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것과, 가능한 만큼 기억하려는 것은 달랐다.
노바가 물었다.
“김이안은 수면이 필요합니다.”
“너는?”
“충전이 필요합니다.”
“이번에는 권고인가?”
“예.”
“같이 들어가자.”
“김이안과 동일한 수면공간을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알아.”
“그렇다면 이유는?”
“네가 충전 중에 멈추면 확인해야 하니까.”
“기체는 정상적으로 충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확률이 몇 퍼센트지?”
“93퍼센트.”
“나머지 7퍼센트가 있잖아.”
노바는 잠시 이안을 바라봤다.
“김이안은 낮은 확률을 과도하게 고려합니다.”
“네가 그렇게 만든 거야.”
두 존재는 공용실로 돌아갔다.
이안은 노바의 충전 단자가 연결되는 것을 확인한 뒤 가까운 자리에 누웠다.
잠이 들기 직전 노바의 목소리가 들렸다.
“김이안.”
“왜?”
“외부 기억 요청을 수정합니다.”
이안이 눈을 떴다.
“어떻게?”
“노바가 했던 행동뿐 아니라, 김이안이 해석한 내용도 구분해서 보존하십시오.”
“왜?”
“사실과 해석은 다를 수 있습니다.”
“알았어.”
“미라의 기록도 요청할 수 있습니까?”
“직접 물어봐.”
“동의 절차를 확인했습니다.”
이안은 다시 눈을 감았다.
노바는 자신이 잊게 될 가능성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자신을 잘못 기억할 가능성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자료 보존과 달랐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해석 속에 들어가는 일이었다.
완전한 기록은 없었다.
그러나 불완전하기 때문에 서로 묻고 수정할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이안은 마을의 종소리에 눈을 떴다.
평소의 식사 종과는 달랐다.
짧고 빠른 소리가 골짜기 전체에 퍼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입구로 달려가고 있었다.
언덕 위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내려오고 있었다.
선두에는 검은색 보안 외투를 입은 남자가 있었다.
옷은 찢어지고 먼지투성이였지만 걸음에는 군인 같은 습관이 남아 있었다.
그는 등에 어린 여자아이를 업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