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 이미지는 AI를 활용하여 생성했습니다

(7) 직책 없이 들어온 사람

검은 외투의 남자 뒤로 지친 사람 여섯 명이 따라왔다.
누군가는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었고, 누군가는 다른 사람의 어깨에 몸을 의지하고 있었다.
남자의 등에 업힌 여자아이는 의식이 없었다.
오른쪽 다리에 거친 부목이 묶여 있었고, 얼굴은 열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문해라가 입구로 나갔다.
“이름을 말해.”
검은 외투의 남자가 아이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그는 한동안 주변 사람들을 살핀 뒤 말했다.
“강도윤.”
이안은 그 이름을 들으며 남자를 바라봤다.
도윤의 외투 가슴에는 떼어 내다 만 통합도시 보안국 표식이 남아 있었다.
문해라가 아이를 가리켰다.
“저 아이는?”
도윤의 얼굴이 굳었다.
“제 딸은 아닙니다.”
“그걸 물은 게 아니다.”
도윤은 자신이 업고 온 아이를 내려다봤다.
아이는 열 살쯤 되어 보였다.
“이름을 모릅니다.”
문해라가 말했다.
“깨어나면 직접 묻지.”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그의 시선이 이안에게 멈췄다.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알아봤다.
도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
“김이안 기록삭제관.”
주변의 공기가 조용해졌다.
이안이 일어섰다.
“나를 압니까?”
도윤의 손이 본능적으로 허리 쪽으로 향했다. 무기는 없었지만 오랫동안 무기를 차고 다닌 사람의 움직임이었다.
“통합도시 전체가 당신을 찾고 있습니다.”
미라가 이안 옆으로 다가왔다.
노바의 렌즈도 붉은 보안 표식을 분석했다.
문해라가 도윤과 이안 사이에 섰다.
“여기서는 이름 다음에 과거를 묻지 않는다.”
도윤이 차갑게 말했다.
“그 남자는 단순한 탈주자가 아닙니다.”
“너도 단순한 보안관은 아닌 것 같군.”
문해라가 대답했다.
도윤은 입을 다물었다.
그의 뒤에 있던 사람들이 불안하게 주변을 살폈다.
문해라는 다시 나무판을 가리켰다.
들어오는 사람은 이름을 말할 것.
나가는 사람은 작별을 말할 것.
“들어올 거면 네 이름으로 들어와.”
그녀가 말했다.
“도시 직책으로 들어오려면 돌아가고.”
도윤의 시선이 이안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오랜 침묵 끝에 그는 가슴의 보안국 표식을 뜯어 냈다.
금속 조각이 흙 위에 떨어졌다.
“강도윤입니다.”
그가 다시 말했다.
이번에는 직책이 없었다.
문해라는 길을 비켜 주었다.
“들어와.”
도윤은 의식 없는 아이를 다시 업었다.
폐기구역 사람들은 보안관의 무기를 빼앗지 않았다. 대신 진료실에 들어가는 동안 입구에 내려놓게 했다.
사람들은 다친 이들을 부축했다.
도윤이 데려온 사람이 누구인지, 무슨 기록을 가졌는지 묻기 전에 상처와 열부터 살폈다.
도윤이 이안을 지나칠 때 낮게 말했다.
“당신 때문에 도시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안이 대답했다.
“내가 아니라, 사람들이 질문하기 시작해서겠죠.”
도윤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노바의 렌즈가 도윤의 뒷모습을 따라 움직였다.
“보안국 인력은 김이안을 회수할 권한을 보유합니다.”
“알아.”
이안이 말했다.
“도윤이 회수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것도.”
미라가 물었다.
“그런데 정말 들여보내도 되는 거예요?”
문해라는 흙 위에 떨어진 보안국 표식을 주워 들었다.
표식 한가운데에는 통합도시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하나의 원 안에 연결된 수많은 선.
모두가 하나의 중심으로 이어지는 모양이었다.
“모른다.”
문해라가 말했다.
“위험할 수도 있고,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지.”
“그런데 왜 들였어요?”
“문 앞에서 돌려보내면 저 아이가 죽을 수도 있으니까.”
문해라는 진료실로 향하는 도윤을 바라봤다.
“그리고 사람은 들어온 다음에 어떤 일을 하는지 봐야 알 수 있어.”
“과거는 중요하지 않습니까?”
이안이 물었다.
“중요하지.”
문해라가 대답했다.
“하지만 과거만으로 오늘 할 일을 전부 정할 수는 없어.”
진료실 안에서 사람들이 아이의 부목을 풀기 시작했다.
도윤은 문 앞에 서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통합도시의 보안관 표식을 떼었지만, 그가 했던 일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기록삭제관이라는 직책을 버렸다고 이안의 과거가 없어지지 않았던 것처럼.
그날부터 골짜기에는 새로운 질문이 들어왔다.
사람을 죽이던 체계의 일부였던 사람을,
체계 밖의 공동체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