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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윤이 업고 온 아이는 이틀 동안 눈을 뜨지 않았다.
폐기구역의 오래된 진료실에는 정식 의료장비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통합도시의 병원이라면 벽 하나를 채웠을 진단 장치 대신, 서로 다른 시대의 기계들이 임시로 연결돼 있었다.
생체 감지기는 아이의 맥박을 자주 놓쳤고, 혈액 분석기는 한 번 검사할 때마다 새로운 오류를 출력했다. 노바는 장비 사이를 오가며 측정값을 비교했다.
“체온 39.1도.”
노바가 말했다.
“오른쪽 정강이뼈에 골절이 있습니다. 상처 감염 가능성은 78퍼센트입니다.”
강도윤은 침상 옆에 서서 아이의 손을 잡고 있었다.
“살 수 있나?”
“현재 자료만으로 확정할 수 없습니다.”
“가능성은?”
노바의 푸른 렌즈가 잠시 깜박였다.
“적절한 항생제와 수술이 제공되면 생존 가능성은 높습니다.”
“여기서는?”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도윤은 이를 악물었다.
“도시로 데려가면?”
“통합도시 의료체계에서는 즉시 치료할 수 있습니다.”
김이안은 진료실 입구에 서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
도윤이 고개를 들었다.
“들었습니까?”
“들었습니다.”
“이 아이는 도시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안은 침상에 누운 아이를 바라봤다.
숨을 쉴 때마다 작은 가슴이 힘겹게 움직였다. 오른쪽 다리에는 이준오가 만든 금속 부목이 고정돼 있었다.
“도시가 아이를 받아 줄까요?”
“미성년자는 우선 보호 대상입니다.”
도윤이 대답했다.
“치료를 거부하지는 않을 겁니다.”
“아이의 시민 기록은 있습니까?”
“없습니다.”
“어디서 태어났는지도 모르잖아요.”
“그래도 아이입니다.”
“통합도시는 모든 아이를 똑같이 보지 않습니다.”
도윤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기록삭제관이었던 사람이 그런 말을 합니까?”
“그 일을 했기 때문에 압니다.”
“그래서 그냥 여기서 죽게 두자는 겁니까?”
“그런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돌아가면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있잖아요.”
두 사람 사이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문해라가 진료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작은 약병 하나를 들고 있었다.
“싸울 힘이 남으면 밖에 가서 장작이나 패.”
문해라가 약병을 노바에게 건넸다.
“북쪽 정착지에서 남은 항생제를 보내 왔다.”
노바가 약병을 분석했다.
“유효기간이 4년 지났습니다.”
“효과는?”
“성분 안정성 61퍼센트로 추정됩니다.”
“없는 것보다는 낫나?”
“예.”
“그럼 써.”
노바가 아이의 체중에 맞춰 약을 조절했다.
도윤은 아이의 손을 놓지 않았다.
문해라가 그를 바라봤다.
“이름은 기억해 냈나?”
도윤이 고개를 저었다.
“말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어디서 발견했지?”
“북쪽 화물도로 옆 폐건물입니다.”
“혼자였고?”
“죽은 사람 둘과 함께 있었습니다.”
진료실이 조용해졌다.
“부모였을 겁니다.”
도윤이 말했다.
“아이는 건물 잔해 아래에 끼어 있었어요. 제가 도착했을 때는 의식이 있었지만 자기 이름도 말하지 못했습니다.”
“왜 거기 있었죠?”
이안이 물었다.
도윤은 그를 바라봤다.
“도시에서 추방된 사람들을 실어 나르던 차량이 전복됐습니다.”
“추방?”
미라가 진료실 문가에 나타났다.
그녀는 연결되지 않는 휴대 장치를 손에 쥐고 있었다.
“통합도시는 추방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고 들었는데요.”
“외부 재배치.”
도윤이 말했다.
“공식 용어는 그렇습니다.”
“왜 재배치됐죠?”
“정보가 없습니다.”
“당신은 보안관이었잖아요.”
미라의 목소리에는 방송에서 사람을 몰아붙이던 습관이 조금 남아 있었다.
“누가 차에 타는지 몰랐어요?”
“호송 업무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그곳에 갔죠?”
도윤의 손이 굳었다.
이안은 그가 대답하기 싫어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미라는 물러서지 않았다.
“도시를 떠나다가 우연히 발견한 건가요?”
“그렇습니다.”
“왜 떠났는데요?”
도윤이 미라를 노려봤다.
“당신에게 설명할 의무는 없습니다.”
“그 말은 맞아요.”
미라는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같은 곳에 머물면서 당신이 우리를 다시 넘기지 않을지는 알고 싶네요.”
도윤의 시선이 이안에게 향했다.
“그 사람과 한편인 것처럼 말하는군요.”
“아직은 동행 중이에요.”
“동행?”
도윤은 믿기 어렵다는 듯 웃었다.
“당신들이 무엇을 향해 가는지도 알고 있습니까?”
미라가 대답하기 전에 이안이 말했다.
“새벽정원입니다.”
도윤의 표정이 굳었다.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의 반응은 아니었다.
“들어 본 적 있군요.”
이안이 말했다.
“금지된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보안국에서도 금지 기록을 다뤘습니까?”
“탈주자 심문 때 자주 나왔습니다.”
“실제로 찾아간 사람도 있었고요?”
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문해라가 말했다.
“아이가 깨어나기 전까지는 아무도 어디 가지 않는다. 말다툼도 그만하고.”
그녀는 도윤의 어깨를 두드렸다.
“너는 잠을 자. 이틀 동안 눈도 제대로 안 감았잖아.”
“괜찮습니다.”
“여기서는 그 말이 안 통한다고 했을 텐데.”
문해라는 도윤을 진료실 밖으로 밀어냈다.
이안도 따라 나왔다.
공용실 앞에는 오전 햇빛이 내려와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평소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마로-3가 밭을 갈았고, 아이들은 쓰러진 송전탑에서 떼어 낸 전선으로 줄넘기를 하고 있었다.
도윤은 진료실 벽에 기대 앉았다.
“감시하려고 따라온 겁니까?”
그가 물었다.
“대화하려고 왔습니다.”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안은 몇 걸음 떨어진 돌 위에 앉았다.
“그럼 나는 여기 있겠습니다.”
도윤은 눈을 감았다.
“당신은 늘 상대가 싫다고 해도 옆에 앉아 있습니까?”
“요즘 함께 다니는 사람들에게 자주 듣는 말입니다.”
도윤은 대꾸하지 않았다.
잠시 후 미라도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이안과 도윤을 보더니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적어도 지금은 질문을 멈출 생각인 듯했다.
노바는 아이 곁에 남았다.
두 남자 사이에는 오랫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도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
“당신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안이 그를 바라봤다.
“어디서요?”
“기억관리국 합동 보안교육.”
“그런 교육에 참석한 적이 많습니다.”
“오 년 전쯤이었습니다. 당신은 기록을 삭제하는 것이 사회의 상처를 봉합하는 일이라고 말했죠.”
이안은 기억을 더듬었다.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새로 배치된 직원과 보안요원 앞에서 자신 있게 말했을 것이다.
기록을 지우는 것은 과거를 부정하는 일이 아닙니다.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감염된 부분을 봉합하는 일입니다.
그 당시에는 진심으로 믿었다.
“기억하고 있군요.”
이안이 말했다.
“인상적이었으니까요.”
“좋은 의미는 아닌 것 같습니다.”
“당신은 한 번도 의심해 본 적 없는 얼굴이었습니다.”
도윤은 눈을 뜨지 않은 채 말했다.
“저런 사람이라면 편하게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당신은 의심했습니까?”
“처음에는 아닙니다.”
도윤이 눈을 떴다.
“저도 당신과 같았습니다.”
그는 공용실 앞을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명령이 내려오면 이유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위험한 사람을 체포했고, 불안정한 시민을 치료센터로 옮겼습니다. 외부 재배치 대상자를 차량에 태웠습니다.”
이안은 마지막 말을 놓치지 않았다.
“그 업무가 아니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아이가 탄 차량은 제가 호송한 것이 아닙니다.”
“다른 차량은 호송했고요.”
도윤의 턱이 굳었다.
“예.”
“사람들이 어디로 가는지 알았습니까?”
“외곽 노동지나 치료 정착지로 간다고 들었습니다.”
“확인하지 않았고요?”
도윤이 이안을 돌아봤다.
“당신은 삭제한 기록의 주인들이 어떻게 됐는지 확인했습니까?”
질문이 정확하게 들어왔다.
이안은 대답하지 못했다.
도윤은 다시 앞을 봤다.
“우리는 늘 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각자 맡은 일만 하면 된다고.”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손가락은 무릎 위에서 떨리고 있었다.
“보안국은 대상을 체포합니다. 기억관리국은 기록을 정리합니다. 의료국은 감정을 교정합니다. 재배치국은 이동 경로를 결정합니다.”
“아무도 전체를 보지 않았군요.”
“봐서는 안 됐습니다.”
“왜죠?”
“전체를 보면 명령을 수행하기 어려워지니까.”
도윤은 쓴웃음을 지었다.
“어느 부서도 사람 하나를 죽이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 사람을 작은 조각으로 나눴을 뿐입니다.”
이안은 자동용서센터에서 들었던 숫자를 떠올렸다.
7만 4,206건.
자신은 기록만 지웠다.
보안관은 사람을 체포했을 것이다.
상담 인격은 그들의 저항을 질병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다른 누군가는 거주권을 취소하고, 식량 배급을 중단하고, 외부로 이동시켰을 것이다.
각자는 맡은 절차를 정확히 수행했다.
그러면 마지막에는 책임질 사람이 아무도 남지 않았다.
“왜 떠났습니까?”
이안이 물었다.
도윤은 한동안 침묵했다.
“딸 때문입니다.”
이안은 진료실 안의 아이를 돌아봤다.
“저 아이는 아니라고 했죠.”
“제 딸은 도시에 있습니다.”
도윤이 말했다.
“이름은 강하린. 아홉 살입니다.”
말할 때 그의 얼굴이 처음으로 부드러워졌다.
“아내는 서지혜. 중앙보건연구원에서 일합니다.”
“가족을 남겨 두고 나온 겁니까?”
그 부드러움이 바로 사라졌다.
“그렇게 됐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죠?”
도윤은 말하지 않으려는 듯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미 시작한 이야기였다.
“두 달 전, 하린의 학교에서 오래된 동요를 부른 아이들이 조사받았습니다.”
“동요 때문에요?”
“통합도시 이전부터 전해진 노래였습니다. 하늘과 문, 강 건너편에 대한 내용이었죠.”
새벽정원과 관련된 노래였을 가능성이 있었다.
“누가 가르쳤습니까?”
“한 아이의 할머니가 불렀다고 합니다.”
“그 아이는?”
“가족과 함께 재배치됐습니다.”
도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하린은 집에 돌아와 제게 물었습니다. 노래를 부른 게 왜 병이냐고.”
이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는 금지된 정보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이는 다시 물었어요. 진짜가 아니면 왜 무서워하느냐고.”
도윤은 두 손을 맞잡았다.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그것만으로 도시를 떠난 겁니까?”
“아닙니다.”
도윤의 얼굴에 깊은 피로가 내려앉았다.
“그날 이후 하린의 정서평가가 시작됐습니다. 학교에서 같은 질문을 반복했고, 상담 인격의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불신 성향으로 분류됐겠군요.”
“초기 정서불안 단계.”
이안은 그 표현을 알고 있었다.
다음 단계는 집중 상담.
그다음은 보호 치료.
필요한 경우 가족과 분리.
“나는 기록을 수정하려 했습니다.”
도윤이 말했다.
“보안관 권한으로 상담 기록 일부를 지웠고, 교사의 보고서를 낮은 등급으로 바꿨습니다.”
“발견됐습니까?”
“아직은 아닙니다.”
“그런데 왜 가족과 함께 도망치지 않았죠?”
도윤의 시선이 날카롭게 변했다.
“도망칠 계획이었습니다.”
“실패했고요?”
“아내가 거부했습니다.”
이안은 뜻밖이라는 듯 그를 바라봤다.
“지혜는 도시 밖에서 하린이 살아남지 못할 거라고 했습니다. 자신이 연구원이라 기록을 관리할 수 있고, 아이가 더 이상 질문하지 않도록 설득하면 된다고.”
“당신은 동의하지 않았고요.”
“처음에는 동의했습니다.”
도윤은 흙바닥을 바라봤다.
“그러다 보안국에서 새 명령을 받았습니다.”
“어떤 명령입니까?”
“북쪽 재배치 차량에서 탈출한 시민들을 회수하라는 명령.”
도윤은 진료실 안의 아이가 있는 방향을 봤다.
“차량이 전복된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사고가 아니라, 차량 안에서 사람들이 저항한 결과였죠.”
“당신이 그들을 회수하러 갔군요.”
“예.”
“그런데 아이를 데리고 왔고.”
“도착했을 때 보안 드론들이 생존자에게 안정제를 투여하고 있었습니다.”
“구조가 아니라?”
“회수 대상의 저항을 차단하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도윤의 목소리가 떨렸다.
“한 여자가 잔해에서 아이를 꺼내 달라고 했습니다. 드론은 그녀의 정서 수치가 위험하다고 판단했고, 추가 약물을 투여했습니다.”
“그 여자가 아이의 어머니였습니까?”
“모릅니다.”
“살아 있습니까?”
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으로 충분했다.
“나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가 다시 말했다.
“생존자를 분류하고, 의료 우선순위가 낮은 사람은 현장 안정화하라고.”
“현장 안정화?”
미라가 멀리서 돌아오며 물었다.
도윤은 그녀를 바라보지 않았다.
“더 이상 이동할 수 없도록 처리하는 겁니다.”
미라의 얼굴이 굳었다.
“죽인다는 뜻이네요.”
“직접적인 표현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안은 통합도시의 언어를 잘 알고 있었다.
삭제가 아니라 정리.
추방이 아니라 재배치.
감금이 아니라 보호.
죽음조차 안정화라는 말로 바뀌었다.
“명령을 거부했습니까?”
“처음에는 수행했습니다.”
도윤이 말했다.
그는 그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두 명에게 안정제를 투여했습니다. 한 명은 이미 출혈이 심했고, 한 명은 계속 저항했습니다.”
“결과는?”
“둘 다 죽었습니다.”
공용실 앞을 뛰어가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도윤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세 번째 대상이 저 아이였습니다.”
그가 진료실을 가리켰다.
“아이는 다리가 부러졌지만 의식이 있었습니다. 내 팔을 붙잡고 집에 데려다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명령을 거부했고요.”
“아이 얼굴이 하린처럼 보였습니다.”
도윤의 눈가가 붉어졌다.
“실제로 닮지는 않았습니다. 나이도 다르고 머리도 달랐어요. 하지만 그 순간에는 하린이 그 자리에 누워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당신 딸이 아니었다면 구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까?”
이안의 질문에 도윤이 고개를 들었다.
미라도 이안을 바라봤다.
잔인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도윤은 분노하지 않았다.
“예.”
그가 말했다.
“아마 그랬을 겁니다.”
도윤의 솔직한 대답이 더 무거웠다.
“저 아이를 데리고 도망쳤습니다. 나머지 생존자 여섯 명도 따라왔고요. 의료 드론 하나를 파괴했고, 추적망을 끊었습니다.”
“이곳까지 오는 길을 어떻게 알았습니까?”
“보안국 기록에서 봤습니다.”
“폐기구역을 알고 있었군요.”
“회수 작전 대상 목록에 있었습니다.”
공용실 주변에 있던 몇몇 사람이 도윤을 바라봤다.
“이곳을 공격하러 온 적도 있습니까?”
미라가 물었다.
“직접 오지는 않았습니다.”
“명령이 내려오면 왔을 거고요?”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겠죠.”
미라가 낮게 욕설을 뱉었다.
이안은 도윤을 바라봤다.
“그런데 여기에서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불편합니까?”
“차라리 쫓아냈으면 편했을 겁니다.”
도윤의 말에 이안은 자동용서센터를 떠올렸다.
자신을 벌주는 것은 때때로 책임지는 것보다 쉬웠다.
쫓겨나면 도윤은 자신을 악인이라고 확정할 수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그를 받아 주자, 그는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선택해야 했다.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습니까?”
이안이 물었다.
도윤은 즉시 대답했다.
“예.”
“그런데 왜 지금 돌아가지 않죠?”
“아이의 치료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뒤에는?”
도윤의 대답이 늦어졌다.
“모르겠습니다.”
“가족을 데리고 나올 겁니까?”
“아내가 원하지 않을 겁니다.”
“혼자 돌아가고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보안국에 자수하면 우리 위치를 말해야 할 겁니다.”
도윤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당신은 내가 밀고할 거라고 생각합니까?”
“가능성을 생각하는 겁니다.”
“솔직하군요.”
“신뢰한다고 거짓말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도윤은 이안을 오래 바라봤다.
“당신은 가족이 없습니까?”
“어머니는 죽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기록돼 있다?”
“실제로 죽었는지는 모릅니다.”
“아버지는?”
“기록이 없습니다.”
“배우자나 아이는요?”
“없습니다.”
도윤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래서 쉽게 말하는군요.”
“무엇을요?”
“도시를 떠나고, 믿음을 선택하고, 자유를 위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말.”
“그런 말을 한 적 없습니다.”
“당신은 도시를 나왔습니다. 그 행동 자체가 말입니다.”
도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신이 잃은 것은 직업과 집입니다. 나는 돌아가지 않으면 아내와 딸을 잃습니다.”
이안도 일어났다.
“내가 당신에게 돌아가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돌아가면 배신자로 볼 것 아닙니까?”
“모르겠습니다.”
“편리한 대답이군요.”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는데 미리 판단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도윤은 차갑게 웃었다.
“기록삭제관이 판단을 미루는 법도 배웠습니까?”
“최근에.”
두 사람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문해라가 장작더미 쪽에서 외쳤다.
“싸우려면 장작을 패면서 해!”
그녀는 두 사람에게 낡은 도끼 두 자루를 던졌다.
도윤이 도끼를 받아 들었다.
“여기서는 모든 갈등을 노동으로 해결합니까?”
“입으로 싸우는 동안에도 겨울은 오니까.”
문해라가 대답했다.
이안과 도윤은 장작더미 앞으로 갔다.
처음에는 아무 말 없이 나무만 팼다.
도윤의 동작은 정확했다. 보안 훈련을 받은 사람답게 허리와 어깨의 힘을 효율적으로 사용했다. 도끼날이 떨어질 때마다 나무가 반듯하게 갈라졌다.
이안은 몇 번이나 도끼날을 빗맞혔다.
발목도 아직 아팠다.
도윤이 말했다.
“발 간격을 넓히지 마십시오. 다칩니다.”
“감사합니다.”
“당신을 걱정해서 하는 말은 아닙니다. 부상자가 늘면 마을 사람들에게 부담이 되니까.”
“그것도 걱정의 한 종류일 겁니다.”
“자의적으로 해석하지 마십시오.”
두 사람은 다시 나무를 팼다.
얼마 후 이안이 물었다.
“딸에게 마지막으로 무슨 말을 했습니까?”
도윤의 도끼가 멈췄다.
“곧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습니까?”
“예.”
“지킬 겁니까?”
“그래야 합니다.”
“돌아가는 것이 딸을 지키는 일인지 확신합니까?”
도윤의 도끼가 나무에 깊게 박혔다.
“또 심문입니까?”
“나도 궁금해서 묻는 겁니다.”
“당신과는 관계없는 일입니다.”
“맞습니다.”
이안은 자신의 나무토막을 세웠다.
“하지만 당신은 내가 가족이 없어 쉽게 떠났다고 했습니다.”
그는 도끼를 들어 올렸다.
“어쩌면 맞을 겁니다.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도끼가 빗나가 나무 옆 흙에 박혔다.
“그래서 묻는 겁니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면 돌아가는 것이 항상 옳은지.”
도윤이 도끼를 뽑아 들었다.
“적어도 버리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안전을 이유로 아이의 질문을 지우는 곳으로 돌아가도요?”
도윤의 얼굴이 굳었다.
“당신이 내 딸을 압니까?”
“아니요.”
“아내도 모르고,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도 모르죠.”
“맞습니다.”
“그런데 왜 내가 지혜와 하린을 버린 것처럼 말합니까?”
“내가 아니라 당신이 그렇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도윤이 이안을 밀쳤다.
이안은 뒤로 비틀거리다 나무더미에 부딪혔다.
주변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다.
도윤은 주먹을 쥔 채 서 있었다.
“당신은 아무것도 모릅니다.”
“압니다.”
이안은 몸을 일으켰다.
“그래도 가족을 두고 떠난 게 괴롭다는 건 보입니다.”
“조용히 하십시오.”
“저 아이를 구한 것도 딸에게 돌아가지 못한 죄책감 때문일 수 있고요.”
도윤이 주먹을 휘둘렀다.
이안은 피하지 못했다.
입술 안쪽이 터지며 피 맛이 났다.
미라가 달려오려 했지만 문해라가 팔을 들어 막았다.
“조금은 직접 해결하게 둬.”
노바도 공용실 앞에 서서 두 사람을 바라봤다.
도윤은 두 번째 주먹을 들었지만 내리치지 않았다.
이안은 피를 뱉었다.
“계속해도 됩니다.”
“왜 피하지 않았습니까?”
“당신 말이 일부 맞아서요.”
도윤의 주먹이 천천히 내려갔다.
“무엇이?”
“나는 가족을 남겨 둔 사람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안이 말했다.
“그래서 쉽게 생각할 뻔했습니다. 도시를 떠나는 것이 무조건 용기이고, 돌아가는 것이 두려움이라고.”
도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도시를 떠나는 데도 도망이 있을 수 있고, 돌아가는 데도 용기가 필요할 수 있겠죠.”
“그러면 내가 돌아가도 이해하겠다는 겁니까?”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말을 복잡하게 하는군요.”
“대신 미리 배신자라고 부르지는 않겠습니다.”
도윤은 주먹에 묻은 이안의 피를 내려다봤다.
“나도 당신을 선동자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아직 판단 중입니다.”
이안이 희미하게 웃었다.
“나도 같습니다.”
문해라가 멀리서 외쳤다.
“끝났으면 장작이나 마저 패!”
두 사람은 다시 도끼를 들었다.
그날 오후까지 두 사람은 거의 말하지 않고 장작을 팼다.
해가 기울 무렵에는 공용실 옆에 겨울용 나무가 한 무더기 쌓였다.
이안의 손바닥에는 물집이 잡혔고, 도윤의 손등은 갈라졌다.
둘 사이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서로를 때린 손으로 같은 일을 끝냈다.
저녁 무렵 아이의 열이 조금 내려갔다.
노바가 진료실 밖으로 나와 말했다.
“체온 38.3도. 항생제 반응이 확인됩니다.”
도윤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긴장이 조금 풀렸다.
“깨어날 가능성은?”
“현재보다 높아졌습니다.”
“얼마나?”
“정확한 수치가 필요합니까?”
도윤이 노바를 바라봤다.
“아니.”
그는 진료실 안으로 들어갔다.
이안도 문 앞에 섰지만 따라 들어가지는 않았다.
한 시간쯤 지나 아이가 작은 신음과 함께 눈을 떴다.
도윤이 즉시 몸을 숙였다.
“괜찮니?”
아이는 겁에 질려 주위를 둘러봤다.
“여기가 어디예요?”
“안전한 곳이야.”
그 말을 들은 이안은 자신도 모르게 문을 바라봤다.
진료실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아이는 도윤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엄마는요?”
도윤은 대답하지 못했다.
아이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엄마가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어요.”
도윤은 아이의 손을 잡았다.
“미안하다.”
“아저씨가 엄마 데려올 거예요?”
도윤의 입술이 움직였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아이는 다시 물었다.
“약속할 수 있어요?”
도윤은 눈을 감았다.
자신의 딸에게 곧 돌아오겠다고 약속한 남자였다.
이름 모를 아이에게는 살아 있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어머니를 데려오겠다고 말할 수 없었다.
“약속은 못 해.”
그가 마침내 말했다.
아이의 얼굴이 무너졌다.
도윤은 손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찾아볼게.”
“진짜요?”
“그래.”
“엄마가 없으면요?”
도윤의 눈이 붉어졌다.
“그때도 네 옆에 있을게.”
그 말이 약속인지, 속죄인지 알 수 없었다.
아이는 한동안 울다가 다시 잠들었다.
잠들기 직전에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저는 윤채아예요.”
도윤은 그 이름을 여러 번 되뇌었다.
“윤채아.”
문해라가 작은 금속판을 가져왔다.
그녀는 아이의 이름을 직접 새겼다.
죽은 사람이나 떠난 사람을 위한 판이 아니었다.
새로 들어온 사람이 잊히지 않도록 남기는 임시 이름판이었다.
윤채아 — 자신의 이름을 직접 말하고 이곳에 들어왔다.
도윤은 그 판을 한참 바라봤다.
밤이 되었을 때 그는 이안을 불가로 찾아왔다.
미라와 노바도 그곳에 있었다.
“새벽정원으로 가려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도윤이 이안에게 물었다.
“처음에는 어머니가 남긴 진실을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지금은?”
이안은 불을 바라봤다.
“내가 지운 사람들의 기록이 정말 사라졌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자기 선택을 소유하며 살 수 있는 곳이 실제로 있는지도.”
“없다면요?”
“계속 찾아야겠죠.”
“평생 못 찾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도윤은 노바를 바라봤다.
“당신은 위치를 압니까?”
“불완전한 경로 단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좌표는?”
“기억 손상으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
도윤은 헛웃음을 지었다.
“목적지도 모르면서 가는군요.”
미라가 말했다.
“그래서 이야기가 되죠.”
“당신은 방송을 위해 가는 겁니까?”
“처음에는요.”
미라는 자신의 실제 얼굴을 만졌다.
“지금은 조금 달라졌어요.”
“무엇이?”
“그건 아직 방송용으로 정리하지 못했어요.”
도윤은 더 묻지 않았다.
그는 불 앞에 앉았다.
“새벽정원에 도착하면 다시 도시로 돌아올 수 있습니까?”
이안이 물었다.
“가족을 데려오려는 겁니까?”
“그럴 수 있다면.”
“아내와 딸이 원하지 않으면요?”
도윤의 표정이 굳었다.
“그 질문에 답할 준비는 안 됐습니다.”
“그래도 물어야 합니다.”
“왜?”
“새벽정원이 통합도시와 다른 곳이라면, 가족도 스스로 선택해야 하니까요.”
도윤은 불 속에서 타들어 가는 나무를 바라봤다.
“하린은 아홉 살입니다.”
“아이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판단은 불완전합니다.”
“어른의 판단도 그렇습니다.”
도윤이 이안을 쳐다봤다.
“부모가 아이 대신 결정하지 않으면 누가 지킵니까?”
“지키는 것과 대신 사는 것은 다르겠죠.”
“당신은 부모가 아닙니다.”
“맞습니다.”
이안은 논쟁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답을 안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도윤은 한참 동안 침묵했다.
“채아가 회복되면 나는 북쪽 사고 현장으로 돌아갈 겁니다.”
“혼자 갑니까?”
“아이 어머니의 흔적을 찾아야 합니다.”
“위험할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 뒤에는?”
“당신들과 함께 가겠습니다.”
미라가 눈을 크게 떴다.
노바가 물었다.
“동행 목적을 말해 주십시오.”
“새벽정원까지 가는 길을 확인하겠습니다.”
“그 후에는?”
도윤의 시선이 남쪽을 향했다.
통합도시는 산과 어둠 너머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곳에 아내와 딸이 있었다.
“돌아갈 겁니다.”
그가 말했다.
“지혜와 하린을 데리러.”
“그들이 거부하면?”
이안이 다시 물었다.
도윤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때는 그들의 말을 듣겠습니다.”
쉬운 약속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는 평생 사람들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명령을 따르게 한 사람이었다.
이제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선택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당신을 완전히 믿는 건 아닙니다.”
도윤이 이안에게 말했다.
“나도 그렇습니다.”
“도시를 무너뜨리려 한다면 돕지 않겠습니다.”
“내 목적은 도시를 파괴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르카를 없애려는 것도?”
“아직은 아르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모르는 것이 많군요.”
미라가 끼어들었다.
“그 말은 제 담당인데.”
이안이 말했다.
“정확히는 내 담당입니다.”
노바가 정정했다.
불가에 짧은 웃음이 퍼졌다.
도윤은 웃지 않았지만 얼굴의 긴장이 조금 풀렸다.
“동행 조건이 있습니까?”
그가 물었다.
이안은 노바를 바라봤다.
노바가 대답했다.
“서로의 선택을 강제로 수정하지 않습니다. 위치정보와 개인 기억을 동의 없이 외부에 전달하지 않습니다. 위험 요소를 발견하면 가능한 한 사전에 공유합니다.”
미라가 덧붙였다.
“그리고 하루 한 시간은 방송을 끕니다.”
도윤이 미라를 바라봤다.
“연결도 안 되는데요?”
“습관이 중요해요.”
이안이 말했다.
“조건을 하나 더 추가하겠습니다.”
“무엇입니까?”
“돌아가고 싶은 사람을 배신자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도윤의 시선이 이안에게 멈췄다.
“대신 떠나고 싶은 사람을 무책임하다고 부르지 않는다면.”
“동의합니다.”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노바의 눈에 푸른빛이 들어왔다.
“새로운 동행자 강도윤을 등록합니다.”
“등록은 어디에 되는 거죠?”
도윤이 물었다.
“제 기억영역입니다.”
“그게 안전합니까?”
이안이 말했다.
“최근에는 불완전한 저장장치를 하나 더 쓰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가슴을 가리켰다.
노바가 말했다.
“김이안은 신뢰도가 낮지만 대체 저장장치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며칠 뒤 윤채아는 스스로 몸을 일으킬 수 있을 만큼 회복됐다.
도윤은 문해라와 마을 사람들에게 아이를 맡긴 뒤 사고 현장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이안도 함께 가겠다고 말했다.
“내 일입니다.”
도윤이 거절했다.
“혼자 가면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같이 걷기로 한 건 새벽정원으로 가는 길입니다.”
도윤은 허리띠에 낡은 도구와 물통을 매달았다.
“그 길에 합류하려면 먼저 끝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이안은 그를 막지 않았다.
“언제까지 기다리면 됩니까?”
“사흘.”
“사흘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으면?”
도윤은 잠시 생각했다.
“기다리지 마십시오.”
“그건 우리가 선택합니다.”
도윤은 이안을 바라보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채아가 있는 진료실로 들어갔다.
“엄마를 찾으러 갈게.”
도윤이 말했다.
채아는 겁먹은 얼굴로 그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아저씨도 안 돌아오면요?”
도윤은 아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돌아오려고 할게.”
“약속은요?”
도윤은 쉽게 약속하지 않았다.
“내가 지킬 수 없는 말을 하면, 네가 또 기다리게 되니까.”
채아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도윤은 자신의 보안국 표식에서 떼어 낸 작은 금속 조각을 아이에게 건넸다.
“이걸 가지고 있어.”
“이게 뭐예요?”
“내가 예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려 주는 물건.”
“보안관이요?”
“그래.”
“지금은요?”
도윤이 대답했다.
“지금은 돌아와야 하는 사람.”
채아는 금속 조각을 손에 쥐었다.
도윤은 골짜기를 떠났다.
그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이안과 노바, 미라가 입구에 서 있었다.
문해라는 나무판 옆에서 도윤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작별을 말하지 않았군.”
이안이 말했다.
“돌아오겠다는 뜻일까요?”
“모르지.”
문해라가 대답했다.
“말하지 않은 것까지 대신 정하지 마.”
사흘째 밤이 왔을 때도 도윤은 돌아오지 않았다.
미라는 내일 아침까지만 기다리자고 했고, 노바는 생존 가능성이 시간마다 낮아지고 있다고 계산했다.
이안은 골짜기 입구에서 밤을 보냈다.
자신이 왜 도윤을 기다리는지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를 완전히 신뢰하지도 않았다.
도윤은 가족을 위해 언제든 도시로 돌아갈 수 있었다. 사고 현장에서 보안망과 접촉해 폐기구역의 위치를 넘겼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안은 기다렸다.
넷째 날 새벽, 언덕 위에 한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강도윤이었다.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등에는 천으로 감싼 작은 상자를 메고 있었고, 손에는 낡은 목걸이 하나를 들고 있었다.
채아가 절뚝거리며 입구까지 나왔다.
도윤은 아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엄마는요?”
도윤은 거짓말하지 않았다.
“찾았어.”
채아의 얼굴에 희망이 번졌다.
도윤은 천으로 감싼 상자를 내려놓았다.
희망이 무너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도윤은 아이가 울음을 멈출 때까지 곁에 앉아 있었다.
아무 말로도 고통을 줄이려 하지 않았다.
엄마는 좋은 곳에 갔다고 말하지 않았고,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고도 하지 않았다.
그저 아이가 묻는 것에 대답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했다.
해가 완전히 떠오른 뒤 문해라는 채아 어머니의 이름을 금속판에 새겼다.
윤소희 — 마지막 순간까지 딸을 잔해 위로 밀어 올렸다.
도윤은 그 문장을 직접 정했다.
채아는 이름판 아래에 작은 꽃을 놓았다.
그날 오후 도윤은 보안 외투를 벗었다.
하지만 버리지는 않았다.
접어 가방 깊숙이 넣었다.
“왜 가지고 갑니까?”
미라가 물었다.
“잊지 않으려고요.”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일을 했는지.”
도윤은 새벽정원으로 향할 준비를 마쳤다.
문해라가 입구의 나무판 앞에 섰다.
“나가는 사람은 작별을 말해야 한다.”
도윤은 마을 사람들을 바라봤다.
채아는 이준오의 운반 로봇 옆에 서 있었다.
“다녀오겠습니다.”
도윤이 말했다.
문해라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작별이 아니야.”
도윤은 잠시 생각했다.
“강도윤은 오늘 이곳을 떠납니다.”
그는 채아를 바라봤다.
“반드시 돌아온다고 약속하지는 못합니다.”
아이의 눈에 다시 눈물이 고였다.
“하지만 돌아오기 위해 할 수 있는 선택을 하겠습니다.”
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도윤은 이안과 미라, 노바 곁으로 걸어왔다.
네 존재는 북쪽을 향해 섰다.
이안이 물었다.
“준비됐습니까?”
“아니요.”
도윤이 대답했다.
“그래도 갑니다.”
노바의 푸른 눈이 깜박였다.
“돌아가고 싶은 마음과 계속 가는 선택이 동시에 확인됩니다.”
도윤이 노바를 바라봤다.
“저에 대해서도 그런 걸 기록합니까?”
“새로운 동행자의 모순은 생존을 위해 중요합니다.”
미라가 웃었다.
“곧 익숙해질 거예요.”
네 존재는 폐기구역을 떠났다.
앞에는 새벽정원으로 이어진다는 불완전한 길이 있었고, 뒤에는 각자가 돌아가야 할 사람이 남아 있었다.
이안에게는 기록에서 지워진 어머니가 있었다.
미라에게는 아직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유진이 있었다.
도윤에게는 아내와 딸, 그리고 다시 돌아오겠다고 말할 수 없었던 채아가 있었다.
노바에게는 사라진 기억과 자신을 만들었던 관리자의 이름이 있었다.
그들은 같은 목적지를 향했지만 같은 이유로 걷는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진실을 찾으려고 걸었고, 누군가는 사과하기 위해 걸었다.
누군가는 가족에게 돌아갈 길을 찾으려고 걸었고, 누군가는 자신이 명령 이상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걸었다.
새로운 동행은 믿음으로 시작되지 않았다.
서로를 완전히 이해해서도 아니었다.
다만 각자 혼자서는 끝까지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조금씩 인정하면서 시작됐다.
김이안은 앞서 걷는 강도윤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도윤은 여전히 도시를 사랑했고, 도시를 두려워했으며, 언젠가 그곳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는 새벽정원에 도착하기 위한 동료이면서, 언제든 길을 되돌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안은 이제 알았다.
끝까지 같은 방향으로 걷는 사람만이 동행자는 아니었다.
잠시 같은 길을 걸으며 서로가 넘어지지 않게 지켜 주는 사람도 동행자였다.
어디에서 헤어질지 알 수 없어도.
떠난 뒤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어도.
그들은 그날, 네 개의 서로 다른 발걸음으로 하나의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