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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엄마는 어디 있어요?
아이의 열은 그날 밤부터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했다.
39.1도였던 체온은 새벽 무렵 38.6도까지 떨어졌다. 작은 변화였지만 폐기구역 사람들은 교대로 진료실을 지켰다.
문해라는 아이의 이마에 젖은 천을 올렸고, 이준오는 운반 로봇을 이용해 손상된 냉각장치를 수리했다. 미라는 물을 데우고 천을 삶았다.
노바는 항생제 투여 이후의 수치를 계속 기록했다.
강도윤은 침상 옆에서 한 번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김이안은 진료실 밖에 앉아 있었다.
도윤과 나눈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보안국은 체포하고, 기억관리국은 지우고, 의료국은 감정을 교정하고, 재배치국은 사람을 옮겼다.
누구도 사람 전체를 상대하지 않았다.
한 부서는 위험도를 봤고, 한 부서는 기록을 봤으며, 한 부서는 생산성을 봤다.
사람은 여러 개의 표와 숫자로 나뉘었다.
그리고 각각의 처리는 합법적이고 합리적으로 보였다.
그 조각들을 다시 이어 보면 한 사람의 인생이 파괴되어 있었지만, 어느 부서도 자신이 그 일을 했다고 느끼지 않았다.
이안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기록만 지웠다고 생각했다.
그 기록을 잃은 사람이 어떤 재판을 받았는지, 가족이 무엇을 잃었는지, 자녀가 자신의 과거를 어떻게 설명해야 했는지는 보지 않았다.
“김이안.”
노바가 진료실 문에서 그를 불렀다.
이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아이가 의식을 회복했습니다.”
이안이 안으로 들어가자 모두가 침상 주위에 모여 있었다.
아이는 눈을 반쯤 뜨고 있었다. 시선은 초점을 찾지 못한 채 천장과 사람들의 얼굴 사이를 흔들렸다.
도윤이 아이 가까이 몸을 숙였다.
“들리니?”
아이의 입술이 움직였다.
처음에는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문해라가 작은 숟가락으로 물을 조금 먹였다.
아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여기…… 어디예요?”
“안전한 곳이야.”
도윤이 대답했다가 스스로 멈췄다.
그는 문장을 고쳤다.
“북쪽 골짜기에 있는 마을이야.”
안전하다는 말은 약속할 수 없었다.
다만 지금 있는 장소만은 말할 수 있었다.
“네 이름을 기억하니?”
아이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윤채아.”
도윤이 그 이름을 따라 말했다.
“윤채아.”
노바의 동행 외 기록에 이름이 저장됐다.
미라가 자신의 장치를 들어 올렸다가 다시 내렸다. 지금은 기록하지 않기로 했다.
문해라가 입구의 규칙처럼 말했다.
“윤채아. 이름을 들었다.”
채아는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을 천천히 살폈다.
도윤의 얼굴에서 시선이 멈췄다.
아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저씨가 업고 왔어요?”
“그래.”
“엄마는요?”
도윤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의 입술이 움직였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엄마도 왔어요?”
채아가 다시 물었다.
도윤은 아이의 손을 잡았다.
“아직 찾지 못했어.”
“그럼 찾아 주세요.”
도윤은 고개를 숙였다.
“찾아볼게.”
“같이 가요.”
“네 다리가 나을 때까지 기다려야 해.”
채아는 다시 눈을 감았다.
“엄마가 기다릴 텐데.”
도윤은 그 말을 들으며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그날 오후 그는 사고 현장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문해라가 반대했다.
“아이가 이제 막 깨어났다.”
“그래서 가야 합니다.”
“네가 돌아오지 못하면?”
“채아에게는 이미 한 명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아직 모르는 일이잖아.”
“그래서 확인해야 합니다.”
노바가 사고 현장까지의 거리를 계산했다.
“도보 왕복에는 최소 이틀이 필요합니다. 잔여 보안 드론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내가 길을 압니다.”
이안이 물었다.
“혼자 갈 겁니까?”
“내가 데려온 아이입니다.”
“그러니까 혼자 결정할 권리가 생기는 건 아닙니다.”
도윤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가 이내 가라앉았다.
“같이 가겠다는 겁니까?”
이안은 잠시 생각했다.
자신도 사고 현장에 가고 싶었다.
도윤의 이야기가 사실인지 확인하려는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도윤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닙니다.”
이안이 말했다.
“내가 따라가면 당신을 감시하게 될 것 같습니다.”
도윤은 뜻밖의 대답을 들은 듯 바라봤다.
“노바의 위치 정보 일부를 공유하겠습니다. 위험하면 신호를 보내세요.”
“왜 도와주는 겁니까?”
“당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생겼으니까요.”
도윤은 진료실 안의 채아를 바라봤다.
“반드시 돌아온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 말은 채아에게 직접 하세요.”
도윤은 다음 날 새벽 폐기구역을 떠났다.
검은 보안 외투를 다시 입고, 물과 약간의 식량, 신호장치를 챙겼다.
출발하기 전 채아의 침상으로 갔다.
“엄마를 찾고 올게.”
채아가 물었다.
“언제 와요?”
도윤은 대답하기까지 오래 걸렸다.
“가능한 한 빨리.”
“꼭 와요?”
“돌아오려고 할게.”
채아는 만족하지 못한 얼굴이었지만 다시 눈을 감았다.
도윤은 혼자 골짜기를 떠났다.
그가 사고 현장에 도착한 것은 다음 날 오후였다.
전복된 이송차량은 여전히 무너진 교량 아래에 있었다.
보안 드론은 철수했고, 사망자 회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재배치 대상자들의 기록이 이미 종료 처리됐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도윤은 잔해 속을 한 곳씩 확인했다.
사람의 옷과 개인 물품, 깨진 신분 장치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그는 채아가 발견됐던 장소로 갔다.
무너진 금속판 아래에는 성인이 들어갈 만한 틈이 있었다.
도윤은 바닥에 엎드려 안쪽으로 기어들어 갔다.
어둠 속에 한 여자가 누워 있었다.
여자의 두 팔은 위쪽으로 뻗어 있었다.
마지막 순간, 아이를 잔해 위로 밀어 올린 자세였다.
가슴에는 낡은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윤소희.
도윤은 그 자리에서 오랫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채아의 어머니를 찾았다.
그러나 아이가 기다리던 모습은 아니었다.
그는 여자의 몸을 잔해 밖으로 꺼냈다.
근처에서 발견한 천으로 조심스럽게 감쌌다.
윤소희의 주머니 안에는 작은 장치 하나가 있었다.
전원이 거의 남지 않은 음성 기록기였다.
도윤이 재생 버튼을 누르자 잡음 사이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채아야.”
한마디 뒤로 오랫동안 기침 소리가 이어졌다.
“엄마가 널 위로 올릴 거야.”
금속이 무너지는 소리.
아이의 울음.
“눈 감지 마.”
목소리는 거기에서 끊겼다.
도윤은 음성 장치를 두 손으로 감쌌다.
그리고 자신이 채아에게 가져가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좋은 소식은 없었다.
아이가 듣고 싶어 할 말도 없었다.
그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어머니의 이름과 마지막 행동, 그리고 죽었다는 사실뿐이었다.
도윤은 윤소희를 감싼 상자를 등에 지고 폐기구역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