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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미지는 AI를 활용하여 생성했습니다.

(4) 지킬 수 없는 약속

강도윤이 폐기구역으로 돌아온 것은 사흘째 새벽이었다.
입구의 경계조가 먼저 그를 발견했다.
골짜기 아래에서 사람들이 올라왔고, 채아도 이준오의 운반 로봇에 기대 절뚝거리며 입구까지 나왔다.
다리에는 새 부목이 감겨 있었고 얼굴에는 아직 열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아이는 도윤을 보자 자신의 몸 상태도 잊은 듯 앞으로 나가려 했다.
“천천히.”
이준오가 로봇을 움직여 채아의 몸을 받쳤다.
도윤은 아이 앞에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며칠 사이 그의 얼굴은 더 늙어 보였다. 입술은 갈라져 있었고 외투에는 흙과 검은 기름이 묻어 있었다.
등에는 천으로 감싼 상자가 있었다.
채아가 물었다.
“엄마는요?”
도윤은 거짓말하지 않았다.
“찾았어.”
채아의 얼굴에 희망이 번졌다.
“어디 있어요?”
도윤은 등에 있던 상자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희망이 무너지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이의 눈이 상자와 도윤의 얼굴 사이를 오갔다.
“엄마 자요?”
도윤이 고개를 저었다.
“사고 때 많이 다쳤어.”
“병원에 가면 돼요.”
“채아야.”
도윤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그러나 말을 바꾸지는 않았다.
“엄마는 죽었어.”
채아가 멈춰 섰다.
울지도 않았다.
말의 뜻이 아이의 마음까지 도착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듯했다.
“거짓말.”
“미안해.”
“아저씨가 못 찾은 거잖아요.”
“찾았어.”
“그럼 데려오면 되잖아요.”
도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채아가 그의 가슴을 두 손으로 밀쳤다.
“엄마 데려와요!”
도윤은 넘어지지 않았다.
아이의 작은 주먹이 그의 가슴과 어깨를 계속 때렸다.
“데려오라고 했잖아요!”
도윤은 채아의 손을 붙잡지 않았다.
그저 아이가 힘을 잃을 때까지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채아의 울음이 골짜기 전체에 퍼졌다.
사람들은 가까이 오지 않았다.
누구도 슬퍼하지 말라고 말하지 않았고, 엄마가 좋은 곳에 갔다고 위로하지도 않았다.
어떤 말은 아이의 고통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을 듣기 힘든 어른을 편안하게 만들 뿐이었다.
도윤은 아이가 묻는 것에만 대답했다.
“엄마가 많이 아팠어요?”
“그랬을 거야.”
“혼자 있었어요?”
“마지막에는 내가 찾았어.”
“엄마가 나를 불렀어요?”
도윤은 음성 기록기를 꺼냈다.
“네 이름을 불렀어.”
채아는 떨리는 손으로 장치를 받았다.
도윤은 재생 방법을 알려 주었지만 대신 눌러 주지는 않았다.
듣고 싶은 시각은 아이가 정해야 했다.
채아는 한동안 장치를 손에 쥔 채 울었다.
해가 완전히 떠오른 뒤 문해라는 금속판 하나를 가져왔다.
“이름을 남겨야 한다.”
도윤은 윤소희를 직접 알지 못했다.
그녀가 무엇을 좋아했는지, 어떤 일을 했는지, 채아에게 어떤 어머니였는지도 몰랐다.
한 사람의 삶을 자신이 본 마지막 장면 하나로 정의할 수는 없었다.
도윤은 문장을 오래 고민했다.
결국 금속판에는 이렇게 새겼다.
윤소희 — 마지막 순간까지 딸을 잔해 위로 밀어 올렸다.
그것은 윤소희의 전부가 아니었다.
그러나 도윤이 확인한 사실이었다.
채아는 이름판 아래에 작은 들꽃을 놓았다.
그날 오후 도윤은 검은 보안 외투를 벗었다.
가슴에는 떼어 낸 보안국 표식의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는 외투를 불 속에 던지지 않았다.
먼지를 털고 반듯하게 접어 자신의 가방 깊숙이 넣었다.
미라가 그 모습을 지켜보다 물었다.
“왜 버리지 않아요?”
“잊지 않으려고요.”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일을 했는지.”
도윤은 자신이 보안관이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명령을 따랐다는 이유로 책임을 없애려 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영원히 보안관으로만 살겠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었다.
과거의 외투를 입고 걷지는 않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버리지도 않으려 했다.
그날 밤 도윤은 이안에게 새벽정원으로 가는 길에 합류하겠다고 말했다.
“왜 함께 가려는 겁니까?”
이안이 물었다.
“가족에게 돌아갈 길을 찾으려고요.”
“아내와 딸은 아직 도시에 있습니까?”
“서지혜와 강하린.”
도윤이 두 이름을 분명히 말했다.
“내가 혼자 나온 뒤 어떻게 됐는지 모릅니다.”
“그들을 데리고 나오려고 합니까?”
“모르겠습니다.”
도윤의 대답에 이안이 고개를 들었다.
“예전이라면 데리고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지금은요?”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도윤은 자신의 가족을 지켜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아내와 딸의 뜻을 묻지 않은 채 내린 선택은 보호라는 이름을 가진 지배가 될 수 있었다.
“새벽정원에 통합도시로 돌아갈 길이 있을지는 모릅니다.”
이안이 말했다.
“확실하지 않은 길인 건 압니다.”
“우리와 함께 가는 것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그것도 압니다.”
“나를 믿습니까?”
도윤은 이안의 눈을 바라봤다.
“아닙니다.”
이안이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
“나도 그렇습니다.”
다음 날 아침 네 사람은 떠날 준비를 했다.
이안은 물과 식량을 챙겼다.
노바는 자신의 전력과 길의 위험을 점검했다. 미라는 폐기구역에서의 일을 기록할 것인지 사람들에게 한 명씩 물었다.
도윤은 채아가 머물 곳과 치료 방법을 문해라에게 확인했다.
마을 입구의 나무판 앞에서 문해라가 네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들어오는 사람은 이름을 말할 것.
나가는 사람은 작별을 말할 것.
문해라가 도윤에게 말했다.
“나가는 사람은 작별을 말해야 한다.”
도윤은 마을 사람들을 바라봤다.
“다녀오겠습니다.”
문해라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작별이 아니야.”
“무슨 차이입니까?”
“다녀오겠다는 말은 돌아오겠다는 약속이지.”
문해라는 채아를 바라봤다.
“지킬 수 있을 때만 해.”
도윤은 오래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부터 말했다.
“강도윤은 오늘 이곳을 떠납니다.”
그는 채아 앞에 무릎을 꿇었다.
“반드시 돌아온다고 약속하지는 못해.”
채아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아저씨도 안 돌아오면요?”
도윤은 쉽게 대답하지 않았다.
아이를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채아에게 또 하나의 기다림을 남길 수 있었다.
“돌아오려고 할게.”
“약속은요?”
“지킬 수 없는 말을 하면 네가 또 기다리게 되니까.”
채아는 고개를 숙였다.
도윤은 가방에서 떼어 낸 보안국 표식 조각을 꺼냈다.
“이걸 가지고 있어.”
“왜요?”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하라는 뜻은 아니야.”
도윤이 말했다.
“내가 어떤 일을 했고, 다른 일을 하려고 떠났다는 걸 기억해 줘.”
채아는 금속 조각을 받았다.
“돌아오면 다시 줄게요.”
“그래.”
이번에는 도윤도 그 말을 거부하지 않았다.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은 아니었다.
돌아왔을 때 할 일을 정한 작은 약속이었다.
김이안, 노바, 미라, 강도윤은 폐기구역의 입구를 지나 북쪽 길로 향했다.
처음에는 이안과 노바 둘뿐이었다.
그다음 미라가 합류했다.
그리고 이제 도윤이 네 번째 자리를 채웠다.
그러나 그는 이안이 선택한 동행자가 아니었다.
이안 역시 도윤이 선택한 지도자가 아니었다.
서로를 완전히 믿지도 않았고, 같은 목적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다만 각자 혼자서는 찾을 수 없는 길이 있다는 사실만은 알고 있었다.
얼마쯤 걸었을 때 도윤이 이안에게 물었다.
“내가 왜 두 번째 동행자입니까?”
“미라가 먼저 합류했으니 세 번째 아닙니까?”
“노바는 기계잖아요.”
노바가 즉시 말했다.
“본 기체는 동행자 목록의 첫 번째 항목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미라가 웃었다.
“당신이 두 번째 인간 동행자라는 뜻인가 보죠.”
도윤은 노바를 바라봤다.
“기계도 동행자가 될 수 있습니까?”
노바가 대답했다.
“강도윤의 동의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잠시 침묵한 뒤 미라가 웃기 시작했다.
이안도 희미하게 웃었다.
도윤은 웃지 않았지만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
네 존재는 함께 길을 걸었다.
누구도 앞으로 서로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하지 않았다.
누구도 반드시 목적지에 도착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날만큼은 같은 방향으로 발을 내디뎠다.
그것이 두 번째 동행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