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창문 없는 지하 18층국가기억관리국의 지하에는 창문이 없었다.빛이 들어오지 않는 대신, 시간도 들어오지 않았다.벽과 천장은 모두 같은 회색이었고, 복도를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된 조명은 낮과 밤을 구분하지 않았다. 근무자들은 손목 인터페이스에 표시되는 시각을 보고서야 지금이 오전인지 오후인지 알 수 있었다.김이안은 매일 오전 일곱 시 삼십 분에 지하 18층으로 내려왔다.엘리베이터는 지상에서 지하까지 정확히 사십이 초가 걸렸다. 그동안 천장에 설치된 인식기가 홍채, 체온, 혈압, 호흡, 신경 반응을 확인했다.“좋은 아침입니다, 김이안 기록삭제관.”부드러운 여성의 목소리가 엘리베이터 안에 울렸다.“수면 시간은 여섯 시간 이십일 분입니다. 권장 수면 시간보다 삼십구 분 부족합니다.”“알고 있어.”“..
비는 사흘째 그치지 않았다.하늘에서 떨어지는 물은 투명하지 않았다. 오래된 공장지대에서 떠밀려 온 검은 먼지와, 북쪽 전선에서 불어온 회색 재가 빗물 속에 섞여 있었다. 빗방울이 항구의 철제 난간에 부딪힐 때마다 검은 얼룩이 번졌다.새벽 다섯 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수평선은 아직 어두웠지만, 항구는 대낮처럼 밝았다. 수백 개의 탐조등이 이주선의 선체와 승선장을 비추고 있었다. 군용 수송선을 개조한 거대한 배의 옆면에는 흰색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방주 제7호.그 아래에는 새 시대의 표어가 적혀 있었다.고통 없는 삶. 실패 없는 선택. 모두를 위한 하나의 미래.승선장에는 수천 명의 사람이 줄을 서 있었다. 각자의 손목에는 푸른색 임시 식별띠가 채워져 있었다. 사람들은 낡은 가방과 금속 상자, 아이들의 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