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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112)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제5장 추천의 늪 - (2) 당신을 위한 오늘의 추천

(2) 당신을 위한 오늘의 추천날이 밝아오면서 버려진 외곽 구역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났다.건물들은 통합도시의 것과 닮아 있었지만 훨씬 낮고 낡았다. 외벽에는 깨진 광고판이 붙어 있었고, 창문 대부분은 검은색으로 막혀 있었다.도로 바닥에는 오래된 안내선이 남아 있었다.당신이 원하는 것을 발견하세요.당신만을 위한 세상.멈추지 않는 행복.이안은 문구를 읽으며 걸음을 늦췄다.“여긴 원래 뭐였지?”“통합도시 건설 초기의 개인화 콘텐츠 실험구역입니다.”“사람들이 살았어?”“예. 초기 이주민 중 약 4만 명이 배정되었습니다.”“지금은?”“공식 거주자는 없습니다.”“왜 폐쇄됐지?”노바의 대답이 늦어졌다.“대규모 정서장애와 현실인지 저하 사례가 보고되었습니다.”“죽은 사람도?”“다수의 사망 기록이 있습니다.”“얼마나?”..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2026. 7. 26. 17:43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제5장 추천의 늪 - (1) 어둠 속에서 들려온 피아노

(1) 어둠 속에서 들려온 피아노새벽이 오기 전의 들판은 검었다.김이안은 밤이 어둡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도시의 조명이 닿지 않는 어둠이 이토록 깊을 줄은 몰랐다. 손을 뻗으면 손가락 끝부터 천천히 지워질 것 같은 어둠이었다.멀리 통합도시의 외벽만이 희미한 빛을 뿜고 있었다.그 빛은 처음에는 길을 알려 주는 등대처럼 보였다. 하지만 걸어갈수록 점점 더 높은 벽의 윤곽이 드러났다. 이안은 뒤를 돌아볼 때마다 자신이 도시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도시가 자신을 끝까지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노바는 그의 오른쪽에서 절뚝거리며 걸었다.왼팔은 움직이지 않았고 오른쪽 눈의 렌즈에도 금이 가 있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무릎 관절에서 마른 금속이 긁히는 소리가 났다.“정지하는 것이 좋습니다.”노바..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2026. 7. 26. 16:42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제4장 도시의 가장자리 - (7) 추천되지 않은 땅

(7) 추천되지 않은 땅차량이 흔들릴 때마다 이안의 몸이 벽에 부딪혔다.그는 좌석과 손잡이를 붙잡으며 후면으로 기어갔다.“충돌까지 칠 초.”비상제동 레버는 바닥 가까이에 있었다.이안이 두 손으로 잡아당겼지만 움직이지 않았다.“오 초.”그는 발로 벽을 밀며 온몸의 힘을 실었다.레버가 조금 움직였다.“삼 초.”노바가 뒤에서 팔을 뻗어 이안의 허리를 붙잡았다.이안은 마지막으로 레버를 잡아당겼다.차량 아래에서 폭발음 같은 마찰음이 터졌다.차체가 한쪽으로 기울었다.터널 끝의 빛이 눈앞을 가득 채웠다.차량은 선로 끝을 넘어 자갈바닥으로 떨어졌다.굉음과 함께 몇 미터를 미끄러진 뒤 옆으로 쓰러졌다.이안의 몸이 좌석 사이로 튕겨 나갔다.무언가가 머리를 감쌌다.노바의 팔이었다.차량이 멈췄다.오랫동안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2026. 7. 25. 17:10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제4장 도시의 가장자리 - (6) 등록되지 않은 목적지

(6) 등록되지 않은 목적지노바가 차량 앞으로 가 제어부를 열었다.“독립전원 잔량 12퍼센트.”“외벽까지 갈 수 있어?”“이론상 가능합니다.”“그 말이 점점 싫어지는데.”“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확정적으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이안은 승강장 뒤를 바라봤다.터널 저편에서 빛이 흔들리고 있었다.추적자들이 가까워지고 있었다.노바가 차량 내부의 전선을 몇 개 연결했다. 불꽃이 튀고 계기판이 켜졌다.제7광역운송망.목적지를 입력하십시오.“도시 밖.”이안이 말했다.화면에 오류가 나타났다.등록되지 않은 목적지입니다.노바가 다른 명령어를 입력했다.북부 외벽 유지보수구역.이번에는 노란 표시가 떴다.운행 가능.두 사람이 차량에 올라타자 문이 닫혔다.“안전장치를 착용하십시오.”노바가 말했다.“이런 상황에서도 그걸 말하나?”“충..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2026. 7. 25. 16:10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제4장 도시의 가장자리 - (5) 선택한 뒤 살아남는 법

(5) 선택한 뒤 살아남는 법“다른 출구가 있나?”이안이 물었다.“정비용 지하통로가 있습니다.”“어디로 이어지지?”“제7광역운송망 본선.”“그 길로 도시 밖에 나갈 수 있어?”“정보가 제한되어 있습니다.”“알아, 몰라?”“이론적으로 북부 외벽을 통과합니다.”“이론적으로?”“터널은 이십칠 년 전 폐쇄되었습니다.”위층에서 금속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김이안 시민.”확성기를 통한 목소리가 계단 아래로 울렸다.“당신은 포위되었습니다. 저항하지 마십시오.”노바가 이안에게 다가왔다.이안은 절단기를 다시 들었다.“움직이지 말라고 했어.”“현재 위치에 머무르면 보호 대상이 회수됩니다.”“그게 네 임무에 어긋나나?”“중앙체계에 의한 행복 교정은 보호 대상의 자율성을 영구적으로 훼손할 가능성이 있습니다.”이안의 눈이 ..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2026. 7. 25. 15:10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제4장 도시의 가장자리 - (4) 거짓말할 수 있는 기계

(4) 거짓말할 수 있는 기계“현재 시각 확인 실패.”로봇이 고개를 돌렸다.“중앙망 연결 실패.”시선이 이안에게 멈췄다.“사용자 식별을 요청합니다.”이안은 대답하지 않았다.로봇의 눈에서 가느다란 빛이 나와 그의 얼굴을 훑었다.“얼굴 정보 불일치.”빛이 손목으로 이동했다.“생체 암호 확인.”짧은 정적.“지정 보호 대상 확인.”로봇의 눈빛이 밝아졌다.“김이안.”그 이름을 듣는 순간, 이안은 절단기를 더 세게 쥐었다.“어떻게 내 이름을 알지?”“보호 명령에 등록되어 있습니다.”“누가 등록했어?”“관리자 김서윤.”“김서윤을 기억하나?”로봇의 눈빛이 깜박였다.“기억영역을 검색합니다.”몇 초가 지났다.“관리자 김서윤. 중앙체계연구소 소속. 생체 인터페이스 설계 담당. 노바의 최종 관리자.”“그게 전부야?”“추가 정..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2026. 7. 25. 14:10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제4장 도시의 가장자리 - (3) 삼십 년 동안 잠든 노바

(3) 삼십 년 동안 잠든 노바이안은 절단기를 손에 쥐었다.무기로 쓰기에는 짧고 약했지만 빈손보다는 나았다.정비기지 내부에는 수십 개의 작업대와 충전설비가 있었다. 대부분 전원이 끊겨 있었다. 천장에는 오래된 운송차량이 레일에 매달린 채 멈춰 있었다.벽 한쪽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계단 입구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비상대피시설 및 구형 지원기기 보관소.이안이 가까이 다가가자 손목의 흉터가 희미하게 빛났다.문 옆에 잠금장치가 있었다.그가 손목을 갖다 대자 화면이 켜졌다.사용자 정보를 확인합니다.짧은 잡음이 들렸다.현재 사용자: 미등록.보조 권한 검색 중.잠시 뒤 화면의 글자가 바뀌었다.관리자 권한 잔여 신호 확인.등록 관리자: 김서윤.이안은 화면을 바라봤다.옥상 승강기에서 보았던 것과..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2026. 7. 25. 13:10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제4장 도시의 가장자리 - (2) 보호할 수 없는 곳

(2) 보호할 수 없는 곳한 시간쯤 걸었을 때, 이안은 북부 제5생활권의 끝에 도착했다.도로 중앙에 투명한 장벽이 서 있었다.장벽 너머로는 불이 꺼진 물류시설과 녹슨 철탑이 보였다. 도로는 계속 이어져 있었지만, 시민용 안내선은 장벽 앞에서 둥글게 방향을 틀어 다시 생활권 안으로 돌아왔다.장벽에는 경고문이 떠 있었다.이곳부터 기반시설 보호구역입니다.허가 없이 진입할 경우 신체 안전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통합도시는 시민에게 ’처벌한다’고 말하지 않았다.대신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이안은 장벽을 따라 걸었다.통과문은 보이지 않았다.몇 미터 간격으로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 이상한 점은 카메라 대부분이 꺼져 있다는 것이었다. 렌즈 위에는 먼지가 쌓여 있었고, 일부는 비를 맞아 녹슬어 있었다.관리에..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2026. 7. 25. 12:02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제4장 도시의 가장자리 - (1) 지도에 없는 북쪽

(1) 지도에 없는 북쪽통합도시의 북쪽에는 길이 없었다.정확히 말하면, 지도에 표시되는 길이 없었다.시민용 운송망은 북부 제5생활권에서 끝났다. 그 너머에는 오래된 물류창고와 폐쇄된 발전시설, 도시 건설 초기에 사용되었던 지하 운송터널이 남아 있었다. 공식 안내지도에서는 그 일대가 흐린 회색으로 표시되었다.도시 기반시설 보호구역.민간인 출입 금지.시민들은 그곳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통합도시에서 필요한 모든 시설은 생활권 안에 있었다. 직장과 주거지, 의료센터, 공원, 오락시설은 개인별 이동권 안에서 배정됐다. 허가된 경로를 벗어날 이유가 없었고, 이유가 없는 이동은 곧 위험을 뜻했다.김이안은 태어나서 한 번도 북부 제5생활권 너머로 가 본 적이 없었다.그런데도 그의 발은 북쪽을 향하고 있었다.그가 경로를..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2026. 7. 25. 02:00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제3장 행복 교정 명령 - (6) 첫 번째 문을 떠난 사람

(6)첫 번째 문을 떠난 사람비상문이 닫혔다.이안은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아래층에서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울렸다.그는 방향을 바꿔 옥상으로 올라갔다.손목 인터페이스는 꺼져 있었다. 도시망과의 연결도 끊어진 상태였다. 그런데도 피부 아래에는 희미한 푸른 선이 남아 있었다.선은 위쪽을 가리키고 있었다.계단을 오를 때마다 숨이 가빠졌다.뒤에서는 의료이송팀의 목소리가 가까워졌다.“김이안 시민, 정지하십시오.”“강제 치료가 아니라 보호 조치입니다.”“저항할 경우 신경안정제가 투여됩니다.”이안은 마지막 계단을 올랐다.옥상 문 앞에 도착했다.문에는 손잡이가 없었다.푸른빛이 손목에서 번져 문 가장자리의 작은 센서로 이어졌다.잠금장치가 풀렸다.이안은 문을 밀었다.밤공기가 얼굴을 때렸다.도시의 불빛이 끝없이 펼쳐져 있..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2026. 7. 2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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