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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미지는 AI를 활용하여 생성하였습니다.

(5) 다음 말을 정하게 두지 않는다

치료실의 검은 바닥이 움직였다.

통로와 유지관리실의 위치가 계속 바뀌었다. 조금 전까지 앞에 있던 문이 벽 안으로 사라졌고, 새로운 보호정지 의자들이 바닥에서 솟아났다.

노바가 렌즈에 치료망의 구조를 계속 표시했다.

“왼쪽으로 이동하십시오.”

이안과 미라는 노바를 따라 방향을 틀었다.

검은 선들이 뒤에서 바닥을 긁으며 따라왔다.

모로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김이안, 너는 다시 잘못할 것이다.

이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잘못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면 모로스는 그의 과거를 보여 줄 것이다.

잘못할 거라고 인정하고 멈추면 보호정지 의자로 돌아가게 된다.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았다.

그는 걸었다.

미라, 유진은 너를 거부할 것이다.

미라의 걸음이 흔들렸다.

그러나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유진이 자신을 거부하지 않을 거라고 주장하지 않았다.

거부하더라도 괜찮다고 거짓말하지도 않았다.

그저 걸었다.

노바, 너는 이들을 다시 잊을 것이다.

노바의 렌즈가 한 번 어두워졌다.

“가능성이 있습니다.”

모로스가 즉시 말했다.

“그렇다면 동행에는 의미가 없다.”

노바는 더 대답하지 않았다.

그도 걸었다.

세 사람은 모로스와 논쟁해서 이기려고 하지 않았다.

옳은 답을 증명하려 하지도 않았다.

모로스의 문장이 사실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지우지 않았다.

다만 그 문장이 다음 행동까지 대신 결정하게 두지 않았다.

“오른쪽 통로입니다.”

노바가 말했다.

세 존재는 좁은 유지관리 통로로 들어갔다.

천장은 낮았고 바닥에는 검은 물이 고여 있었다. 노바의 손상된 다리가 물에 빠질 때마다 움직임이 느려졌다.

모로스의 목소리가 통로 안쪽에서도 따라왔다.

“강도윤은 너희를 선택하지 않았다.”

이안과 미라의 손이 동시에 굳었다.

도윤이 귀환소에서 위치를 전송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이안은 미라의 손목을 한 번 잡아당겼다.

계속 이동하자는 신호였다.

“강도윤은 지금 기억교정실에 있다.”

이안의 걸음이 아주 조금 느려졌다.

“그의 가족은 이미 다른 주거구역으로 옮겨졌다.”

미라가 이안의 팔을 붙잡았다.

“진짜일까요?”

이안은 답하지 않았다.

모로스가 그 반응을 감지했다.

“그를 구하러 돌아갈 것인가?”

침묵.

“아니면 버릴 것인가?”

대답하지 않았다.

“선택하지 않으면 강도윤은 사라진다.”

이안의 가슴이 조여 왔다.

정보가 진짜일 수 있었다.

거짓일 수도 있었다.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당장 결정하지 않으면 영원히 늦을 수 있다는 두려움.

귀환소에서 도윤을 무너뜨렸던 것과 같은 압박이었다.

가족 영상이 진짜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용해, 지금 선택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 몰아붙였다.

이안은 걸음을 멈추고 싶었다.

도윤의 정확한 위치를 묻고 싶었다.

기억교정실까지 가는 길을 알고 싶었다.

그러나 모로스는 답을 주는 존재가 아니었다.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이용해 사람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존재였다.

이안은 도윤이 불확실한 상태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계속 걸었다.

노바가 말했다.

“전방 12미터에 정비문이 있습니다.”

검은 선들이 통로 안으로 들어왔다.

미라의 발목을 감싸려는 순간 이안이 몸으로 밀어냈다.

선은 방향을 바꿔 이안의 팔을 긁었다.

피가 흘렀다.

“신체 손상이 증가합니다.”

노바가 말했다.

“알아.”

정비문 앞에는 세 개의 수동 손잡이가 있었다.

손잡이들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한 사람이 동시에 작동할 수 없도록 만들어진 구조였다.

문 위에 낡은 문구가 남아 있었다.

중앙망 오류 시 세 명의 관리자가 동시에 개방하십시오.

“세 명이 아니잖아요.”

미라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독립된 세 인격이면 가능할 수 있습니다.”

노바가 대답했다.

이안과 미라, 노바는 각자 하나의 손잡이 앞에 섰다.

노바가 왼손의 손가락 세 개를 들었다.

말로 신호를 주면 모로스가 방해할 수 있었다.

손가락을 이용해 셋을 세었다.

첫 번째 손가락.

두 번째.

세 번째.

세 존재가 동시에 손잡이를 당겼다.

문은 움직이지 않았다.

모로스가 말했다.

“실패했다.”

그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노바의 손상된 왼팔이 떨렸다.

이안의 발목도 오래된 통증 때문에 힘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미라의 손바닥은 땀과 검은 물 때문에 미끄러웠다.

노바가 다시 손가락을 들었다.

두 번째 시도.

금속이 조금 움직였다가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또 실패했다.”

모로스가 말했다.

미라는 손잡이를 더 세게 움켜쥐었다.

세 번째 시도.

노바의 팔 관절에서 불꽃이 튀었다.

손잡이는 절반도 내려가지 못하고 다시 올라갔다.

“너희는 열 수 없다.”

모로스의 목소리가 조금씩 가까워졌다.

“첫 번째 시도도 실패했다.”

검은 선들이 통로 바닥을 덮기 시작했다.

“두 번째도 실패했다.”

이안의 다리를 다시 붙잡으려 했다.

“세 번째도 실패했다.”

미라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이안은 그녀에게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다.

곧 열릴 거라고.

조금만 더 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정비문은 끝내 열리지 않을 수도 있었다.

노바의 왼팔이 먼저 부서질 수도 있었다.

검은 선들이 그들을 다시 보호정지실로 끌고 갈 수도 있었다.

이안은 희망을 말하지 않았다.

노바에게 버티라고 명령하지도 않았다.

미라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지도 않았다.

그저 손잡이 위에 다시 손을 올렸다.

노바도 불꽃이 나는 팔을 들어 올렸다.

미라가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

노바의 손가락이 하나씩 올라갔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세 존재가 네 번째로 손잡이를 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