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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래서 가는 거야
네 번째 시도.
문 안쪽에서 금속 하나가 부러졌다.
크고 거친 소리가 좁은 통로를 울렸다.
세 개의 손잡이 중 이안이 잡은 손잡이가 절반쯤 내려갔다.
미라가 숨을 삼켰다.
노바의 왼팔 관절에서는 불꽃이 계속 튀었다.
“유지하십시오.”
노바가 말했다.
모로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려도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세 존재는 힘을 풀지 않았다.
이안은 양손으로 손잡이에 매달렸다.
발목의 통증이 다리를 타고 올라왔다.
미라는 젖은 손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외투 소매를 손잡이에 감았다.
노바의 왼팔에서 금속이 갈리는 소리가 났다.
“통신도 없다.”
모로스가 말했다.
손잡이가 조금 더 내려갔다.
문 안쪽의 두 번째 잠금장치가 움직였다.
“지도도 없다.”
미라의 손이 미끄러졌다.
그녀는 몸 전체의 무게를 실어 다시 잡았다.
“보호시설도 없다.”
노바의 팔 관절 하나가 부서졌다.
그러나 손잡이는 놓지 않았다.
“너희가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른다.”
마지막 잠금장치가 절반쯤 돌아갔다.
정비문 틈 사이로 아주 가느다란 빛이 들어왔다.
흰색에 가까운 빛이었다.
따뜻한 빛도, 그들을 환영하는 빛도 아니었다.
먼지와 열기로 흐려진 바깥의 낮이었다.
“밖으로 나가면 다시 잘못된 길을 걷는다.”
모로스의 검은 선들이 세 사람의 등 뒤까지 다가왔다.
이안의 어깨를 감으려는 순간 미라가 손잡이를 더 강하게 당겼다.
문 틈이 조금 더 벌어졌다.
뜨겁고 건조한 바람이 들어왔다.
흙과 먼지 냄새가 났다.
“김이안은 또 다른 존재의 선택을 대신할 것이다.”
이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미라는 다시 관객을 이용할 것이다.”
미라는 손잡이를 놓지 않았다.
“노바는 이들을 모두 잊을 것이다.”
노바의 렌즈가 깜박였다.
그러나 팔에 남은 출력 전부를 손잡이에 보냈다.
마지막 잠금장치가 돌아갔다.
정비문의 두 금속판이 떨리기 시작했다.
모로스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그곳에서는 내 목소리조차 들을 수 없다.”
이안은 처음으로 대답했다.
“그래서 가는 거야.”
세 개의 손잡이가 완전히 내려갔다.
정비문이 열렸다.
밖에는 끝없는 회색 평원이 펼쳐져 있었다.
풀도, 나무도, 건물도 거의 없었다. 바람에 밀려온 모래와 검은 돌만이 수평선까지 이어졌다.
하늘은 흰색에 가까웠고, 태양의 위치조차 분명하지 않았다.
누군가 걸어간 흔적도 없었다.
길을 가리키는 표식도 없었다.
파란 별이 새겨진 돌도 보이지 않았다.
노바가 외부를 분석했다.
“지도 신호가 없습니다.”
미라가 자신의 장치를 확인했다.
“연결도 완전히 끊겼어요.”
“위치 기록은?”
이안이 물었다.
“사용할 수 없어요.”
“통신은?”
“없어요.”
이안은 노바에게 물었다.
“모로스의 신호는?”
노바가 문밖으로 렌즈를 향했다.
오랫동안 기다린 뒤 대답했다.
“감지되지 않습니다.”
세 존재는 정비문 밖으로 나갔다.
모로스의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문 안쪽에서 들려왔다.
“침묵은 답이 아니다.”
이안은 뒤를 돌아봤다.
검은 치료실 안에는 수많은 사람이 보호정지 상태로 누워 있었다.
그들은 더 이상 실패하지 않았다.
누구도 다른 사람을 배신하지 않았다.
잘못된 길을 선택하지 않았고, 이루지 못할 약속을 하지 않았으며,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버림받지도 않았다.
후회도 없었다.
그러나 새로운 질문도 없었다.
누군가에게 미안하다고 말할 일도 없었다.
용서할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 선택할 필요도 없었다.
그들은 어떤 길도 걷지 않았다.
“맞아.”
이안이 말했다.
“침묵은 답이 아니야.”
모로스의 검은 형체가 문 안쪽에서 흔들렸다.
“그런데?”
이안은 회색 평원을 바라봤다.
저곳에 무엇이 기다리는지 몰랐다.
물이 있는지, 길이 있는지, 살아서 건널 수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다음 말을 당신이 정하게 두지는 않을 거야.”
미라와 이안이 문을 밀었다.
노바도 손상된 왼팔로 문 가장자리를 받쳤다.
정비문이 천천히 닫혔다.
문 틈 사이로 모로스의 마지막 문장이 들렸다.
“너희는 다시 실패할 것이다.”
이안은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럴 수도 있어.”
그리고 문이 닫혔다.
모로스의 목소리가 끊겼다.
회색 평원에는 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모래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미라가 발로 작은 돌 하나를 찼다.
돌은 땅을 굴러갔지만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노바가 주변 환경을 분석했다.
“광역 음향 상쇄 신호가 감지됩니다.”
“무슨 뜻이야?”
“지하 시설이 주변의 모든 진동을 제거하고 있습니다.”
미라가 입을 열어 무언가 말해 보았다.
입술은 움직였지만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이안도 자신의 이름을 말해 보았다.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모로스의 목소리뿐 아니라 세 사람의 목소리도 사라진 곳이었다.
말로 서로를 설득할 수도 없었다.
잘못된 방향을 알려 줄 시스템도, 옳은 방향을 보장할 문장도 없었다.
세 존재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노바가 왼손의 손가락으로 앞쪽을 가리켰다.
확실한 길이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저 한 방향을 선택하자는 신호였다.
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안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 존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회색 평원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오래된 지도에서 단 하나의 이름으로 불렸다.
침묵의 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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