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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미지는 AI를 활용하여 생성하였습니다.

(2) 어둠은 아무것도 돌려주지 않았다

이안은 자신의 손목을 바라봤다.

김서윤은 생체 기억 속에 문장을 남겼다.

기억관리국은 기록을 삭제해 사람들의 과거를 바꿨다.

솔라스는 기억을 고정해 존재를 가뒀다.

기억은 보존해야 했지만, 보존된 기록이 사람을 대신해서도 안 됐다.

“일부를 노바에게 옮길 수 있을까?”

이안이 물었다.

노바가 대답했다.

“현재 기억영역의 여유 공간은 7퍼센트입니다.”

“얼마나 저장할 수 있지?”

“압축 영상 약 46분.”

미라가 자신의 장치를 살폈다.

수년간 쌓인 기록이 있었다.

방송 원본만 수천 시간이었다.

“무엇을 남겨야 하죠?”

그녀가 물었다.

노바가 말했다.

“우선순위는 소유자가 결정해야 합니다.”

미라는 이안에게 도움을 구하듯 바라봤다.

“당신이라면 뭘 남길래요?”

이안은 대답하려다 멈췄다.

그가 고르면 미라의 삶을 편집하는 사람이 된다.

자신이 기억관리국에서 했던 일과 다르지 않을 수 있었다.

“내가 고르면 안 됩니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

미라는 짜증스럽게 말했지만, 곧 장치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기록들을 살폈다.

첫 방송.

처음으로 관심도 백만을 넘긴 날.

유진과 함께 웃던 영상.

유진을 배신한 방송.

공개재판.

솔라스의 탑.

기억감옥.

미라는 첫 방송 영상을 선택했다가 해제했다.

유진과 웃는 영상을 선택했다가 다시 지웠다.

오랫동안 망설인 끝에 네 개의 기록을 골랐다.

첫 번째는 유진에게 자신도 속았다고 말했던 방송의 편집 전 원본이었다.

두 번째는 자동용서센터에서 유진을 찾겠다고 말한 순간.

세 번째는 공개재판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영상.

마지막은 모로스 앞에서 녹화한 짧은 기록이었다.

화면 속 미라는 겁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

지금 나는 무섭다. 그래도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기억하고 싶지는 않다.

총 길이는 39분이었다.

“좋았던 기억은 하나도 없네요.”

이안이 말했다.

“좋은 건 없어도 기억할 것 같아서요.”

미라가 대답했다.

“부끄러운 건 지우고 싶어질 테니까.”

노바가 기록을 저장했다.

“전송 완료.”

미라가 물었다.

“나중에 제가 달라고 하면 돌려줄 수 있어요?”

“가능합니다.”

“내가 지워 달라고 하면?”

노바는 잠시 멈췄다.

“미라의 요청을 다시 확인한 뒤 실행합니다.”

“얼마나 다시 확인해요?”

“한 번.”

“한 번으로 충분해요?”

노바가 대답하지 못했다.

미라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때 다시 정하죠.”

그녀는 장치 전원을 완전히 껐다.

화면이 검게 변했다.

미라의 손이 잠시 떨렸다.

관객과 연결되지 않는 것과, 연결할 수 있는 기기조차 꺼진 것은 달랐다.

“이제 제가 뭘 하는지 아무도 기록하지 않네요.”

그녀가 말했다.

노바가 대답했다.

“제가 관찰하고 있습니다.”

미라가 노바를 바라봤다.

“그건 좀 무서운데.”

“관찰을 중단할까요?”

미라는 잠시 생각했다.

“아니요.”

그리고 덧붙였다.

“다만 방송처럼 보지는 말아 줘요.”

“차이를 설명해 주십시오.”

미라는 대답하지 못했다.

이안이 말했다.

“평가하려고 보는 것과, 곁에 있기 위해 보는 것의 차이 아닐까?”

노바가 물었다.

“현재 저는 어느 쪽입니까?”

미라가 노바의 깨진 몸체를 바라봤다.

“아직은 둘 다 조금씩인 것 같아요.”

“모순으로 기록합니다.”

“그건 기록해도 돼요.”

사막에서의 첫날 밤, 세 사람은 검은 바위 옆에 몸을 숨겼다.

해가 졌는지 분명하지 않았다.

하늘이 회색에서 검은색으로 변했고, 온도는 급격히 내려갔다.

바람은 계속 불었지만 여전히 소리가 없었다.

미라는 잠들었고, 노바는 절전 상태로 들어갔다.

이안은 혼자 깨어 있었다.

침묵이 깊어질수록 머릿속의 소리는 커졌다.

기억관리국의 삭제실.

도윤의 마지막 얼굴.

모로스의 목소리.

한세라가 스스로 이름을 말하며 사라지던 순간.

노바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사용자 식별을 요청하던 장면.

그 모든 목소리 사이에서 어머니의 음성이 들릴 것 같았다.

그러나 김서윤은 말하지 않았다.

이안은 손목을 눌렀다.

“왜 아무 말도 안 해?”

대답은 없었다.

“길을 알려 줘.”

푸른 문장도 나타나지 않았다.

“내가 맞게 가고 있는지만이라도.”

손목 흉터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이안은 분노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어머니는 자신을 여기까지 끌고 왔다.

안전한 도시가 감옥이라는 문장을 남겼고, 노바를 깨우라고 했으며, 별이 새겨진 길을 따라오게 했다.

그런데 가장 길이 필요한 순간에는 침묵했다.

“왜 나한테 이걸 맡긴 거야?”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사막에서 그는 거의 비명을 질렀다.

“당신이 시작했잖아!”

미라가 잠에서 깼다.

하지만 멀리 떨어져 있어 이안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 듯했다.

이안은 바위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화가 났다.

죽었는지 살아 있는지도 모르는 어머니에게.

자신을 보호하겠다는 명령을 남겨 놓고 설명은 남기지 않은 사람에게.

선택하라고 하면서 선택의 결과는 자신이 홀로 감당하게 만든 사람에게.

“당신은 나를 사랑했어?”

대답은 없었다.

“아니면 이용한 거야?”

침묵.

“내가 새벽정원까지 가면 뭘 해야 하는데?”

어둠은 아무것도 돌려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