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 이미지는 AI를 활용하여 생성하였습니다.
(6) 되돌릴 수 없는 문
미라가 자신의 장치를 꺼냈다.
배터리는 거의 남지 않았지만 기록 기능은 작동했다.
"내가 저장할게요."
"미라의 기록 신뢰도는 제한됨으로 분류됩니다."
노바가 말했다.
"알아요."
미라가 희미하게 웃었다.
"그래도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노바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들은 노바를 열차 바닥의 정비용 침상에 눕혔다.
양팔을 잃은 몸은 이전보다 작아 보였다.
이안은 노바의 가슴에 남은 파란 별을 손가락으로 닦았다.
절반은 검게 타 버렸지만, 나머지 절반은 아직 푸른색이었다.
열차는 몇 시간 동안 지하를 달렸다.
터널 벽에는 오래된 표식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외곽 4구역.
비인가 인격 접근 금지.
기억오염 검사 필수.
독립선택구역 접근자 분류.
마지막 표식이 나타났을 때 이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독립선택구역."
미라도 창밖을 바라봤다.
"새벽정원일까요?"
노바가 대답했다.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이안이 말했다.
"그 대답이 들리니 안심되네."
열차의 속도가 느려졌다.
멀리 터널 끝에서 흰빛이 보였다.
인공적인 오후의 빛도, 솔라스의 영원한 빛도 아니었다.
차갑고 희미한 새벽빛과 비슷했다.
그러나 빛 앞에는 거대한 검문시설이 서 있었다.
수십 개의 철문과 감시탑.
선로를 가로막는 검은 차단벽.
벽 중앙에는 오래된 글자가 빛나고 있었다.
최종경계검문소.
그 아래에 문장이 하나 더 나타났다.
이곳을 통과한 선택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열차가 완전히 멈췄다.
문이 열리지 않았다.
차량 스피커에서 낯선 음성이 흘러나왔다.
"접근자 세 명을 확인했습니다."
잠시 뒤 문장이 정정됐다.
"인간 두 명, 비인간 인격 한 기."
이안과 미라는 서로를 바라봤다.
노바의 남은 렌즈가 희미하게 빛났다.
"검문을 시작합니다."
열차 앞의 차단벽이 천천히 열렸다.
그 너머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검은 보안 외투.
가슴에서 떼어 냈던 통합도시 표식이 다시 붙어 있었다.
손에는 보안용 무기가 들려 있었다.
강도윤이었다.
그는 이안과 미라, 양팔을 잃은 노바를 차례로 바라봤다.
그러나 얼굴에는 재회의 기색이 없었다.
낯선 사람을 검사하는 보안관의 표정이었다.
"열차에서 내리십시오."
도윤이 말했다.
"마지막 검문입니다."
이안은 도윤의 눈을 바라봤다.
그 안에는 함께 장작을 패던 사람도, 윤채아를 업고 폐기구역으로 들어오던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아르카가 그의 기억을 지운 것인지,
그가 스스로 이 자리에 선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노바가 낮게 말했다.
"강도윤."
도윤의 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무기는 내려가지 않았다.
"대상들의 과거, 목적, 소유 기억을 검사합니다."
그의 뒤에서 마지막 검문소의 문들이 차례로 잠겼다.
"저항할 경우 통과 자격을 영구 박탈합니다."
이안은 노바가 남긴 명령을 떠올렸다.
살아서 선택하라.
그 명령은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하라는 뜻이 아니었다.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의 다음 행동을 다른 존재에게 넘기지 말라는 뜻이었다.
이안은 열차 밖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미라가 뒤따랐다.
노바는 스스로 걸을 수 없었다.
이안과 미라는 양옆에서 노바의 몸을 들어 올렸다.
세 존재는 함께 검문선 앞에 섰다.
강도윤이 무기를 들었다.
"이름을 말하십시오."
폐기구역의 입구에서 들었던 것과 같은 질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름을 확인하기 위한 질문이 아니었다.
이름 아래에 무엇이 남아 있는지를 시험하려는 질문이었다.
이안이 대답했다.
"김이안."
미라가 말했다.
"미라."
두 사람은 노바를 바라봤다.
노바의 렌즈가 희미하게 흔들렸다.
기억영역 대부분이 사라졌고, 두 팔도 없었으며, 자신의 과거를 증명할 자료도 거의 남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대답했다.
"노바."
강도윤의 손가락이 방아쇠 위에서 미세하게 떨렸다.
검문소의 흰빛이 네 사람 위로 내려왔다.
그리고 되돌릴 수 없다고 적힌 마지막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제19장 마지막 검문소 - (2) 나는 내가 한 일보다 크지만 (0) | 2026.09.25 |
|---|---|
|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제19장 마지막 검문소 - (1) 나는 기록을 지운 가해자입니다 (0) | 2026.09.25 |
|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제18장 노바가 내린 명령 - (5) 다시는 그런 명령 하지 마 (0) | 2026.09.24 |
|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제18장 노바가 내린 명령 - (4) 불완전한 저장장치 (1) | 2026.09.23 |
|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제18장 노바가 내린 명령 - (3) 그 정도면 됐어 (0) | 2026.09.2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