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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다시는 그런 명령 하지 마
열차가 터널의 굽은 구간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지붕 위에서 큰 충격음이 났다.
무언가 열차 위로 떨어졌다.
금속이 긁히는 소리가 이어졌다.
이안이 고개를 들었다.
"노바?"
대답은 없었다.
다시 충격음.
이번에는 열차 뒤쪽이었다.
두 사람은 마지막 칸으로 달렸다.
지붕의 점검판이 안쪽으로 휘어 있었다.
그 위에서 무거운 물체가 미끄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안이 점검판의 수동 손잡이를 돌렸다.
"밖의 압력을 확인해야 합니다."
미라가 말했다.
"터널이야."
"노바가 아니면요?"
"그래도 열어야 해."
두 사람이 함께 손잡이를 당겼다.
점검판이 열렸다.
검은 금속 몸체가 안으로 떨어졌다.
이안과 미라가 동시에 몸을 받쳤다.
노바였다.
오른팔은 이전부터 없었다.
왼팔도 어깨 아래에서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가슴판의 파란 별은 절반이 타 버렸고, 한쪽 렌즈는 산산이 깨졌다. 남은 렌즈도 거의 빛나지 않았다.
"노바!"
이안이 노바의 머리를 붙잡았다.
대답이 없었다.
미라가 가슴의 비상 전원부를 열었다.
"전력이 거의 없어요."
이안은 열차 벽의 보조전원선을 뽑아 노바의 단자에 연결했다.
전류가 흐르자 기체가 크게 떨렸다.
"노바, 들려?"
잡음이 났다.
남은 렌즈에 푸른빛이 아주 희미하게 들어왔다.
"사용자…… 식별."
이안의 얼굴이 굳었다.
"김이안이야."
"김…… 이안."
"그래."
노바의 렌즈가 미라를 향했다.
미라가 울먹이며 말했다.
"미라예요. 동행자."
"미라."
"같이 걷는 사람이에요."
노바는 한동안 반응하지 않았다.
"현재…… 이동 중입니까?"
이안이 웃음과 울음이 섞인 숨을 내쉬었다.
"그래."
"정지하지…… 않았습니까?"
"안 했어."
"명령…… 수행을 확인했습니다."
이안은 노바의 차가운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댔다.
"다시는 그런 명령 하지 마."
노바의 렌즈가 미세하게 깜박였다.
"명령의 유효성은…… 상황에 따라 판단합니다."
미라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정말 돌아온 것 맞네요."
노바의 전력이 조금씩 올라갔다.
그러나 진단 화면에는 붉은 경고가 이어졌다.
양팔 기능 상실.
주 렌즈 손상.
기억영역 잔존율 21퍼센트.
자율기동 가능성 불명.
이안은 마지막 수치를 오래 바라봤다.
"기억나는 게 뭐야?"
노바가 검색을 시작했다.
기체 안에서 작은 진동이 반복됐다.
"김이안."
"그리고?"
"지정 보호 대상."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라."
미라가 노바 곁에 앉았다.
"동행자."
"또?"
긴 침묵이 흘렀다.
열차는 어두운 터널을 계속 달렸다.
"명령 하나가 남아 있습니다."
노바가 말했다.
이안의 표정이 굳었다.
"누가 내린 명령이지?"
"관리자 정보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내용은?"
노바의 목소리가 끊기듯 이어졌다.
"살아서…… 선택하십시오."
이안은 눈을 감았다.
그것은 김서윤의 명령이 아니었다.
아르카의 명령도 아니었다.
노바 자신이 조금 전 내린 명령이었다.
기억 대부분이 사라진 뒤에도 그 문장은 남아 있었다.
"그 명령은 네가 내린 거야."
이안이 말했다.
"제가?"
"그래."
노바는 그 사실을 처리했다.
"노바가…… 명령을 내릴 권한이 있습니까?"
미라가 대답했다.
"조금 전에는 있었어요."
"현재는?"
이안이 말했다.
"우리에게 명령할 권리는 없어."
노바의 렌즈가 어두워졌다.
이안은 말을 이어 갔다.
"하지만 네 선택을 말할 권리는 있어."
"차이를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도 아직 배우는 중이야."
노바는 그 문장을 저장하려 했지만 기억공간 부족 경고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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