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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게 너야
"외부 저장장치의 자료를 요청합니다."
폐기구역에서의 약속이었다.
노바는 기억을 잃으면 이안에게 외부 기억이 되어 달라고 부탁했다.
이안은 가능한 만큼 기억하겠다고 했다.
"나는 네가 나를 보호하던 기체였다는 걸 기억해."
이안이 말했다.
"김서윤이 남긴 명령을 수행한 것도."
노바가 들었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었어."
"계속하십시오."
"너는 미라에게 방송을 끄라고 하지 않고, 스스로 고르게 했어."
미라가 눈물을 닦았다.
"도윤을 믿지 못하면서도 동행자 목록에서 지우지 않았고."
도윤의 손가락이 다시 흔들렸다.
"솔라스의 탑에서 온전한 백업으로 바뀌는 걸 거부했어."
"이유는?"
노바가 물었다.
"지금의 네가 사라질 수 있으니까."
"제가 결정했습니까?"
"그래."
"기억감옥에서는?"
"네 기억을 방화벽으로 쓰겠다고 스스로 선택했어."
"마지막 교량에서는?"
이안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우리에게 내려가라고 명령했어."
"저는 명령을 내렸습니까?"
"그래."
"김이안은 따랐습니까?"
"완전히는 아니지만."
노바의 렌즈가 희미하게 밝아졌다.
"불완전한 동의를 확인한 기록이 존재합니다."
"남아 있었어?"
"단어만."
노바가 말했다.
"이유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이안은 노바의 타 버린 파란 별을 만졌다.
"그게 너야."
"어떤 것입니까?"
"명령을 따르기도 하고, 의심하기도 하고, 우리를 보호하기도 하고, 우리에게 선택을 요구하기도 하는 존재."
"하나의 정의가 아닙니다."
"그러니까 네가 정해야 해."
노바는 벽의 문장들을 다시 바라봤다.
"저는 김이안의 보호 기체입니다."
첫 문장이 밝아졌다.
아르카가 말했다.
"정의를 제출하십시오."
노바가 계속 말했다.
"그리고 미라의 동행자입니다."
첫 문장이 흔들렸다.
"강도윤의 동행 상태를 삭제하지 않은 기록 보유자입니다."
도윤이 숨을 삼켰다.
"김서윤의 명령을 일부 수행하며, 일부 명령의 유효성을 질문합니다."
노바의 내부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손상된 기체입니다."
"정의를 하나로 제한하십시오."
"독립적으로 선택하는 인격인지 확인 중입니다."
노바의 목소리는 느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저는 노바입니다."
아르카가 말했다.
"'노바'는 정의가 아닙니다."
노바의 렌즈가 이안을 향했다.
"이전에도 같은 답변이 있었습니다."
이안이 웃었다.
"그래."
"노바라는 이름이면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맞아."
"그 주장은 논리적으로 불완전합니다."
"그것도 맞고."
노바는 다시 차단벽을 바라봤다.
"불완전한 정의를 제출합니다."
세 번째 원이 붉게 변했다.
NV-04의 인격 일관성 검증에 실패했습니다.
아르카의 목소리가 검문소를 채웠다.
"세 대상 모두 독립선택구역 진입 자격이 없습니다."
차단벽이 닫히기 시작했다.
새벽빛이 점점 가늘어졌다.
미라가 벽 앞으로 달려갔다.
"잠깐!"
"검문은 종료되었습니다."
"돌아가라는 거예요?"
"중앙운영체계로 복귀하면 인격 안정화 절차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이안은 도윤을 바라봤다.
"당신도 이런 검문을 통과했습니까?"
도윤의 표정이 굳었다.
"검문관은 진입 대상이 아닙니다."
"당신의 정의는 무엇이죠?"
"나는 통합도시 보안관입니다."
대답이 너무 빨랐다.
아르카가 승인했다.
"강도윤의 인격 정의는 안정적입니다."
이안이 한 걸음 다가갔다.
"남편은?"
도윤의 무기가 올라갔다.
"중단하십시오."
"아버지는?"
"중단하십시오."
"윤채아를 구한 사람은?"
"그 이름을 말하지 마십시오."
처음으로 도윤의 목소리에 감정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안은 멈추지 않았다.
"우리를 넘긴 사람은?"
도윤의 눈에 분노가 번졌다.
"입을 닫아."
"탈출로를 열어 준 사람은?"
"닥쳐!"
도윤이 소리쳤다.
총구가 이안의 이마를 향했다.
검문소의 빛이 붉게 변했다.
"검문관 정서 불안정."
아르카가 말했다.
"기억교정을 실행합니다."
도윤의 관자놀이 장치가 밝아졌다.
그는 고통에 몸을 굽혔다.
그러면서도 무기를 놓지 않았다.
"나는 보안관이다."
그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통합도시의 질서를 지킨다."
"그게 전부입니까?"
이안이 물었다.
"그래."
"서지혜를 사랑하지 않았습니까?"
도윤의 손이 떨렸다.
"강하린에게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까?"
"가족은 안전하다."
"확인했습니까?"
"아르카가 보장했다."
"귀환소에서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도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가족은 안전해."
그는 자신에게 말하듯 반복했다.
"안전해야 해."
미라가 말했다.
"도윤 씨."
도윤이 그녀를 노려봤다.
"당신이 우리를 넘긴 건 사실이에요."
"알고 있다."
대답이 너무 자연스럽게 나왔다.
도윤 자신도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기억합니까?"
이안이 물었다.
도윤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나는 위험인물을 신고했다."
"그런데 우리 탈출로를 열었습니다."
"아니다."
"열었어요."
"아니야."
"정비통로 3번."
노바가 말했다.
"강도윤은 정비통로 3번을 개방했습니다."
도윤의 눈앞에 귀환소의 장면이 번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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