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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미안하다 사랑한다
시간이 지나 종이는 누렇게 변했고 가장자리가 닳아 있었다.
봉투 앞에는 이안의 이름이 손으로 적혀 있었다.
김이안에게.
"왜 지금까지 전달하지 않았습니까?"
"서윤이 조건을 남겼다."
"무슨 조건?"
"네가 누구의 명령도 없이 이곳에 도착했을 때 주라고."
이안은 씁쓸하게 웃었다.
"결국 마지막까지 조건이군요."
"그래."
류한도 인정했다.
"읽지 않아도 된다."
이안은 편지를 손에 들었다.
태워 버릴 수도 있었다.
열지 않고 무덤에 묻을 수도 있었다.
어머니의 마지막 말이 자신의 삶을 다시 지배하도록 두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읽고 싶었다.
그 욕망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봉투를 열었다.
이안아.
네가 이 편지를 읽는다면, 내가 바랐던 곳에 도착했다는 뜻은 아닐 거야. 네가 네 질문을 끝까지 가지고 왔다는 뜻이겠지.
나는 네게 자유를 남긴다고 믿으며, 네가 거부할 수 없는 임무를 몸 안에 넣었다. 너를 지키기 위해 떠났다고 말했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 너를 혼자 두었다.
나는 너를 사랑했다. 그리고 너를 이용했다.
어느 한 문장만 남겨 나를 용서하지 마라.
네가 나를 이해하기를 요구할 권리는 내게 없다. 나를 용서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시작한 일을 끝내지 않아도 된다. 새벽정원을 지키지 않아도 되고, 아르카와 싸우지 않아도 된다.
네 몸에 남긴 권한도 네 것이지, 내 것이 아니다. 사용해도 되고 버려도 된다.
나는 오랫동안 구원은 사람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야 알았다. 안전한 곳을 만드는 사람은 결국 누가 들어오고 나갈지 결정하려 한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는 장소 대신 문을 만들기로 했다.
새벽정원은 완성된 도시가 아니다. 누구의 기억도 중앙에 소유되지 않고, 누구도 떠날 권리를 잃지 않도록 서로 감시하고 실패하는 작은 장소들의 이름이다.
그곳도 언젠가 타락할 수 있다. 사람들이 두려워지면 다시 벽을 세울 것이다. 너는 그것을 막을 의무가 없다. 다만 네가 그곳에 머물기로 선택한다면, 문이 어느 쪽에서도 열리는지 가끔 확인해 다오.
네 이름을 이안이라 지은 날을 기억한다.
나는 네가 안전한 중심에 서기를 바라지 않았다. 기슭에 서서 물과 땅, 떠남과 머묾이 만나는 곳을 볼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것 역시 내가 네게 바란 삶이다. 너는 다른 곳으로 가도 된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 두 문장 중 어느 것도 다른 하나를 지우지 않기를 바란다.
김서윤.
이안은 편지를 다 읽은 뒤 오랫동안 강물을 바라봤다.
어머니는 답을 주지 않았다.
왜 사랑하면서 떠났는지 설명했지만, 그 설명이 상처를 없애지는 않았다.
사과했다고 해서 용서해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녀의 마지막 문장조차 이안이 따를 필요는 없다고 쓰여 있었다.
"용서할 수 있겠나?"
류한이 물었다.
이안은 무덤을 바라봤다.
"지금은 아닙니다."
그는 편지를 다시 접었다.
"이해합니까?"
"조금은."
"그럼 충분할 수도 있어."
"아니요."
이안이 말했다.
"충분하지 않습니다."
류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도 편지는 가져가겠습니다."
"네 것이니까."
이안은 무덤 옆의 강가로 내려갔다.
물은 차가웠다.
피가 묻은 손을 씻자 붉은빛이 물속으로 퍼졌다가 사라졌다.
손목 흉터가 희미하게 빛났다.
이번에는 문장이 나타났다.
관리자 권한을 종료하시겠습니까?
선택지가 두 개 나타났다.
종료.
유지.
이안은 손목을 바라봤다.
이 권한으로 아르카의 일부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기억감옥처럼 또 다른 체계를 해방할 수도 있다.
반대로 누군가를 통제하는 데 사용될 수도 있었다.
어머니는 사용해도 되고 버려도 된다고 했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말하지 않았다.
이안은 종료 버튼 위에 손을 올렸다가 멈췄다.
지금 당장 결정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오후정착지처럼 영원히 미루려는 것과, 충분히 생각하기 위해 보류하는 것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그는 두 선택지 아래에 작은 문장을 발견했다.
이 질문을 다시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안은 두 버튼을 모두 누르지 않았다.
"보류한다."
그가 말했다.
푸른 문장은 사라졌다.
결정하지 않은 것이 도망인지 선택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누군가가 정한 기한이 없었다.
마을로 돌아왔을 때, 노바는 치료소 밖에 나와 있었다.
몸 아래에는 작은 이동 바퀴 두 개와 균형지지대가 달려 있었다. 팔은 여전히 없었다.
파란 물감이 묻은 아이가 노바의 가슴 앞에 서 있었다.
타 버린 별의 절반 옆으로 새로운 선을 그리고 있었다.
새로 그린 부분은 기존 별과 색이 조금 달랐다.
선도 반듯하지 않았다.
"완성."
아이가 말했다.
별은 이전보다 커졌다.
절반은 오래된 파란색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밝고 서툰 색이었다. 가운데에는 불탄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대칭이 아닙니다."
노바가 말했다.
아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싫어요?"
노바는 별을 내려다봤다.
"기존 손상과 새로운 형태가 모두 보존되었습니다."
"그래서요?"
"승인합니다."
아이가 웃으며 달려갔다.
노바는 바퀴를 움직여 이안에게 다가왔다.
"김이안."
"왜?"
"현재 위치를 확인했습니다."
"어디라고 나오지?"
"강변마을."
"새벽정원은?"
"지리적 실체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이안이 미소 지었다.
"그래도 도착한 것 같아."
"근거를 요청합니다."
이안은 마을의 열린 다리를 바라봤다.
"아직은 설명하기 어렵네."
노바의 렌즈가 편지를 향했다.
"김서윤의 기록입니까?"
"그래."
"내용을 저장할까요?"
이안은 잠시 생각했다.
"아니."
노바의 렌즈가 흔들렸다.
"이유를 요청합니다."
"내가 먼저 기억할게."
"김이안은 불완전한 저장장치입니다."
"알아."
"손실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도 이 편지는 우선 내게 남겨진 거니까."
노바는 대답을 처리했다.
"기록하지 않습니다."
"나중에 내가 부탁하면?"
"그때 다시 선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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