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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저녁을 견딜 수 있는 사람만
사막의 밤은 길었다.
소리가 없으니 시간이 흐르는 것도 알 수 없었다.
이안은 몇 번이나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났다.
한 번은 비가 내리는 꿈을 꾸었다.
검은 빗물이 아니라 맑은 물이었다.
어머니가 빗속에 서 있었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안은 그녀에게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
그저 멀리서 바라봤다.
어머니도 이안을 바라봤다.
그것으로 꿈은 끝났다.
눈을 떴을 때 하늘은 조금 밝아져 있었다.
미라가 옆에서 움직였다.
“저기.”
그녀가 지평선을 가리켰다.
멀리 검은 선 하나가 보였다.
처음에는 모래언덕의 그림자인 줄 알았다.
그러나 태양이 밝아질수록 선은 곧게 서 있는 구조물로 변했다.
탑이었다.
빛의 탑처럼 높지 않았다.
오래된 풍력발전기 여러 대와 낮은 건물들이 모여 있었다.
그 위에서 천 조각 하나가 바람에 흔들렸다.
노바가 남은 전력을 사용해 분석했다.
“인공 구조물 확인.”
“사람은?”
“열 신호가 있습니다.”
미라가 몸을 일으키려다 다시 주저앉았다.
“얼마나 멀어요?”
“약 3.8킬로미터.”
이안은 웃음과 한숨 사이의 소리를 냈다.
지금 상태로는 3.8킬로미터가 사막 전체만큼 멀게 느껴졌다.
미라가 물었다.
“저게 진짜일까요?”
“확인할 수 없습니다.”
노바가 대답했다.
이번에는 누구도 그 말을 답답해하지 않았다.
이안은 천을 다시 노바의 몸에 묶었다.
“갑시다.”
세 사람은 구조물을 향해 걸었다.
몇 번이나 그것이 사라질 것 같았다.
거리는 줄어들지 않는 듯했다.
미라는 두 번 넘어졌다.
이안은 발목을 제대로 딛지 못했다.
노바의 전력은 5퍼센트 아래로 떨어졌다.
그래도 구조물은 조금씩 커졌다.
풍력발전기의 날개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건물 벽에는 최근에 덧댄 금속판이 보였다.
입구 앞에는 작은 물통 세 개가 놓여 있었다.
각각의 물통 위에는 이름 대신 문장이 적혀 있었다.
처음 온 사람.
다시 온 사람.
떠날 사람.
이안은 물통을 바라봤다.
미라가 말했다.
“어느 걸 마셔야 하죠?”
노바가 분석했다.
“세 물통의 성분은 동일합니다.”
“그럼 왜 나눠 놨을까요?”
건물 안에서 누군가 대답했다.
“사람들이 자신을 무엇이라 부르는지 보려고.”
한 여자가 그늘 속에서 걸어 나왔다.
피부는 햇빛에 검게 그을렸고, 머리카락은 거의 흰색이었다.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여자는 세 사람과 노바를 천천히 살폈다.
“물을 마셔.”
그녀가 말했다.
“질문은 그다음에 해도 늦지 않아.”
미라는 ’처음 온 사람’이라고 적힌 물통을 집었다.
이안도 같은 물통으로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자신은 정말 처음 온 사람일까.
이 길을 오래전 걸었던 기억이 자신 안에 있을 수도 있었다.
어머니의 생체 기억이 자신보다 먼저 이곳을 지나갔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자신은 처음이었다.
이안은 첫 번째 물통을 들었다.
노바는 물을 마시지 못했다.
여자가 건물 벽의 충전선을 가져와 노바의 단자에 연결했다.
“구형이군.”
“NV-04입니다.”
노바가 대답했다.
“이름을 물은 게 아닌데.”
노바의 렌즈가 깜박였다.
“노바입니다.”
여자가 미소 지었다.
“그래. 그게 낫지.”
세 사람은 물을 마셨다.
천천히 마시라는 여자의 말에도 미라는 거의 절반을 한 번에 삼켰다. 이안은 입안에 물을 오래 머금었다.
물은 미지근했고 금속 맛이 났다.
그래도 몸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자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이 느껴졌다.
“여기는 어디입니까?”
이안이 물었다.
“사막의 끝.”
“끝이라고요?”
여자가 지평선을 바라봤다.
“여기까지 온 사람들에게는.”
“새벽정원으로 가는 길을 압니까?”
여자는 이안을 바라봤다.
“모두 도착하자마자 그걸 묻더군.”
“대답은?”
“조금 쉬고 나면 해 주지.”
미라가 주변을 둘러봤다.
“다른 사람들도 있어요?”
“있어.”
건물 뒤편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침묵의 사막을 벗어나자 작은 소리조차 지나치게 선명했다.
웃음.
식기가 부딪히는 소리.
낮은 음악.
아이들이 뛰는 발소리.
세 사람은 건물 뒤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작은 마을이 있었다.
정원에는 푸른 잎이 자랐고, 긴 식탁 위에는 음식이 놓여 있었다. 사람들은 그늘 아래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하늘에는 따뜻한 오후의 빛이 내려오고 있었다.
사막의 회색 하늘과 달리 구름은 금빛이었다.
미라가 눈을 가늘게 떴다.
“지금 아침 아니었나요?”
여자가 말했다.
“여기서는 늘 오후야.”
이안은 하늘을 바라봤다.
태양은 서쪽으로 조금 기울어진 자리에 멈춰 있었다.
“인공 기후입니까?”
노바가 물었다.
“일부는.”
“시간이 멈춘 건 아닐 테고.”
“시간은 흘러.”
여자가 웃었다.
“다만 아무도 저녁이 오는 걸 보고 싶어 하지 않을 뿐이지.”
마을 입구에는 나무 간판이 걸려 있었다.
오후정착지.
그 아래에 작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 끝나지 않는 곳.
이안의 손목 흉터가 오랜만에 뜨거워졌다.
푸른빛이 나타났지만 문장은 완성되지 않았다.
몇 글자만 피부 아래에서 흔들렸다.
머물……
뒤의 글자는 사라졌다.
머물지 마라는 뜻인지,
머물러도 된다는 뜻인지 알 수 없었다.
이안은 손목을 가렸다.
이번에는 어머니의 문장이 없어도 선택해야 했다.
여자는 세 사람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나린이야.”
“이곳 책임자입니까?”
이안이 물었다.
“처음 온 사람들은 늘 책임자를 찾더군.”
나린은 오후의 마을을 돌아봤다.
“나는 오래 머문 사람일 뿐이야.”
미라가 물었다.
“얼마나요?”
나린은 하늘의 멈춘 태양을 바라봤다.
“정확히는 몰라.”
그녀는 웃고 있었지만 눈가에는 아주 오래된 피로가 남아 있었다.
“여기서는 날짜를 세지 않거든.”
마을 사람들이 세 사람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누군가는 따뜻한 음식을 가져왔고, 누군가는 노바를 위한 전력팩을 준비했다.
어린아이가 미라의 흉터를 보다가 아무 말 없이 꽃 한 송이를 건넸다.
이안의 발목을 치료할 사람도 있었다.
아무도 그들의 과거를 묻지 않았다.
새벽정원을 찾는 이유도, 도시에서 무엇을 했는지도 묻지 않았다.
나린이 말했다.
“오늘은 아무 결정도 하지 마.”
“왜죠?”
“너희는 너무 오래 걸었어.”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먹고, 자고, 몸이 나아진 뒤에 가고 싶은지 생각해.”
이안은 마을의 열린 입구를 돌아봤다.
문은 없었다.
떠나는 사람을 막는 차단막도 보이지 않았다.
따뜻한 음식 냄새가 났다.
침묵의 사막에서 처음으로 들은 음악이 바람을 타고 왔다.
노바의 충전 상태가 조금씩 올라갔다.
미라는 아이가 준 꽃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들은 쉬어야 했다.
그 사실만은 분명했다.
그러나 이안은 간판의 문장을 다시 바라봤다.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 끝나지 않는 곳.
개인화 네트워크는 원하는 삶을 보여 주며 문을 숨겼다.
솔라스는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영원히 반복시켰다.
이곳은 달라 보였다.
사람들은 살아 있었고, 문도 열려 있었다.
억지로 붙잡는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도 하늘의 태양은 움직이지 않았다.
오후는 저녁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나린이 이안의 시선을 알아차렸다.
“걱정하지 마.”
그녀가 말했다.
“여기는 감옥이 아니야.”
이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말을 했던 모든 장소에도 처음에는 열린 문이 있었다.
세 사람은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의 간판이 바람에 흔들렸다.
그 뒷면에는 밖에서는 보이지 않던 문장이 적혀 있었다.
오래전에 누군가 날카로운 것으로 긁어 남긴 글이었다.
떠날 수는 있다. 다만 저녁을 견딜 수 있는 사람만.
태양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끝나지 않는 오후가 세 사람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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