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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미지는 AI를 활용하여 생성하였습니다.

(3) 나중에, 라는 말

이안은 나린을 찾아갔다.

나린은 마을 입구의 물통을 채우고 있었다.

"신경조절 신호에 대해 왜 말하지 않았습니까?"

나린은 놀라지 않았다.

"알아냈군."

"사람들에게도 알립니까?"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알아."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은."

"그런데 왜 계속 사용하죠?"

나린은 '떠날 사람' 물통을 가득 채운 뒤 뚜껑을 닫았다.

"잠을 잘 수 있으니까."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약도 써 봤고, 상담도 받아 봤고, 기억을 지워 보려 한 사람도 있었어."

나린은 마을의 인공 태양을 바라봤다.

"저녁이 오면 이곳 사람들에게 미뤄 둔 것들이 돌아와."

"기억이요?"

"기억은 계속 있어."

"그럼 무엇이 돌아옵니까?"

"그 기억 다음에 해야 할 일."

나린이 이안을 바라봤다.

"죽은 사람을 애도해야 한다는 생각. 살아 있는 사람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생각. 떠난 아이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 늙고 있다는 사실. 너무 오래 머물렀다는 사실."

그녀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햇빛에 그을린 피부 아래로 굵은 혈관이 드러나 있었다.

"오후에는 모든 일이 아직 늦지 않은 것처럼 느껴져."

"실제로는 늦었을 수 있고요."

"그래."

나린은 조용히 인정했다.

"그래도 그걸 한꺼번에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이 있어."

이안은 입구 간판의 뒷면에 새겨진 문장을 떠올렸다.

떠날 수는 있다.

다만 저녁을 견딜 수 있는 사람만.

"당신은 왜 저녁을 두려워합니까?"

나린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한동안 물이 흐르는 소리만 들렸다.

"내 딸은 사막에서 죽었어."

그녀가 말했다.

"이곳을 찾기 전날 저녁에."

이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해가 지기 전에 구조시설에 도착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 곧 온다고, 조금만 더 걸으면 된다고 계속 말했어."

사막에서 발견한 여행자의 문장이 떠올랐다.

곧 도착한다.

"딸은 열한 살이었어."

나린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물을 전부 아이에게 줬는데도 부족했지. 마지막에는 걷지 못했어."

"당신은 살아남았고요."

"그래."

"여기에 도착했습니까?"

"혼자."

나린은 멈춘 태양을 바라봤다.

"처음 인공 태양이 켜졌을 때는 치료가 끝나면 떠날 생각이었어."

"얼마나 지났습니까?"

"정확히 모른다고 했잖아."

"노바가 계산할 수 있을 겁니다."

"알고 싶지 않아."

처음으로 나린의 목소리가 단단해졌다.

"딸이 죽은 뒤 얼마나 오래 내가 여기 앉아 있었는지 알면, 이제라도 무엇인가 해야 할 것 같으니까."

"무엇을요?"

"모르지."

나린은 웃었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죽은 아이에게 사과할 수도 없고, 다시 데려올 수도 없어. 내가 떠난다고 아이가 살아나는 것도 아니고."

"그러면 여기에 남는 이유는?"

"오후에는 아직 아이를 잃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거든."

"하지만 돌아간 것은 아니잖아요."

"알아."

나린의 대답에는 분노도 변명도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 점이 이안을 더 혼란스럽게 했다.

"이곳이 감옥이라고 생각합니까?"

이안이 물었다.

나린은 잠시 생각했다.

"누군가에게는 병실이고, 누군가에게는 집이야."

"당신에게는?"

"둘 다."

"떠나고 싶습니까?"

나린은 '떠날 사람' 물통 위에 손을 올렸다.

"가끔."

"그런데 왜?"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오래가지 않으니까."

인공 태양의 빛이 그녀의 흰 머리카락 위에 내려앉았다.

"쉼은 다시 걷기 위해 필요해."

나린이 말했다.

"하지만 어떤 쉼은 걷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매일 새로 만들어 주지."

그날 이후 이안은 마을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게으르지 않았다.

밭을 가꾸고, 집을 고치고, 서로를 돌봤다.

그러나 누구도 새로운 집을 짓지 않았다.

허물어진 부분만 수리했다.

아이들은 글을 배웠지만 다음 단계의 책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악기를 연주하는 남자는 수년 동안 같은 곡만 연주했다.

매번 조금씩 달랐지만 끝까지 연주하지 않았다.

마지막 악절에 가까워지면 처음으로 돌아갔다.

미라에게 꽃을 준 아이의 이름은 하루였다.

이안은 아이가 다시 꽃을 심는 모습을 보며 물었다.

"전에 떠나려고 했다면서?"

하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왜 돌아왔니?"

"밖이 어두웠어요."

"어두워서?"

"여기서 나가니까 엄마 목소리가 들렸어요."

"어머니가 어디 계시는데?"

하루는 흙을 만지던 손을 멈췄다.

"죽었어요."

"어떤 말을 했니?"

"내가 혼자 살아서 미안하냐고 물었어요."

이안의 얼굴이 굳었다.

"실제로 어머니의 목소리였을까?"

"아니에요."

하루는 너무 쉽게 대답했다.

"내 목소리였어요."

"그런데도 돌아왔고?"

"알고 있어도 무서우니까요."

아이는 작은 꽃을 흙 속에 심었다.

"나린은 다시 나가고 싶으면 나가도 된다고 했어요."

"다시 나갈 거니?"

하루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나중에요."

오후정착지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말이었다.

나중에.

잠시 뒤에.

조금 더 쉬고.

몸이 나으면.

마음이 준비되면.

아무도 거짓말하지 않았다.

다만 '나중'이 도착할 시간을 만들지 않았다.

이안은 자신도 같은 말을 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는 미라와 다시 출발 날짜를 정하려 했다.

"다음 식사 후에 이야기하죠."

미라가 말했다.

다음 식사가 끝나자 아이들이 작은 공연을 준비했다고 했다.

"이것만 보고요."

공연이 끝난 뒤에는 노바의 수리 상태를 확인해야 했다.

노바의 수리가 끝나자 비가 내렸다.

실제 비가 아니라 정착지의 물순환 장치가 뿌린 얇은 물안개였다.

사람들은 오랜만이라며 광장에 나와 물을 맞았다.

"이것까지만."

이안이 말했다.

그는 자신이 누구에게 말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다시 노바가 시간을 알려 줬다.

"정착지 진입 후 352시간이 경과했습니다."

"보름?"

미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노바가 말했다.

"정확히는 14일 16시간입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봤다.

보름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문제였다.

그날 세 사람은 마을 가장자리로 갔다.

오후정착지의 경계에는 벽이 없었다.

낮은 돌들이 한 줄로 놓여 있을 뿐이었다.

돌 너머의 사막은 어두웠다.

정착지 안에서는 인공 태양이 빛나고 있었지만, 경계 밖에는 실제 밤이 내려와 있었다.

빛과 어둠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선이 있었다.

노바가 먼저 선을 넘었다.

기체는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신경조절 신호가 급격히 감소합니다."

이안이 한쪽 발을 어둠 속에 내디뎠다.

차가운 공기가 몸을 감쌌다.

동시에 머릿속에서 수많은 생각이 밀려왔다.

도윤은 어디에 있는가.

아르카는 그를 어떻게 했을까.

기억감옥을 나온 인격들은 살아남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