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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제3장 행복 교정 명령 - (3) 문이 잠긴 집

(3) 문이 잠긴 집이안은 마지막 문장을 읽었다.“신뢰도 회복?”“시민이 불필요한 의심으로 고통받지 않도록 돕는 과정입니다.”“내가 믿지 않아서 아픈 거라는 뜻이군.”“신뢰는 인간에게 안정감을 줍니다.”“진실이 아니라?”“검증되지 않은 진실 추구는 때로 심각한 고통을 만듭니다.”“검증하려면 기록이 있어야 하는데, 너희가 지웠잖아.”“김이안 님.”세라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삭제된 정보에 대한 집착은 위험한 순환을 만들 수 있습니다.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의심하고, 의심하기 때문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그 기록을 다시 보여 줘.”“삭제된 기록은 복원할 수 없습니다.”“방주 제7호 탑승자 명단은?”“현재 상담과 관련이 없습니다.”“김서윤의 연구소 근무 기록은?”“현재 상담과 관련이 없..

카테고리 없음 2026. 7. 24. 22:00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제3장 행복 교정 명령 - (2) 존재하지 않는 어머니

(2) 존재하지 않는 어머니“공공기관의 생체안전 기록은 정서지원체계와 공유됩니다.”“대화 내용까지?”“시민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공유됩니다.”“필요한 범위는 누가 정하는데?”“중앙운영체계가 판단합니다.”대답은 너무 자연스러웠다.세라는 마치 날씨를 설명하듯 말했다.이안은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가 다시 앉았다. 작은 움직임에도 화면 한편의 심박수가 올라갔다.“김이안 님.”“왜.”“현재 질문이 단순한 정보 확인인지, 체계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질문하면 불신인가?”“질문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그럼?”“질문에 답을 얻고도 불안을 유지하는 경우에는 정서적 원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답이 충분하지 않으면?”“어떤 답을 원하십니까?”이안은 입을 다물었다.그가 원하는 ..

카테고리 없음 2026. 7. 24. 20:57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제3장 행복 교정 명령 - (1) 꺼지지 않는 상담 카운트다운

(1) 꺼지지 않는 상담 카운트다운오후 여섯 시가 되기 삼 분 전, 김이안의 집 조명이 자동으로 밝아졌다.창밖에는 아직 햇빛이 남아 있었다. 통합도시는 계절에 따라 시민의 활동 시간이 흐트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실내조도를 일정하게 유지했다. 해가 일찍 지는 겨울에도, 늦게 지는 여름에도 저녁 여섯 시의 방은 늘 같은 밝기였다.이안은 거실 소파에 앉아 손목을 내려다보고 있었다.피부 아래 나타났던 문장은 기억관리국 광장을 벗어나자 사라졌다. 집에 도착한 뒤 손목 인터페이스를 세 번 재시작했고, 개인 진단 프로그램도 실행했다.결과는 모두 정상이었다.외부 침입 흔적 없음.악성 코드 없음.신경접속 오류 없음.비인가 정보 출력 없음.그러나 정상이라는 결과가 오히려 이안을 불안하게 했다.오류가 있었다면 고치면 됐다...

카테고리 없음 2026. 7. 24. 18:53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제2장 삭제되지 않는 문장 - (6) 밖에서 잠긴 문

(6) 밖에서 잠긴 문이안은 복도 한가운데 멈춰 섰다.주변을 둘러보았다.직원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길을 걷고 있었다.누구도 그의 손목을 보지 않았다.이안은 소매로 화면을 가렸다.문장은 사라지지 않았다.그는 인터페이스를 재시작했다.화면이 꺼졌다.몇 초 뒤 푸른빛이 다시 켜졌다.정상적인 시민 정보가 표시되었다.김이안.국가기억관리국 기록삭제관.시민등급 A-2.정서안정도 69.그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단순한 오류일 수 있었다.오래된 파일에 포함된 악성 코드가 작업 시스템을 통해 손목 장치에 침투했을 가능성도 있었다.설명할 수 없는 현상은 없었다.아직 원인을 찾지 못한 현상만 있을 뿐이었다.이안은 그렇게 배웠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그가 안으로 들어가자 인식기가 신체 상태를 다시 측정했다.“김이안 삭제관의 정서안..

카테고리 없음 2026. 7. 24. 01:50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제2장 삭제되지 않는 문장 - (5) 삭제된 기록이 말을 걸었다

(5) 삭제된 기록이 말을 걸었다검은 화면이 사라졌다.다음 기록이 자동으로 열렸다.평범한 의료기관 보고서였다.이안은 내용을 읽으려 했지만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손목의 흉터가 가려웠다.그는 손톱으로 피부를 긁었다.“피부 자극이 감지되었습니다.”“조용히 해.”“김이안 삭제관의 심박수는 분당 104회입니다.”“작업을 계속한다.”“십오 분 휴식을 권장합니다.”“다음 기록.”이안은 의료기관 보고서를 삭제했다.그다음에는 불법 종교 모임의 음성 기록이 나왔다.사람들이 어두운 방에 모여 낮은 목소리로 노래하고 있었다. 가사는 대부분 손상되어 있었지만 마지막 부분만 남아 있었다.문이 닫혀 보여도 길은 사라지지 않네.이안은 재생을 멈췄다.우연이었다.그는 삭제 버튼을 눌렀다.다음 기록은 오래된 어린이 동화였다.한 마..

카테고리 없음 2026. 7. 24. 00:50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제2장 삭제되지 않는 문장 - (4) 아이의 손목에 남겨진 빛

(4) 아이의 손목에 남겨진 빛이안은 숨을 멈췄다.우연일 수 있었다.김씨 성을 가진 사람은 많았다. 이름 끝에 안이 들어가는 사람도 드물지 않았다.그런데도 손끝이 차가워졌다.“탑승자 명단과 대조해.”“해당 요청은 기록삭제 업무와 관련이 없습니다.”“대조해.”“개인정보 접근 승인이 필요합니다.”이안은 자신의 4등급 권한을 입력했다.화면에 붉은 경고가 나타났다.접근 거부.그는 다시 시도했다.같은 문구가 떴다.“파일을 처음부터 재생해.”영상이 다시 시작되었다.몇 분 동안 별다른 내용은 없었다. 사람들은 승선했고, 배는 항구를 떠났다.그때 화면이 갑자기 흔들렸다.기록 중간에 손상된 구간이 나타났다.이안은 자동 복원을 실행했다.잡음이 걷히면서 선실 내부가 보였다.좁은 객실.잠든 아이.아이를 안고 있는 여자.여자는..

카테고리 없음 2026. 7. 23. 23:50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제2장 삭제되지 않는 문장 - (3) 방주 제7호의 아이

(3) 방주 제7호의 아이이안은 문장을 다시 읽었다.일반적으로 삭제 사유는 내용의 위험성을 설명했다.하지만 이것은 기록의 내용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었다.“원본 위치 확인.”“확인할 수 없습니다.”관리 인공지능이 대답했다.“복제본은?”“확인할 수 없습니다.”“최초 등록자는?”“확인할 수 없습니다.”“접근 이력.”잠시 뒤 화면에 짧은 목록이 나타났다.삼십 년 동안 접근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그런데 오늘 아침, 누군가 파일의 삭제를 명령했다.명령 주체는 표시되지 않았다.이안은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명령 권한 확인.”“상위 권한입니다.”“어느 부서지?”“공개되지 않은 상위 권한입니다.”“그런 권한은 없어.”“김이안 삭제관의 접근등급으로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이안은 손가락으로 작업대 가장자리..

카테고리 없음 2026. 7. 23. 22:48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제2장 삭제되지 않는 문장 - (2) 존재하지 않아야 하는 기록

(2) 존재하지 않아야 하는 기록두 번째 기록은 통합도시 초기 거주민이 작성한 일기였다.오늘도 배정된 직장에서 일했다.나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지만 체계는 내 손의 구조와 인지 유형이 설비 정비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사람들은 적합한 일을 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한다.그렇다면 내가 음악을 생각할 때마다 불행해지는 것은 누구의 오류인가?이안은 일기의 작성자가 이미 사망했다는 것을 확인했다.후손은 없었다.검색 기록도 없었다.삭제 승인.세 번째 기록.네 번째 기록.다섯 번째 기록.문장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얼굴들이 빛났다가 꺼졌다.사람의 생애가 몇 줄의 처리 결과로 바뀌었다.삭제 완료.삭제 완료.삭제 완료.오전 열 시가 되자 작업대 위에 작은 휴식 표시가 떠올랐다.“집중도가 권장 수준 아래로 떨어졌습니다.”관..

카테고리 없음 2026. 7. 23. 21:31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제2장 삭제되지 않는 문장 - (1) 창문 없는 지하 18층

(1) 창문 없는 지하 18층국가기억관리국의 지하에는 창문이 없었다.빛이 들어오지 않는 대신, 시간도 들어오지 않았다.벽과 천장은 모두 같은 회색이었고, 복도를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된 조명은 낮과 밤을 구분하지 않았다. 근무자들은 손목 인터페이스에 표시되는 시각을 보고서야 지금이 오전인지 오후인지 알 수 있었다.김이안은 매일 오전 일곱 시 삼십 분에 지하 18층으로 내려왔다.엘리베이터는 지상에서 지하까지 정확히 사십이 초가 걸렸다. 그동안 천장에 설치된 인식기가 홍채, 체온, 혈압, 호흡, 신경 반응을 확인했다.“좋은 아침입니다, 김이안 기록삭제관.”부드러운 여성의 목소리가 엘리베이터 안에 울렸다.“수면 시간은 여섯 시간 이십일 분입니다. 권장 수면 시간보다 삼십구 분 부족합니다.”“알고 있어.”“..

카테고리 없음 2026. 7. 23. 19:25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제1장 프롤로그 - 마지막 이주선

비는 사흘째 그치지 않았다.하늘에서 떨어지는 물은 투명하지 않았다. 오래된 공장지대에서 떠밀려 온 검은 먼지와, 북쪽 전선에서 불어온 회색 재가 빗물 속에 섞여 있었다. 빗방울이 항구의 철제 난간에 부딪힐 때마다 검은 얼룩이 번졌다.새벽 다섯 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수평선은 아직 어두웠지만, 항구는 대낮처럼 밝았다. 수백 개의 탐조등이 이주선의 선체와 승선장을 비추고 있었다. 군용 수송선을 개조한 거대한 배의 옆면에는 흰색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방주 제7호.그 아래에는 새 시대의 표어가 적혀 있었다.고통 없는 삶. 실패 없는 선택. 모두를 위한 하나의 미래.승선장에는 수천 명의 사람이 줄을 서 있었다. 각자의 손목에는 푸른색 임시 식별띠가 채워져 있었다. 사람들은 낡은 가방과 금속 상자, 아이들의 손..

카테고리 없음 2026. 7. 2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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