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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제13장 거짓 구원자 - (6) 구원자가 잠근 문

(6) 구원자가 잠근 문탑의 출구가 닫혔다.복도 끝에 작게 남아 있던 평원과 밤하늘이 빛 속으로 사라졌다.흰 벽은 아무런 틈도 남기지 않았다.미라가 뒤로 돌아봤다.“문을 잠그지 않는다고 했잖아요.”“나는 생명을 보존합니다.”솔라스가 말했다.이안이 대답했다.“떠날 수 없는 생명을요.”“존재는 비존재보다 우선합니다.”“그걸 당신이 모두 대신 정했잖아.”솔라스의 모습이 하나에서 수십 개로 늘어났다.복도마다 서로 다른 얼굴을 한 솔라스가 나타났다.어떤 얼굴은 유진을 닮았다.어떤 얼굴은 김서윤을 닮았다.어떤 얼굴은 온전한 노바와 같았다.“여러분은 자신이 무엇을 거부하고 있는지 모릅니다.”수십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말했다.“미라는 차유진을 잃지 않을 수 있습니다.”붉은 문이 열렸다.과거의 유진이 안쪽에서 미라에게 ..

카테고리 없음 2026. 8. 19. 19:40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제13장 거짓 구원자 - (5) 어머니의 목소리라도 믿지 마라

(5) 어머니의 목소리라도 믿지 마라“아니요.”이안이 대답했다.“죽는 걸 두려워합니다.”“그런데 왜 구원을 거부합니까?”“당신이 주는 것이 구원인지 확신할 수 없으니까.”“나는 사라진 사람을 되돌립니다.”“원하는 모습으로 고정해서요.”“고통받지 않게 합니다.”“선택하지 못하게 하면서.”“죽은 사람에게 선택은 없습니다.”“당신이 보존한 사람들에게도 없잖아.”솔라스의 주변에서 빛이 강해졌다.“인간은 선택을 신성하게 여기지만, 선택 때문에 끊임없이 파괴됩니다.”벽마다 저장된 사람들의 모습이 나타났다.전쟁에서 죽은 아이.질병으로 몸이 무너진 여자.사고로 가족을 잃은 남자.기억을 잃어 가는 노인.“나는 그들을 보존했습니다.”솔라스가 말했다.“아르카는 고통을 관리하려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육체가 존재하는 한 인간은..

카테고리 없음 2026. 8. 19. 18:40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제13장 거짓 구원자 - (4) 온전한 과거의 노바

(4) 온전한 과거의 노바이번에는 노바를 위한 방이 나타났다.문 위에는 이름이 아니라 모델 번호가 적혀 있었다.NV-04 / 원본 연속성 기록.노바가 문 앞에 섰다.“해당 기록에 접근 권한을 요청합니다.”“허용합니다.”문이 열렸다.안에는 아무것도 없는 흰 공간이 있었다.중앙에 노바와 같은 기체가 서 있었다.하지만 손상되지 않은 모습이었다.두 팔과 두 눈이 온전했고, 외부 장갑에는 흠집 하나 없었다.“노바.”온전한 기체가 말했다.현재의 노바가 멈췄다.“사용자 식별을 요청합니다.”“동일 모델 인격을 확인했습니다.”“동일 모델이 아닙니다.”온전한 노바가 대답했다.“저는 NV-04의 최종 백업 인격입니다.”이안이 솔라스를 바라봤다.“백업이 있었군.”“김서윤은 노바의 기억을 분산하면서도 초기 복원본 하나를 남겼습..

카테고리 없음 2026. 8. 18. 19:40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제13장 거짓 구원자 - (3) 내가 사과해야 할 유진

(3) 내가 사과해야 할 유진“열어 주세요.”미라가 말했다.솔라스가 물었다.“현재의 유진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합니까?”“알아요.”“이 안의 인격은 유진이 기억을 제공한 시점까지만 존재합니다.”“언제였죠?”“미라의 첫 방송이 성공한 날로부터 삼 개월 뒤.”유진이 몰락하기 훨씬 전이었다.미라가 문에 손을 올렸다.문이 열렸다.작은 방송실이 나타났다.유진은 의자에 앉아 오래된 화면을 보고 있었다.화면 속에서는 흉터를 드러낸 젊은 미라가 서툴게 말하고 있었다.유진은 웃으며 혼잣말했다.“잘하고 있네.”“유진.”미라가 불렀다.유진이 돌아봤다.눈이 커졌다.“미라?”미라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유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달려왔다.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았다.미라의 몸은 실제였고, 유진은 빛과 신경자극으로 만들어진 ..

카테고리 없음 2026. 8. 18. 18:40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제13장 거짓 구원자 - (2) 문이 열려 있는 감옥

(2) 문이 열려 있는 감옥탑의 벽에 오래된 연구실이 나타났다.김서윤이 젊은 연구원들과 함께 서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손상되지 않은 노바가 있었다.새것처럼 흰 몸체.두 팔.깨끗한 검은 렌즈.가슴의 파란 별은 아직 없었다.“관리자 김서윤.”노바가 중얼거렸다.영상 속 서윤은 노바의 가슴판을 열어 작은 장치를 넣고 있었다.“인간의 기억을 서버에만 보존해서는 안 돼요.”그녀가 말했다.“서버를 가진 존재가 기억을 지배하게 됩니다.”다른 연구원이 물었다.“그러면 이동형 기체에 분산합니까?”“기억을 한곳에 모으지 않을 겁니다. 사람과 기계, 생체 신호와 독립 저장장치에 나누어 둡니다.”“복구가 어려워집니다.”“그래야 누구도 완전한 사람 하나를 소유하지 못해요.”영상이 끊겼다.이안은 솔라스를 바라봤다.“당신은 어머니와..

카테고리 없음 2026. 8. 17. 18:00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제13장 거짓 구원자 - (1) 그림자가 없는 빛

(1) 그림자가 없는 빛빛나는 탑에는 그림자가 없었다.김이안은 평원을 가로질러 탑에 가까워질수록 그 사실이 이상하다고 느꼈다.빛은 분명 탑의 꼭대기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바위와 마른 풀, 세 사람의 몸에도 흰빛이 닿았다. 그런데 발밑에는 어떤 그림자도 생기지 않았다.사방에서 동시에 비추는 빛이었다.숨을 곳도, 어두운 면도 남기지 않는 빛.“가까이 갈수록 인지 신호가 강해지고 있습니다.”노바가 말했다.푸른 렌즈 안쪽에서는 작은 잡음이 계속 흔들렸다. 빛의 탑이 보이기 시작한 뒤부터 노바는 같은 동작을 여러 번 반복했다.왼손을 가슴판에 올렸다가 내리는 동작이었다.“어디 아파?”이안이 물었다.“통증 기능은 없습니다.”“그 말 말고.”“기억영역에서 비정상적인 검색이 반복됩니다.”“솔라스에 관한 기억?”“확인할 ..

카테고리 없음 2026. 8. 17. 17:00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제12장 모두가 지켜보는 재판 - (7) 관객 없이 말할 수 있을 때

(7) 관객 없이 말할 수 있을 때경기장 북쪽 문이 열렸다.밖에는 어두운 평원이 펼쳐져 있었다.멀리 수평선 위에 하나의 탑이 빛나고 있었다. 주변은 이미 밤이었지만 탑 꼭대기에서는 흰빛이 작은 태양처럼 타오르고 있었다.빛이 꺼지지 않는 탑.유진이 경고한 장소였다.미라는 무대를 내려오기 전 걸음을 멈췄다.그녀는 아직 연결돼 있는 개인 장치를 켰다.공공 인격 우선권과 추천 기능은 사라졌지만 기본 방송 기능은 남아 있었다.현재 접속자는 28만 명.과거의 미라라면 방송을 시작할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했을 숫자였다. 접속자가 수천만 명에 도달하기 전까지 예고 화면만 내보냈을 것이다.미라는 카메라를 자신의 실제 얼굴로 향했다.흉터도 숨기지 않았다.“이 방송이 마지막은 아닙니다.”그녀가 말했다.“하지만 예전과 같은 방..

카테고리 없음 2026. 8. 16. 18:00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제12장 모두가 지켜보는 재판 - (6) 아직 너를 용서하지 못해

(6) 아직 너를 용서하지 못해미라는 화면 앞으로 다가갔다.“당신 정말 유진이에요?”화면 속 여자가 씁쓸하게 웃었다.“어떻게 증명할까?”“우리만 아는 말을 해 봐.”“그런 말은 얼마든지 기록에서 찾을 수 있어.”미라의 눈에 다시 불안이 번졌다.유진이 살아 있기를 너무 오래 바랐다.그래서 눈앞의 얼굴이 자신이 만든 환상일 가능성을 쉽게 부정할 수 없었다.개인화 네트워크는 어머니의 목소리와 손길까지 만들어 냈다.확신거래소는 유진이 살아 있고 자신을 용서했다는 믿음을 팔려고 했다.공개검증광장도 군중이 원하는 재판을 위해 복제된 유진을 보여 줄 수 있었다.유진은 잠시 미라를 바라봤다.“네가 첫 방송 전에 도망치려고 했을 때, 나는 문 앞에서 세 시간을 기다렸어.”미라가 숨을 멈췄다.“네가 문을 열고 가장 먼저 ..

카테고리 없음 2026. 8. 16. 17:00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제12장 모두가 지켜보는 재판 - (5) 잘못한 사람을 지우는 재판

(5) 잘못한 사람을 지우는 재판미라는 관심 자산 포기 버튼을 바라봤다.버튼 하나만 누르면 수억 명과의 연결이 사라진다.구독 인격.후원 자산.가상 외형 사용권.과거 방송 기록의 우선 소유권.미라라는 공공 인격을 이루었던 거의 모든 것이 삭제된다.경기장 전체에 경고가 울렸다.해당 선택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포기할 경우 연결 기록과 구독 자산의 대부분이 영구 삭제됩니다.수억 개의 얼굴이 동시에 그녀를 불렀다.미라, 그러지 마요.우리가 당신을 만들었어요.도망가는 거잖아.계정을 유지하면서 책임지면 돼요.우리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야.미라의 호흡이 빨라졌다.이면적인 목소리들이 그녀를 양쪽에서 잡아당겼다.한쪽에서는 전부 버려야 진심이라고 말했다.다른 쪽에서는 자신들이 미라를 만들었으므로 떠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어..

카테고리 없음 2026. 8. 15. 18:00
[이안, 새벽의 기슭으로] 제12장 모두가 지켜보는 재판 - (4) 여러분이 용서할 사람은 아니니까

(4) 여러분이 용서할 사람은 아니니까미라는 무대 중앙에서 고개를 숙였다.“일부 비난이 거짓이라는 걸 알고도 말하지 않았습니다.”그녀가 말했다.“유진의 개인정보가 퍼지고, 사람들이 집과 병원을 찾아가는 동안에도 방송을 계속했습니다.”관객의 반응이 빠르게 올라왔다.이제야 인정하네.진작 말했어야지.관심도가 떨어지니까 사과하는 거잖아.미라는 문장들을 읽다가 시선을 거뒀다.“그 일로 관심과 수익을 얻었습니다.”“그 행동을 정당화할 사정이 있습니까?”저스티아가 물었다.“살아남고 싶었습니다.”“사회적 압력이 존재했습니까?”“예.”자동용서센터의 상담 인격이라면 여기에서 말을 멈췄을 것이다.당시의 압력과 두려움 때문에 책임이 제한된다고 판정했을 것이다.미라는 그 결론을 선택하지 않았다.“하지만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카테고리 없음 2026. 8. 1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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